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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상만두 Apr 19. 2024

힙노시스'Long Playing Story'

힙한 아날로그 LP 커버 디자인


이야기는 1960년대 후반, 뮤지션의 초상이 앨범 커버의 핵심이었던 시기부터 시작합니다. 힙노시스의 두 젊은 디자이너들은 기존의 문법을 무시하고, 추상적이면서도 세련된 이미지로 앨범 커버를 만듭니다. 뮤지션의 사진과는 상관없는 독창적인 디자인은 LP 시장의 비주류로 등장했지만, 순식간에 새로운 문법이 되었죠.  이 전시는 힙노시스가 만들어낸 음악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앨범 커버들과 흥미로운 디자인 과정, 록스타들의 숨겨진 이야기, 그리고 젊은 아티스트들 간의 우정을 담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설립자이자 이 모든 역사의 중심에 있는 오브리 파월의 이야기를 통해 힙노시스의 세계를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syd barrett - yoga session





SIDE - A

힙노시스 스튜디오


덴마크 스트리트 6번지에 위치한 힘노시스의 스튜디오는 다소 이상한 장소였다. 런던 소호의 오래된 빅토리아 상가 하나를 두 공간으로 분할해 아래층은 사진 스튜디오로, 위증은 그래픽 디자인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런던 음악계의 심장과도 같았던 덴마크 스트리트에는 골목마다 기타 가게, 지하 레코딩 스튜디오, 음악 퍼블리셔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는데, 이 가운데에서 힘노시스는 자신들의 스튜디오를 스타 뮤지션들이 사전 예약 없이 편안하게 들락일 수 있는 캐주얼한 공간, 일종의 만남의 장소로 제공했다. 세련된 인테리어를 뽐내는 공간은 절대 아니었지만(굳이 말하자면 난잡한 쪽에 가까웠다), 방 하나하나마다 창작의 기운이 힘차게 맴돌았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디자인에 자신감을 가지기 시작했고 오로지 혁신적인 접근법을 찾아내는 데에만 몰두했습니다.'좋은 디자인은 언제나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이게 우리의 모토였어요. 우리가 만든 디자인이 노래 가사, 밴드의 이미지, 심지어는 음악의 내용과 아무런 관련이 없을 때도 말이에요. 창의성, 혹은 기존의 것에 대한 재발명이 지속적으로 요구되던 시절이었기에 항상 의견이 팽팽히 갈렸고, 완전무결한 작업물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막대한 스트레스가 우리를 짓눌렀습니다. 포토샵 같은 디지털 편집 프로그램이 발명되기 이전의 시대였기 때문에 모든 것이 시행착오라는 대가를 치러야 했습니다. 쓰레기통으로 곧장 향할 시험본인 것을 알고도 어쩔 수 없이 만들어야만 한다는 뜻이었죠(이어지는 전시실에서 직접 보실 겁니다). 당시에는 밀도 높은 시각디자인 작업물 하나를 만드는 데에 어마어마한 시간이 소모되었고 작업 과정에서도 굉장히 복잡한 절차들을 거쳐야 했습니다."


콘텐츠를 보여주는 모습도 힙해 보인다. 이런 배치로 전시를 해도 멋진 연출을 할 수 있을것 같다.

의자가 벽에 박혀 있는듯한 연출은 매우 인상적이다.


Hipgnosis Studio, 1970s


요즘은 정말 보기드문 스튜디오의 모습이다. 시안을 출력해서 보드에 붙여 아이디어를 전개했던적이 언제인지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사진을 보니 실물을 보며 대화를 나누며 아이디어를 전개했던 순간이 매력적이구나 하고 느껴진다. 마치 디자인이 만져지는듯한 느낌이 든다.



레코드 가게가 LP 진열대로 가득한 거대한 상점이었던 시절, 
우린 강한 승부욕을 가지고 있었다.
수많은 음반 속에서 나름의 존재감을 피력한다는 건 무엇보다 중요했다.

- Aubney Powell


Pink Floyd A Saucerful of Secrets, 1968


힘노시스 왕조는 이때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60년대 후반의 마이너한 시각자료(마블코믹스 잡지, 점성학 도안 등)와 적외선 촬영을 사용하겠다고
제안했는데, 우리를 대체 어떻게 설득했는지 모르겠다.

