독학으로 논문쓰는 안내서
만약 당신에게 석사와 박사의 차이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무엇이라고 답을 할 것인가?
일단 석사와 박사는 배우는 내용에는 크게 차이가 없다.
대부분의 대학원 시스템에서 수업에 그리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대학원이라는 시스템 내에서 공부하는 학생이라는 점에서도 사실 커다란 차이도 없다.
많은 경우 석사과정 때 지도교수가 박사과정 때 지도교수를 맡기도 하기 때문에 더 차이를 느끼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국내에서 보통 석사는 2년 정도, 박사는 5년 정도의 기간을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석사와 박사의 차이는 비단 그 정도의 기간 차이에 비할 바가 아니다.
석사를 마쳐야 박사를 들어가므로, 박사는 사실상 7년 정도의 시간을 대학원에서 보내는 셈이다.
학부과정 기간이 4년밖에 되지 않으므로 대학원에서 7년을 보낸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시간 투자이다.
특히 가장 좋은 때로 불리는 젊은 시기에 이 정도의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여 학문을 한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노력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래서,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의 차이는 '고인물'이냐 아니냐 정도로 여겨지기도 한다.
석사과정은 고작해야 2년 내에 겪는 일들때문에 당황하거나 시행착오를 겪거나 하지만,
박사과정 쯤 되면 이미 겪어본 일들이 대다수이고 교수들 성향도 다 파악되었고 하기에 당황하는 일도 적다.
적어도 박사부터는 자기만의 생각이 중요하다.
석사과정이라고 해서 자기만의 생각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석사과정 동안은 '논문'이라는 형식에 익숙해지고, 다른 사람의 연구를 잘 정리하는 정도에 만족한다면,
박사과정부터는 다른 사람의 연구를 정리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편집해서 자기만의 관점을 보여주어야 한다.
사실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5년의 과정 자체가 사실은 자기만의 이론을 만드는 훈련과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자기만의 이론을 만든다는 것은 무엇인가? 요즘 유행하는 '세계관'과 같은 의미이다.
이것이 박사의 자존심, 자신감(좋게 말한다면), 똥고집, 더러운 성격(나쁘게 말한다면)이 나오게 된다.
대학교에서 석사와 박사를 구분하는 눈에 보이는 기준은 학위논문과 학위과정 이외에는 없다.
그렇다는 것은 박사이기는 한데 자기만의 이론, 자기만의 생각을 만들 수 없는 사람도 존재하고,
석사이기는 한데 자기만의 이론, 자기만의 생각을 만들 수 있는 사람도 존재할 것이다.
아마도 대학교 내에만 머무르면 이러한 차이점을 잘 모를 수 있다.
그러나 사회에 나가 활동을 하게되면 이러한 차이를 요구받게 된다.
사회에서 어떤 자리가 박사급 인력을 요구하는 자리라면, 적어도 그 자리에 부합한 인물에게 요구하는 업무 성격은 성실함, 무난함 같은 것은 아니다.
성격이 더러워도 일의 성과를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사람, 자기만의 생각과 관점이 뚜렷하여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 그게 석사와 박사의 차이가 된다.
오랫동안 글을 쉬었습니다.
점점 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다 보니 글이 어려워지기도 하고 계획한 것을 잊어버리기도 하는 등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런데 글을 안쓴지 오래되었는데도 구독자는 꾸준히 늘어서 거의 100명이 되었습니다.
그냥 꾸준히 떠오른 생각을 적어주어도 누군가에게는 작은 위로 혹은 조그마한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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