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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C Jan 29. 2016

예술 감성이 깃든 도시... 시카고 2편

#2 시카고 공공미술

공공을 위한 예술 _ Chicago Public Art 


공공미술은 미술관 안에서만 볼 수 있었던 예술 작품이 공공의 장소로 나온 확장된 미술이다. 공공장소에 설치된 미술은 누구나 쉽게 감상할 수 있으며 예술가와 대중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준다. 더불어 공공미술을 제작하는 작가들은 더 이상 자신만의 작업세계를 고집해서는 안 된다. 이유인즉 미술가는 시민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공공미술은 설치하고자 하는 지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작품에 반영하면서 대중이 보고 만지고 공감할 수 있는 공통의 스토리를  공유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공공을 위한 공공미술정책을 펼치는 대표적인 도시가 시카고이다.


문화예술이 살아 숨 쉬는 도시...

1960년대부터 공원이나 공공건물에 설치된 공공미술들을 보기 위해 매년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을 정도로 공공미술의 도시로 불리고 있다. 시카고의 공공미술 정책은 공공건물인 경우 건축비의 1.33%를 기금으로 내는 게  의무화되어 있다. 민간 건축물에는 사업주 스스로 기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세금 혜택 등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도시 전체 770여 개의 공공미술...

작가 선정 과정은 시카고 문화국의 공공예술 팀에서 진행을 하는데 50% 정도는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잘 알 고 있는 지역작가를 선정한다. 문화국의 중요한 역할은 시민단체와 지역주민의 의견을 작가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작업에 반영하도록 조율을 하는 것이다. 반면 상업적인 목적의 일반 갤러리 등의 작가 추천 의뢰는 배제를 한다는데, 당연히 미술 분야의 전문적인 의견이 중요하지만 전문가의 의견만 수렴하는 정도이고 외부적인 추천이나 의뢰는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편에서는 밀레니엄 파크의 공공미술을 살펴보았고 이번에는 도심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세계 최고의 걸작을 살펴보자.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무제(Untitled)  1967.


시카고 도심에는 20세기 최고의 예술가로 불리는 파블로 피카소의 대형 조각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피카소의 회화 작품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조각 작품은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피카소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라도 시카고는 한 번쯤은 찾아가 봐야 하는 도시 중 하나인 건 분명한 거 같다.


리처드 데일리 플라자(시청 건물)에는 그림이 아닌 피카소의 거대한 조각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광장 앞에 우뚝 서있는 “시카고 피카소”는 피카소가 1967년 시카고 시에 선물한 조각 작품이다. 도시 최고의 걸작으로 알려진 이 작품은 높이가 15.2m에 작품 무게만 160톤의 대형 조각 작품이다.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예술가 중 한 명으로 최고의 삶을 살았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1881년 스페인 말라가에서 태어난 피카소는 주로 파리에서 활동하면서 1973년 92세의 나이로 죽기 전까지 20세기 현대미술의 가장 큰 업적을 남긴 미술가이다. 또한 피카소는 약 80여 년 간의 활동기간에 5만 점의 엄청난 양의 작품을 남긴 작가이다.     


피카소의 대표적인 표현기법인 입체주의(Cubism)는 기존의 원근법과 명암법 대신 다양한 각도에서 하나의 대상만을 표현하여 재구성한 독특한 화법을 사용한다. [아비뇽의 처녀들]은 피카소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피카소 작품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시카고 데일리 광장을 찾는다. 그래서 광장에는 다양한 축제가 열리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시카고의 공공미술은 시민들과의 소통으로 인해 공공미술을 대표하는 예술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시카고의 랜드마크로 시민들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에 대한 작품 설명판


당시 피카소는 작품을 선보이기 전까지 어떠한 언급도 없이 작품을 제작하였다. 작품 제목도 정하지 않고 무제(Untitled)로 정한 이유는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에게 알아서 평가받고 불리길 원했다고 한다. 감상자의 입장을 최고로 존중한 피카소의 아이디어였다.

1967년 작품을 발표하는 날에 엄청난 기대를 했던 시카고 시민들은 작품을 덮고 있던 커튼을 거두자 한동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피카소 작품이 첫 선을 보이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비난의 여론도 생겼는데 작품의 제목도 없고 무엇을 표현했는지 알 수 없는 추상작품으로 시민들에겐 쉽게  이해시킬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난도 시간이 흐르고 오늘날에는 도시를 대표하는 20세기 최고의 작품이 되었다.