-닉 메이슨, 핑크 플로이드


스톰과 나는 연금술 관련 책에서 본 <Inner Garden Fountain>이라는 제목의 판화를 이용하기로 했다. 마블코믹스 잡지에서는 닥터 스트레인지와 행성 도안들을 인용했고, 오래된 악제상 브로셔에서 찾은 일렬로 늘어선 병 그림도 함께 사용했다. 음반사에서는 핑크 플로이드 멤버들의 사진이 커버에 반드시 등장해야 한다고 고집했고, 그래서 우리는 멤버들을 적외선 필름으로 촬영했다. 처음 작업은 흑백이었는데 너무 칙칙해 보여서 수작업 채색을 추가했다. (이게 우리의 첫 채색 사례였다)

- 오브리 파월


인터뷰 영상을 보니 처음에는 밴드의 모습이 아예 없는 디자인이었는데 음반사쪽에서 밴드의 모습이 꼭 나와야 한다고 우기자 동그라미 구안에 밴드의 모습을 넣었다고한다.알고 보니 더 재미있던 에피소드!


Pink Floyd Royal Festival Hall Poster,


나는 '우연히 찾은 이미지'를 이용해서 굉장한 포토몽타주 작품들을 만드는 알렉산더 로드첸코의 작업을
항상 흥모해왔다. 스톰과 나는 핑크 플로이드와 연관성이 있는 귀(소리를 듣는 기관), 시계(A Saucerful of Secrets' 앨범 관련), 꽃(핑크 플로이드는 1967년 Games For May 콘서트에서 관객석에 수선화를 흩뿌렸다), 우주 등의 구성요소들을 사용해 여러 가지 포스터 시안을 제작했다.

- 오브리 파월


지금은 포토샵으로 콜라주가 아주 쉬운데 이 시대만해도 도대체 어떻게 저런 작업을 했을지 흥미롭다. 

시행착오라는것이 처음부터 다시 한다는 개념이었을텐데, 정말 아득하다.



힙노시스 아날로그 작업 프로세스


   

                 



Track 1

PAUL MCCARTNEY AND WINGS


자동차는 쏜살같은 속도로 달려서 우리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윌리 하이더의 레코딩 스튜디오로 데려다 놓았다. 폴 매카트니와 윙스는 새 앨범의 마무리 작업에 한창 매진하고 있었다. 우리는 '더 핏'이라는 별명의 좁은 컨트롤룸으로 안내되었고 거기서 폴 매카트니와 지금은 작고한 그의 아내 린다가 두 팔 벌려 우리를 맞이했다. 매카트니는 린다를 제외한 모두가 스튜디오를 잠시 비우게 했고, 이어 우리의 미팅이 시작되었다.

"기획안을 하나 짰습니다. 린다가 이 기획을 사진으로 옮길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해요." 매카트니가 말했다. 매카트니의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새 앨범의 제목은 '비너스 앤 마스' 즉 '금성과 화성'이었는데, 이에 걸맞게 빨간색 당구공과 주황색 당구공을 당구대 위에 나란히 놓고 찍는다는 기획이었다.



Paul McCartney and Wings Band On The Run album cover, 1973



우리에겐 그런 마법과 같은 순간이 여러 차례 찾아왔다. 
그저 완전히 운이 좋았었나 보다.
우린 그걸 힙노시스 바이브'라 불렸다.

- Aubrey Powell


폴 매카트니는 탈옥하는 죄수들의 모습을 구현해 달라는 의뢰로 힙노시스를 처음 찾았다.
비틀즈에서 탈퇴한다는 자신의 결정을 상징하려는 의도였는데 무척 재밌었던 촬영이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았던 스톰은 폴 매카트니와 아내 린다의 친구들을 불러내 유쾌한 사진을 구성했다. 결과물에 무척 만족한 매카트니는 이후로 여러 해 동안 우리와 좋은 작업 관계를 유지했다.

