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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2> 캐스팅 보드에 분개하는 진짜 이유

이윤영작가(글 쓰는 한량)의 냉정과 열정사이

무리수라는 말이 있다. 바둑 용어 중 하나로 행위가 기리(棋理)에 맞지 않은 과격한 수, 간혹 요행을 바라고 지나치게 억지를 부리지만 결국 손해를 입게 되는 수를 말한다.


◆왜 이런 무리수를 두었을까?


글로벌 K-콘텐츠의 위상을 드높였던 ’ 오징어 게임’이 시즌 2 캐스팅에 무리수를 두고 있다. 전 세계가 집중하고 있는 이 드라마의 캐스팅 탓이다. 수많은 출연진 중 유독 단 한 사람의 캐스팅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과연 이 캐스팅이 최선이었을까? 곱씹어본다.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적으로 메가 히트를 한 드라마다. 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에 방영돼 전 세계에서 부동의 1위를 한 것도 모자라 작품성까지 인정받은, 대한민국 영상 콘텐츠 사상 유례없는 과업을 이룬 바 있다. 시즌 1의 히트로 시즌 2의 제작소식이 들렸다. 반가운 마음이었다. 이 콘텐츠를 다소 늦게 접한 나로서는 시즌 2에 대한 기대감이 그 누구보다 컸다.


하지만 ‘무리수’가 된 캐스팅보드를 보자마자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물론 드라마 캐스팅은 전적으로 제작진의 몫이다. 감독과 작가, 프로듀서 등 수많은 전문가가 작품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캐스팅에 임할 것이다. 그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드라마라는 장르적 특성상 캐스팅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필 연예계에 ‘복귀’할 의사도 없었고, ‘컴백 자체를 안 하고 싶다’고 말한 이에게 배역이 주어진다는 것은 납득하기 쉽지 않다.


얼마 전까지 오랜 무명생활을 하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맹활약 중인 모 배우의 인터뷰에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나왔다. 어느 날 모 영화감독이 자신이 공연중인 연극 공연장에 '떴다'는 말이 들렸다고 한다. 일순간 분장실이 들썩였다고 한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그는 매 영화에 새로운 신인을 연극 무대에서 발굴하기로 유명한 이다. 그는 직접 서울 대학로 연극 상연장과 뮤지컬 무대를 수시로 누비며 공연을 보고, 맘에 드는 배우가 있다면 ‘N차 관람’까지 한다고 한다. 좋은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한 ‘섬세하고 다정한’ 노력일 터다. 그 영화감독뿐만 아니라 수많은 영화감독과 드라마 피디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배우들을 캐스팅한다.


이미 수년 전부터 많은 배우가 이런 과정을 통해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는 연기를 했다. 한편 꾸준히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다 연극 무대에 서는 배우들도 많다. 요즘 연기 절정인 배우 손석구 역시 9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갔다. 그의 복귀로 침체기를 겪고 있던 연극 무대는 ‘전회 매진’이라는, 한결 기분 좋은 소식으로 전환되었다.


연극과 영화, 뮤지컬과 드라마는 이렇게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어야 한다. 연극을 주로 하던 이들도 드라마나 영화 같은 매체에서 연기의 폭을 넓혀 갈 수 있고, 반대로 드라마나 영화를 주로 하던 이들은 ‘무대’로 돌아가 관객들과 날마다 호흡하며 연기의 깊이를 더 다지는 것은 배우로서 매우 값진 일이다.


드라마의 캐스팅은 철저히 제작진의 몫이다. 시청자가 캐스팅에 대해 격한 ‘의구심’을 내포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번 <오징어 게임 2> 캐스팅이 아쉬운 이유는 단순히 한 배우의 몇마디 말 때문이 아니다. 이는 시청자나 관객들에게 새로운 배우를 만날 기회를 빼앗았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무대에서 매체 연기를 꿈꾸며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는 배우들의 노력과 꿈마저 앗아간 탓이다.


이미 작품성과 흥행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굳이 무리수를 두는 이유를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짐작되지 않는다.



이윤영 작가(미디어 리터러시 연구가) 

<자기표현력>, <글쓰기가 만만해지는 하루 10분 메모글쓰기>, <어쩌면 잘 쓰게 될지도 모릅니다>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703509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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