피카소는 아프리카의 원시미술에 큰 감명을 받는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단순한 문양이나 원초적인 생감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되는데 시카고의 조각 작품도 아프리카의 원초적인 형태의 모습을 받은 모습이 조금은 보이고 있다.


작품의 가치를 가격으로 따진다면 어마어마한 가격이 되겠지만 이 작품은 아이들의 미끄럼틀로 사용되고 있다. 아이들은 피카소 작품 위로 올라가 미끄럼을 타면서 즐거워한다. 그러나 누구 하나 말리거나 제지하는 사람은 없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가의 작품을 어른 아이들 할거 없이 만지고 미끄럼 타고 좋은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다.


시카고에선 작품을 일부러 훼손 하는 게 아니라면 모든 행위가 허용이 되고 있다. 왜 일까? 그 이유는 단순하다. 이 작품은 공공을 위한 예술품이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머리를 강하게 얹어 맞은 느낌이다. 역시 우리의 공공미술을 대하는 문화와는 아주 다른 생각과 모습이다.



1960년대 시카고 시는 건축과 예술은 공공을 위한 긴밀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그때부터 ‘건축 속의 예술’ ‘공공장소 속의 예술’의 개념이 등장하면서 시민들을 위한 예술 문화가 형성하게 되었고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를 위해 많은 단체와 기업들이 기금을 모금하면서 시카고의 예술이 꽃피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듯 문화예술의 다양한 참여의식이 세계적인 도시를 만들게 되었고 천문학적인 가치의 작품을 시민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시민의식이 생기게 된다.  


피카소 작품을 시작으로 시카고 도심에는 유명 예술가의 대형 작품이 설치가 되는데 두 번째로 소개할 작품은 모빌로 더욱 유명한 알렉산더 칼더의 작품이다.


시카고 공공미술의 또 하나의 상징물인 프라밍고는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이며 키네틱 아트의 선구자 알렉산더 칼더의 작품이다.



시카고 지하철 잭슨 역에서 나오면 바로 옆에 칼더의 작품을 볼 수 있는데, 칼더의 모빌과는 상반되는 스테이 빌(Stabile) 조각인 플라밍고를 만날 수 있습니다. (스테이 빌은 모빌과 반대로 움직이지 않는 고정된 조각을 뜻한다.)

시카고 연방 플라자의 넓은 광장에 높이 16m의  붉은색이 강렬한 추상조각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검은색의 연방 건물들이 있는 한 중앙에  붉은색은 더욱더 강렬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칼더의 작품 사인...1973년에 작품 설치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Stirling Calder) (1898 ~ 1976)     

칼더는 1898년 7월 미국 필라델피아의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 아버지 두 분은  조각가였으며 어머니는 화가였다. 이렇듯 예술가의 집안에서 태어난 알렉산더 칼더는 뼛속 깊이 예술가의 자질을 가지고 태어났다. 하지만 칼더의 부모는 아들이 예술가의 길을 가는 걸 반대했다. 그 당시에도 예술가의 생활은 가난하단 칼더는 1915년 스티븐스 공과대학을 진학하여 자동차 기술자, 도안사, 능률 기사, 기계 판매원, 기계 디자인 등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게 되지만 직업에 대한 만족을 갖지 못하고 자신의 꿈인 예술가의 길을 걷기로 한다.


이후 칼더는 1923년 뉴욕의 미술학교 아트 스튜던츠 리그(Art Student League)에 입학하여 회화를 공부하게 된다. 미술학교에서 드로잉을 배우게 되면서 후에 철사 조각을 만드는 기초를 다지게 되었다. 1926~1936년에는 프랑스 파리에 머물면서 몬드리안, 미로, 뒤샹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몬드리안 작업에서 큰 감명을 받은 칼더는 “몬드리안의 작업을 움직이게 하고 싶다”는 구상을 하게 되면서 지금의 움직이는 조각(Mobile)이 등장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1928년 첫 번째 개인전을 갖는 칼더는 철사로 만든 작품을 선보인다. 이후 작품의 형태를  대형화시키면서 기하학적인 추상작업으로 변화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초기의 모빌 작업은 모터의 동력을 이용한 움직임을 주는 작업이었으나 1935년 이후 동력을 이용하지 않고 자연의 바람에 의해 움직이는 작품을 선보인다. 철사에 연결된 기하학적인 형태의 면들이 바람의 영향으로 서로 균형을 유지한 채로 움직이는 모빌이 등장한다. 모빌(Mobile)은 천장에 매다는 모빌과 바닥에 세우는 두 가지 형태로 나눈다.     