- 오브리 파월


보통은 "힙노시스의 아이디어가 아니면 잘 진행 하지 않는데 비틀즈는 방법이 없다"고 말하는 오브리 파월의 인터뷰 영상에서 급 수긍을 했다. 비틀즈라면 이해해야지~^^ 결과도 만족스럽게 나온것 같아 더 전설같은 이야기 같았다. 요즘같은 SNS 시대라면 이 제작 과정 전체가 노출되었을텐데 아쉽다.


Paul McCartney and Wings Venus and Mars, 1975

Photography Aubrey Powell, Hipgnosis



폴 매카트니는 앨범 내면에 지구 바깥의 장소처럼 보이는 촬영지를 넣어 달라고 했다. 캘리포니아의 시에라네바다 사막은 달의 지형을 꼭 닮아 있는데, 그 중에서도 오웬스 소금호수와 론 파인 근처의 무비드라이브 바위들이 특히 그렇다. 뷰파인더도 없고 셔터 버튼이 당장이라도 빠질 듯한 굉장히 오래된 브룩스 베리와이드 카메라에 6x 9 규격의 필름을 써서 촬영했는데 결과물은 오히려 요즘 나오는 공상과학영화의 스틸컷 같아 보인다.

~ 오브리 파월


Wings 'Getting Closer', single, 1979


폴 매카트니는 새 싱글 'Getting Closer'를 작업하고 있었는데, 혹시 우리가 이 제목의 뜻, '가까워지고 있어"에 어울리는 기존 작업을 가지고 있는지 물었다.


프랑스의 시인 및 작가 제라르 드 네르발는 티보라는 이름의 애완 랍스터를 길렀는데
1800년대 중반 파리에서는 네르발이 이 랍스터를 데리고 산책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가 이 아이디어를 제시하자 폴은 "좋네요. 이걸로 하죠,"라고 답했다.

- 오브리 파월



TRACK 2

LED ZEPPELIN


"우리에겐 포토샵이 없었다. 모든 것을 필름으로 촬영하고 손으로 직접 작업해야 했다.
아트워크 작업은 평균 3~6주가 걸렸는데, 요즘으로치면 그 중 몇 개는 한나절이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 오브리 파월


디지털 둘이 없던 시절엔 어떻게 디자인 작업을 했을까요?

힙노시스는 적절한 촬영지를 찾고,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인화한 사진을 오리고 붙이고 색칠하며 

뮤지션의 이야기와 사운드를 디자인으로 표현했습니다. 그 특별한 작업 과정을 조명합니다.


스톰 소거슨과 나는 어둡고 지저분한 총계를 올라가고 있었다. 레드 제플린의 매니저 피터 그랜트의 사무실로 향하는 길이었다. 레드 제플린의 새 앨범'하우시스 오브 더 홀리'에 관련된 미팅이었는데 이런 자리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우리 둘 다 꽤 긴장해 있었다. 헐벗고 작은 응접실에는 앉을 의자가 하나도 없었는데 이곳에서 우리는 레드 제플린의 모든 멤버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우리는 스케치나 밑그림 같은 것을 하나도 준비해 오지 않았다. 책 두 권과 어떤 목록을 적은 자그마한 쪽지 한 장. 그게 우리 소지품의 전부였다. 그게 그 당시 우리의 모습이었다. 지극히 미대생스러웠고 아마추어 그 자체였다. 리드보컬 로버트 플랜트가 뭐 생각해 본 게 있나요?"라고 물으면서 대화가 시작되었다.


나는 6세에서 12세 사이의 어린이 모델 두 명(각각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을 야생 소년처럼 분장시킨 뒤에 나체로 등 뒷모습을 찍을 계획이었다. 즉, 아이들의 보호자가 나체 촬영에 동의해 주어야 했다. 마침내 한 남매를 고용하게 되었는데 남매의 어머니는 아낌없이 사랑을 주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절대 밀어붙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함께 일하기 좋은 사람이기도 했다. 촬영의 내용을 아이들의 어머니에게 설명하자 그녀는 소리 내 웃고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바닷가 옆에서 너희들을 촬영할 거라는데 옷을 벗어도 괜찮겠니?"
차갑고 축축했던 그날 오후가 아직도 기억난다. 길모퉁이를 돌자 가려져 있던 자이언츠 코즈웨이의 절경이 단번에 눈앞에 드러났다. 4만여 개의 정육각형 기둥이 빈틈없이 맞물리며 끝없이 펼쳐진 주상절리였다. 우리는 기둥들이 마당에 깔린 징검다리처럼 수 놓인 곳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숨이 멎도록 아름다운 지형이었다.


