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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채 Apr 23. 2021

이제야 보이는 기생충 속 송강호의 얼굴

기생충 (2019, 봉준호)

2021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미나리>의 부문별 수상을 예측하는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나는 <기생충>의 4번째 관람을 마쳤다. 이전 관람 때 보다 선명히 기억에 남는 것은 단연 송강호.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송강호의 얼굴'이 강하게 맴돈다. 영화 곳곳을 가득 채운 *내러티브 중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건 그의 얼굴이다. *내러티브(Narrative): 영화, 음악 등 모든 수단의 표현방식에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쓰이는 모든 기호(언어, 연기, 음향, 공간)의 총칭.


동익을 찌르기 직전 기택의 표정은 역설적이게도 이 영화 전체에서 그가 가장 진실하게 보이는 순간을 만든다. 거꾸로 말하면 이 영화에서 기택은 내내 연기하는 캐릭터처럼 보였다(그렇다면 송강호의 연기는 ‘연기로서의 연기’인 셈이다.) 자신에게 누적된 모욕감을 스스로 외면하고 살아가기 위한 연기 말이다.

그러나 오랜만에 다시 계획이 있는 삶으로 들어오자마자 그간 외면하고 있던 모욕의 감정이 다시 자극되고 누적되었다. 그래서 그의 살인 장면은 기억상실증에 걸렸던 이가 문득 기억을 되찾고 과거의 행위를 무의지적으로 반복할 때처럼 연출돼 있다.

우발적으로 첫 번째 살인을 저지른 이가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저지르는 두 번째 살인처럼 보인다고 말해도 좋다. 그러나 이 ‘두 번째 살인 같은 첫 번째 살인’ 이후 그는 불현듯 ‘정신을 차리고’ 다시 연기하는 삶으로 돌아간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본 것은 현실이라는 리얼리티 속으로 그보다 더 리얼한 무언가가 지나가는 장면이 아니었을까. 리얼리티보다 더 리얼한 그것은 무엇인가.

<재난 속에서의 웃음, 계획을 가질 권리> 중


신형철 평론가는 동익을 찌르기 직전 기택의 표정은 역설적이게도 이 영화 전체에서 그가 가장 진실하게 보이는 순간이라고 이야기한다. 영화 속 기택은 자신에게 누적된 모욕감을 스스로 외면하고 살아가기 위해 연기하는 인물이라는 것. 이에 따르면 송강호의 연기는 연기의 연기인 셈이다.


이전 관람까지는 기택의 살인 행위가 영화의 구조적인 메시지를 완성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느껴졌다. 허나 기택이 가진 맥락, 즉 계획된 삶 속에서 누적된 모욕의 감정을 외면하기 위해 무계획을 주창하던 그의 모습까지 읽을 수 있게 되었을 때 비로소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영화 기생충을 끌어가는 극 중 인물들의 힘은 고루 분배되어있다. 하지만 가장 앞단에서, 가장 강한 힘으로 극을 이끄는 인물은 기택이다. 이는 영화 속 세계를 넘어 한 사회의 표상이 된 인물, 송강호이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생충 (2019, 봉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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