키네틱 아트(Kinetic Art)의 선구자였던 칼더는 1952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조각 대상을 받으며 미국이 낳은 최고의 예술가로 인정을 받는다. 1960년대 공공조각이 등장하면서 칼더의 대형 작품들이 여러 곳에 세워지게 된다.



도심 속에 세워지는 거대한 조각 작품이 주변의 환경들과 서로 조화로운 모습을 만들어 내는 것이 환경조각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다시금 만들어 내고자 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1973년에 디자인한 작품이지만 지금 봐도 조형적으로 너무나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칼더의 작품... 이런 명품 공공미술이 도심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시카고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보면서, 새롭게 디자인 서울을 만들고자 하는 서울의 도시디자인 정책에 꼭 필요한 요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플라밍고는 주변의  검은색의 건물과의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칼더의 색이라고 풀리는 레드 칼라 색상의 조화는 광장에서 가장 강렬한 기운을  불러일으킨다.


알렉산더 칼더 웹사이트 http://www.calder.org/


           





미드타운 메인 도로를 운전하면서 공원의 마지막 부분에 다다르면 왼편에 길게 늘어선 군상이 모여 있는 모습이 눈에 띤다. 폴란드 출신의 여성 작가인 막달레나 아바카노비치의 작품으로 폴란드 교육부, 문화재단, 기타 개인 기부자들에 의해서 설치 된 작품이다.


작품 제목은 아고라(AGORA)이면 어원은 고대 그리스의 도시 국가의 중심에 있는 광장에 “모이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아고라(AGORA)는 개인적으로 시카고 공공미술 작품 중 가장 마음에 와 닿는 작품이다.



넓은 공원 잔디위에 주철로 만든 높이 3m 정도의 106개의 군상들이 90m 정도 길게 행진하는듯한 장면은 매우 강렬하다. 다양한 방향에서 모이는 것인지 여러 방향으로 행진하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군상들 사이를 걷다보면 엄숙함이 들기도 한다.





막달레나 아바카노비치는 폴란드 태생의 세계적인 여성 예술가이다. 1930년 6월 20일 몽고 유목민의 후예인 아버지와 폴란드 귀족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바카노비치는 초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가정교사로부터 교육을 받을 정도로 부유한 유년기 시절을 보낸다. 하지만 학교 친구가 없는 외로운 시절을 보내게 되면서 주변의 사물에 대한 남다른 사유를 가지게 된다.     


그녀가 9살이 되던 1939년에 독일군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2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되는 전쟁이 발발한다. 평화로운 생활은 한순간에 공포의 시간으로 변하게 되면서 아바카노비치는  수난의 시기를 겪게 된다. 어머니가 총에 맞는 부상을 당하게 되고, 아바카노비치의 가족은 바르샤바로 피난을 가지만 바르샤바 시민봉기에 의한 대폭동의 사건을 겪는다.     

 

14살이 된 아바카노비치는 자원봉사자로 일하면서 전쟁에서 죽어가는 많은 인간들의 삶과 죽음을 보게 된다. 러시아 혁명 동안 주변인들이 모두 살해되고 아버지와 그의 형제만이 폴란드를 탈출하게 된다. 이러한 성장 배경을 가지고 있는 아바카노비치의 예술 의지는 인간의 형상과 인간적 의미를 표현하는 것이다. ‘인체’가 그녀의 작업의 주제인 것이다.     



아바카노비치의 예술관은 인간의 형상과 인간적 내용을 담아내는 것이다.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체의 모티프나 형상은 중성적인 모습이다. 그것은 작가가 인식하고 있는 성(性)에 대한 근원적인 것으로 인체를 표현한 것이다.


막달레나 아바카노비치 웹사이트 http://www.abakanowicz.art.pl/



다음 아트인시티 시카고 이야기는 2월 말에 발행예정입니다.



참고문헌

문화관광부 2006 「공공미술이 도시를 바꾼다.」

김미리, 최보윤 2010 『세계디자인 도시를 가다.』

김주연, 이미림, 권양숙 2010 「도시 공간에서의 인간과 공고미술의 유기적 관계 연구」

                            시카고 공공미술 작품 사례 중심으로, 한국공간디자인학회 제5권 3호

임모나 2002 「Magdalena Abakanowicz의 작품연구」 강릉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논문

김정현 2007 「Magdalena Abakanowicz의 작품연구」 전북대학교 대학원 석사논문



웹사이트

시카고시 www.cityofchicago.org

알렉산더 칼더 www.calder.org

막달레나 아바카노비치 www.abakanowicz.art.pl


Photo by M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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