레드 제플린은 1968년에 결성된 영국의 록 밴드로, 특유의 하드 록과 블루스 록의 흔합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들은 1969년 발매한 데뷔 앨범 'Led Zeppelin'을 통해 혁신적인 기타 리프와 독보적인 보컬 스타일로 새로운 음악의 지평을 열었다. 이후 'Led zeppelin II,'Led Zeppelin II, Led Zeppelin IV 등의 명작 음반을 통해 펑크, 퓨전, 트리플 레코더와 같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며, 전세계적으로 약 3억 장 이상의 음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만의 '물체'를 하나 만드는 것에 대해 논의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직종이나 계층을 불문하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살아갈 힘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런 힘을 상징할 수 있는 물체를 원했다. 사람을 위한 배터리라고 할까, 손을 가져다 대면 다시금 그 사람에게 힘을 채워 주는 그런 물체. 또한, 우리는 이 물체가 어디서든 소지하고 비치할 수 있는 물건이기를 원했다.

집 안이든, 직장이든, 휴양지이든 말이다. 산소가 이 세상 어디에나 있는 것처럼, 그런 이치의 물체를 만들고 싶었다. 삶의 모든 순간에 힘을 실어 주는 레드 제플린의 헤어날 수 없는 중독적인 음악, 그리고 이 마력을 상징할 수 있는 어느 검은 물체.
검은 물체를 일상적인 상황 속에 배치한다, 시간대는 1950년대로 설정한다;'이 두 가지에 우리는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특히 시간대의 경우, 1950년대야말로 공상과학 영화, UFO 복격담, 그리고 미국 정부가 로스웰의 51구역 군사기지에 외계인을 구류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시대이지 않은가. 조지 하디는 배경에 어울릴 법한 사진들을 찾아 고서점들로 떠났다.

그사이 우리는 스튜디오에서 열두어 장의 이미지를 인쇄했고 그 위로 리터치 담당 리처드 매닝이 검은색 펜을 들고 평면 드로잉으로 우리의 '물체'를 그려 넣었다. 항상 사려 깊었던 스톰은 우리가

'검은 물체'로 의도하는 바와 상징성 등의 내용을 종이 한 장에 따로 적어 내게 챙겨주었다.

내가 레드 제플린한테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동안 우리가 기획한 소중한 내용들을 단 하나도 빼먹지 않도록 말이다. 우리가 이 프로젝트에서 가졌던 신념은 이토록 굳건했다.




Track3

10CC


'하우 데일 유!'는 10cc가 첫 번째 4인 밴드 체제에서 냈던 마지막 앨범이다. 각 곡마다 고유의 스토리라인이 있었으나 전화벨 소리라는 테마는 모든 곡이 공유했고, 앨범은 전화가 끊어졌을 때 나오는 소리와 함께 끝난다. LP 앨범은 게이트폴드(접지 식으로 펼쳐지는 앨범.  4개의 독립된 면을 지니기 때문에 작업물을 인쇄할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난다) 방식으로 디자인했는데, 안쪽 두 개의 면을 이용해서 전화기 한 대를 정중앙에 두고 좌우로 두 개의 스토리라인이 펼쳐지도록 구성했다. 두 장면 다 자유로운 해석이 가능하도록 여지를 열어 두었다. 장면의 주제는 '파티 라인'이라는 20세기의 유물인데 여러 가정이 전화선을 하나로 이어서 서로의 대화를 마음껏 엿들을 수 있도록 한 장치를 말한다. 흥미롭게도, 방 안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서로와 대화를 나누는 대신 자기 손에 들린 전화기에만 집중하는 상황은 오늘날의 기준으로 결코 낯선 장면이 아니다.


