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을 읽는 내내 그녀가 얼마나 떨린 손으로 이 메일을 썼을지 상상이 가 괜히 눈물이 났습니다.
그녀는 저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글을 썼고, 훨씬 더 오래전부터 책이라는 아름다운 세계를 만났습니다. 하지만 결혼과 육아라는 높은 장벽은 그녀를 '경력단절여성'으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옷이 자신에게 잘 맞는 옷인 것처럼 매일매일 잘 입었습니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비교적 순한 성격의 그녀는 어디를 가나 환영받았고 지인을 비롯한 아이들 친구엄마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잘 유지하며 살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녀가 아주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녀 역시 마음속에 끝내 이루지 못한 작은 소망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글로 쓰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말입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만인저자시대이고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SNS 하나만 개설하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예전처럼 지면을 구하지 않아도 스스로 지면을 만드는 세상입니다. 카페 어딜 가나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주어지고 도서관 역시 즐비합니다. 게다가 핸드폰이라는 작은 기계는 길을 가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어플을 안내해주고 있습니다.
진짜 마음만 먹으면 글을 쓸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글'이 주는 무게감에 짓눌러 글쓰기를 염원만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가장 크게 글이 주는 무게감은 둘로 나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내가 글을 쓰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두려워서
두 번째는 비루한 나의 글을 읽어 줄 사람이 없을까 봐입니다.
우선 첫 번째는 생각보다 사람들은 타인에 대해 관심이 많이 없습니다. 물론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이들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타인에 대해 그렇게까지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 두 편의 글로 그 사람에 대한 평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습니다. 어찌 사람을 한, 두 편의 글로만 볼 수 있을까요? 더 나아가 사람은 '평가'의 도구가 아닙니다. 타인을 무언가로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그 사람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지점입니다.
다음은 두 번째 무게감입니다. 비루한 나의 글을 읽어 줄 사람이 있을까입니다. 물론 세상에 차고 넘치는 것이 요즘 글 쓰는 사람입니다. 수많은 플랫폼과 다양한 매체에서는 매일 수만 가지의 글이 쏟아집니다.
여기서 우리는 내 글을 읽어 줄 사람이 많아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글을 쓰고 난 후의 문제입니다.
쓰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일단 한번 써보세요!
그리고 이후의 일은 그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습니다!
저는 2019년 47살에 첫 책 '어쩌면 잘 쓰게 될지도 모릅니다'를 썼고, 2023년 총 6권의 책을 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무모했고, 무식했습니다.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구태의연한 표현이지만 이만한 표현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