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유정화(2023 시민 공모작)
가난한 셋방살이
돈 벌러 나간 부모 대신
옥상에 빨래를 널던 남매에게
집주인이 건넨 초코파이 한 박스
성적보다 안부를 물어주던 선생님
터무니없는 꿈도 함께 꿔주던 친구들
낯선 도시 길을 알려준 타인들
유독 힘겹던 하루 누군가 비워든 자리
차창 밖으로 비처럼 쏟아지던 노을
나는 불행 중 수많은 다행으로 자랐다.
내가 살아온 날들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크고 작은 도움들이 있었을까?
상상도 할 수 없다.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는것은 어쩌면 이런 다행인 일들로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는 순간들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