10cc는 1972년에 결성된 영국의 4인조 밴드로, 멤버들은 각자 뛰어난 작곡가와 프로듀서로 알려져 있다. 록, 팝, 프로그레시브 룩, 신스팝, 레게 등 다양한 음악적 스타일을 융합하며 실험적이고 독특한 사운드와 혁신적인 믹싱 기술을 선보였다. 특히 대표 앨범'The Original Soundtrack (1975)'에 수록된 1'm Not in Love'가 2014년 개봉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삽입곡으로 사용되며 다시 한번 큰 사랑을 받았다.


10cc Deceptive Bends, 1977


한편, '디셉티브 벤즈' 앨범 아트의 경우 그레이엄 굴드먼(공동 리드보컬 및 베이시스트)과 에릭 스튜어트(기타리스트)는 '긍정적인 이미지, 가능하다면 로맨틱하게.'라는 단 하나의 지시문 외에는 아무 가이드도 주지 않았다. 이 과제 또한 힙노시스 스튜디오에서 늘 있던 심야 미팅을 통해서 '심해 잠수부가 시름에 잠긴 여인을 바다에서 구해내는 모습'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스톰과 나는 잠수부에게 청동과 유리로 만드는 아날로그 수 헬멧과 베이지색의 공기충전 잠수복을 입히자는 데에 적극 동의했다. 파티 드레스 차림의 신비로운 미녀를 양팔에 안고 서 있는 잠수부. 전체적인 분위기는 50년대 공포영화 및 공상과학영화들의 포스터처럼 연출했다.


감압병, 혹은 'bends'는 잠수부가 너무 빨리 수면으로 올라올 때 겪는 일련의 증상들을 말하는데 힘노시스는 앨범의 제목 'Deceptive Bends'*가 이것에 대한 은유라고 해석했다.

커버 이미지는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잠수부가 감압병으로 겪는 환각, 구조 작전, 살인 현장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잠수부와 여자는 스튜디오에서 촬영했고, 그 뒤로 튀니지에서 찍은 하늘 사진과 템스 강의 어느 부두를 찍은 사진을 클라주로 합쳤다.

여자가 빨간 드레스를 입은 버전과 초록 드레스를 입은 버전 두 가지가 있었는데 빨간 드레스가 더 많은 표를 받았다

- 오브리 파월



물론 스톰과 나는 항상 그랬듯이 후보 이미지 중 어떤 버전이 제일 예쁘냐를 두고 싸움을 벌였다. 이번에는 '녹색 드레스냐, 빨간색 드레스냐?'라는 논쟁이었는데 합의를 이루지 못한 우리는 결국 10cc 밴드 멤버들에게 어느 쪽이 더 나은지 고르도록 했다. 다행히도 두 버전 다 무척 만족스럽게 나와서 어느 쪽을 선택하든 우리는 괜찮았다. 멤버들은 빨간색 버전을 골랐다. 로맨틱하고 긍정적이면서도 신비한 이미지를 만들어 달라는 10cc 측의 요구를 충족함과 동시에 사람들이 자신만의 스토리라인을 상상할 수 있는 이미지였다.


10cc The Original Soundtrack, 1975


힙노시스는 현실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기계장치들이 꽉 들어찬 프로덕션 스튜디오를 만들자고 구상했다. 그러나 포토몽타주로 만들기에는 너무 복잡하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되었고, 작가 험프리 오션에게 '영화 프로듀서에게 악몽과도 같은 광경, 서부영화 느낌으로'라는 주문으로 외주를 맡겼다.

- 오브리 파월


10cc The Original Soundtrack image, 1975


<힙노시스: LP 커버의 전설 (Squaring The Circle)> 영화에서 등장한 

일러스트 디자인을 위한 편집실의 사진.


스튜디오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멋진 모습이다. 넘볼 수 없는 전문영역? 같은 모습을 기대한게 아닐까 싶다.


10cc Look Hear?, 1980


앨범 커버에 두 가지 제목을 함께 적는 것은 무척 드문 일이다. 해당 10cc 앨범의 경우에는 멤버들이 제목을 끝까지 정하지 못해서 후보였던 'Look Hear?' 와 'Are You Normal?' 두 가지를 함께 적었다. 힘노시스는 후자의 의미, 즉 '정상이신가요?'에 집중하기로 했고, 파도가 맹렬한 하와이의 해변에서 양 한 마리가 정신과 상담 안락의자 위로 몸을 누인 모습을 찍었다. 이걸 보고 프로이트가 바로 떠오르는 사람은.... 글쎄, 정상이 맞을까?


합성이 아닌것 같아 어떻게 만들었나 궁금했는데 잘 앉혀서 찍었군요.

다들 저 사진 찍느라 고생했겠네요. 대박이야.ㅋㅋㅋ


10cc Greatest Hits 1972 - 1978


"대히트'라 할 만한 것들로 화면을 구성하자는, 스톰 소거슨 특유의 시각적 농담이 가득한 앨범 커버이다.
야구의 전설 베이브 루스, 복싱 글러브, 윌리엄 텔의 화살, 브루투스가 카이사르를 살해하는 장면, 갱단의 집단살해 현장, 은행 강도, 타이타닉 호의 침몰, 망치 등이 포함되었다.

- 오브리 파월


10cc Bloody Tourists, 1978


10cc의 그레이엄 굴드먼은 앨범 커버를 처음 보고 이렇게 말했다.
"투어하는 기분이 정확히 이래요. 그림 한 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니!"
카리브 해로 떠난 여행객의 모습인데, 거센 바람이 지도를 날려서 얼굴을 덮어버린 상황이다.
현실이 들이닥쳐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기분. 세인트루시아에서 촬영했는데, 얼굴 모양 보철물을 이용해 여행객들이 작은 섬나라 같은 관광지에 남기는 환경적•문화적 피해를 상징하는 독특한 초상화를 만들었다.

-오브리 파월

왼쪽 종이는 진짜 절묘하다. 저 각도와 저 위치로 딱 맞춰 찍다니 대단하다.



Track 4

핑크 플로이드



핑크 플로이드의 리더 로저 워터스는 이번 콘서트를 위해 길이가 12미터에 달하는 거대 돼지 풍선을 주문 제작으로 의뢰했다고 내게 설명했다. 해당 거대 돼지 풍선은 콘서트 도중 지정된 순간에 관중들의 머리 위를 가로질러 날아갈 계획이었다. 핑크 플로이드는 이번 *인 더 플레시' 투어 동안 55일에 걸쳐 미국과 유럽 전역을 오가면서 새 앨범 '애니멀스'를 홍보할 예정이었다. 로저는 네덜란드 회사 이벤트스트럭처 리서치 그룹의 제프리 쇼와 테오 보츠아이버을 통해 거대 돼지 풍선을 주문했는데 제작은 비행선 전문 제조로 널리 알려진 독일의 회사 발론파브릭 아우크스부르크가 담당했다.


다음 날 오후 2시, 헬륨 충전이 완료된 돼지 풍선 열자 '더 피그'는 런던 배터시 발전소 건물 벽면을 따라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핑크 플로이드 촉 사람들은 날카로운 각도로 솟아오르는 돼지의 비행 궤적을 통제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돼지가 드디어 비행에 성공했다는 사실에 흥분하거나 혹은 그저 안도했을 뿐이었다.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 아래에서 핑크색의 돼지 풍선은 배터시 발전소의 붉은 벽돌과 정말 인상 깊은 대조를 이루었다.


하지만 열지 더 피그가 발전소 굴뚝 중간 높이 즈음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벼락같은 광음이 올렸다. 풍선을 붙잡고 있던 견인줄이 끊어진 것이었다. 견인줄이 건물 벽을 따라서 흘러내리는 모습은 심히 불길했지만, 핑크 플로이드의 매니저 스티브 오루크와 나는 그저 웃음을 터트렸을 뿐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열지 더 피그가 히스로 공항으로 향하는 여객기를 향해 엄청난 속도로 돌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패닉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핑크 플로이드는 19G3년 영국에 세 결성된 프로그리 시브 특 밴드로 실험적이고 매닫한 사운드로 유명하다, 전 세계적으로 2억 3천만 장 이상의 음반을 판매하고 있으며, The Dark side of The Moon'은 전 세계격으로 약 4전5백만장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여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인별 중 하나로 꼽힌다. 포함, 이들은 콘셉트 앨범과 라이브 공연에서 독창지인 비주얼 장치와 효과를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음악적 입국과 역신적인 예술성을 통해 현대 음악의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Pink Floyd Meddle, inner album sleeve 1971


핑크 플로이드 앨범에 밴드 멤버들의 사진이 실리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힙노시스 스튜디오에서 핫셀블라드 카메라로 촬영했고 이후 고대비 용지에 인쇄했다. 두 번의 세션에 걸쳐 촬영한 후 함께 있는 것처럼 합성했는데, 별 게 아니라 멤버들이 시간 약속을 워낙 안 지켜서 이렇게라도 하게 되었다.

- 오브리 파월


Front cover phote shoot for

Pink Floyd Wish You Were Here, 1975


저 장면을 찍기위해 무척 애를 먹었다고한다. 몸에 불이 붙었을 때 서있는 장면이 가장 위험하다고 한다.

바람에 따라 어디로 불길이 번질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어휴 아찔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가장 인상 깊었던 커버 이미지였다.


이렇게 신박한 전시 공간이라니,

'더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의 다양한 이미지를 볼 수 있는 원형 전시관

어떻게 찍었는지는 비밀~ㅎ(다 아시겠죠?)


Pink Floyd The Dark Side of The Moon artwork, 1973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서 이미 몇 주 전에 시작한 논의였다. 앨범 제목도 알고 있었고, 음악도 다 들어 보았고, 가사도 모두 읽은 후였다. 리쳐드 라이트는 자신이 앨범 커버에서 싫어하는 유형들을 끝없이 나열했다. 그는 더 단순하고, 더 디자인스러운 무언가를 원했다. 다만, 사진은 안된다고 했다. 스톰과 나는 무기력감에 빠져 스튜디오를 나왔다

나는 <The How and Why Wonder Book of Light and Colour› 라는 책에서 삼각 프리즘으로 백색광을 무지개색으로 쪼개는 내용을 읽고 있었다.  그때 옆에 있던 소거슨이 "이제 알겠다,"라고 외치며 양손 검지와 엄지로 삼각형을 만들어 내게 보여주었다. 우리는 곧장 스케치를 만들어 핑크 플로이드 멤버들에게 제시했고, 멤버들은 시안이 이번 앨범의 음악 뿐만 아니라 시각 자료, 영상, 조명 등의 요소들이 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핑크 플로이드의 공연 스타일을 잘 대변한다고 평했다.

- 오브리 파월




그 단순함이 정말 놀랍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할 수 있다는 거죠.
역대 가장 눈에 띄는 앨범 커버인 것 같아요.

- Anton Combin (영화감독)




Track 5

GENESIS AND PETER GABRIEL


Poster of Genesis

The Lamb Lies Down on Broadway album cover, 1974


1974년 8월의 어느 날 힙노시스에 반가운 소식이 찾아왔다. 전화벨이 올렸고 수화기 너머에는 피터 가브리엘이 있었다. 제네시스의 새 앨범을 위해 작업물을 제작해 보지 않겠나는 제안과 함께였다. 가브리엘은 통화로 해당 앨범의 전체적인 컨셉을 설명하면서 힙노시스가 여기에 어울리는 발상을 떠올려 달라고 부탁했는데 이후에 도착한 편지에서 더 명확한 설명이 제공되었다. 제네시스의 다음 앨범 '더 램 라이스 다운 언 브로드웨이'는 몽환적인 시퀀스가 스토리라인 곳곳에 삽입된 더블 앨범이 될 예정이었다.


가브리엘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나서 우리는 사진으로 구성된 코믹북 스타일의 내러티브가 가장 어울릴 것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힙노시스의 직원들과 함께 연필로 대략적인 도안을 그렸고, 제네시스가 앨범을 녹음하고 있는 웨일스 카마텐서의 글라스판트 저택까지 운전해서 도안을 보여주는 것이 나의 몫이었다.

덥지만 햇볕이 화사한 여름날이었다. 나는 저택 바깥의 정원에서 밴드 멤버들과 둘러앉아 연필로 그린 도안들을 하나하나 넘기면서 힙노시스가 상상하고 있는 이미지를 설명했고 가브리엘과 제네시스 밴드 멤버 일동은 지금 말한 그대로 진행해 달라는 답을 주었다.


우리의 기획안에는 여러 단면으로 구성된 레이어링 작업과 세밀한 콜라주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 때문에 수작업 파트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난항을 겪었다. 시간도 끔찍이 소모되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Inner sleeve design, Genesis And Then There Were Three, 1978



Peter Gabriel BIKO, single, 1980


Front album cover for Peter Gabriel (II) •Melt', 1980



포토샵 효과없이 저런 효과를 내려면 어떤 노력을 했을지 눈에 선하다. 진짜 어려운 컨셉이다.

아마도 작업자에게 욕 많이 먹었을듯. ㅋㅋㅋ


Polaroid artwork 'Poster' for Peter Gabriel (Il) Melt' album, 1980


Front album cover for Peter Gabriel (I) "Seratch, 1978


아주 멋진 아이디어다. 지금도 응용해 보고 싶은 크리에이티브!



첫 앨범 커버 작업에서 나는 은빛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겠다고 제안했다.....
눈에 착용할 때는 무척 고통스러웠지만 시각적 효과는 굉장했다.
눈알 자리에 강철 쇠구슬이 대신 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 피터 가브리엘


피터 가브리엘은 은빛 콘택트렌즈 한 쌍을 눈에 낀다는 강렬한 아이디어를 즉석에서 제안했고, 이 렌즈는 그에게 미래적 기계적인 눈빛을 주었다.

- 오브리 파월


Inner sleeve and back album cover

Peter Gabriel (1) 'Car', 1977


파격적인 커버 작업 덕분에 이 앨범은 'Car'라는 별명으로 더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옥상정원에는 반가운 핑크 플로이드 'The Pig'풍선이 있었다.

정말 꼼꼼히 준비한 전시인것 같다.

소개하지 않은 내용에서도 더 많은 내용들이 있어서 꼼꼼히 보려면 2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Side B

HIPGNOSIS ANTHOLOGY



이번 파트는 힙노시스의 활동 기간 장장 15년을 한 자리에서 다룬다. 다만, 15년 동안 만든 작업이 너무 많은지라 작업물을 고를 때 어떤 구체적인 기준을 세우기가 어려웠다. 여기에 있는 이미지들은 거의 무작위에 가깝게 선정되었다. 시간순 배열 등의 논리적인 요소는 전혀 없다. 단지 봤을 때 내 마음이 이끌린다는 이유로 골랐을 뿐이다. 하지만 뒤로 물러서서 이 과거의 작업들을 함께 보면 분명 이들 사이에서 감정적인 연결고리가 보일 것이다.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더라도 당신의 시냅스들은 분명 소통하고 공명할 것이다. 잊은 기억을 일깨우거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순간이나 장소를 환기할지도 모른다. 웃긴 기억, 슬픈 기억, 오싹할 만큼 위험했던 일의 기억, 혹은 생각만 해도 털이 일어서는 아름다운 기억.

그곳에서의 빛, 분위기, 고생, 기쁨, 실망, 분노. 작업하던 동안 나는 그 모든 것을 경험했다. 그리고 이미지로 기록이 남아 있기 때문에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 오브리 파월


AC / DC Dirty Deeds Done Dirt Cheap, 1976


굉장히 인상깊은 비주얼이었다. 기획부터 진행 방식 모두 맘에 들었던 작품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은 작품을 했다는걸 알 수 있었다. 힙노시스는 역시 레전드다



작품수가 많아서 하나 하나 설명하기 어렵지만 신경을 쓰지 않은 작품은 단 한작품도 없는것처럼 보였다.

정말 대단한 프로정신이다.


마지막 나가는곳에 숨겨진 방

자칫하면 지나칠 수 있으니 꼭 챙겨서 보고 가세요~^^



후기


- 음악을 들으면서 감상하면 좋으니 이어폰 필수

- 뮤지션을 미리 알아보고 가면 더 즐겁게 콘텐츠를 볼 수있다

- 가급적 오픈런을해서 사람이 없을 때 보는게 좋을듯(평일 오전)

- 유튜브에 힙노시스 플레이리스트 들으며 전시를 되돌아 보기

- 사진찍기 좋은 장소가 많으니 힙하게 옷을 입고가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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