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를 잘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또박또박 정갈하게 써내려 간 글자들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오늘 해결해야 할 일들의 목록이 두서없이도 척척 진행될 것만 같았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들을 내 앞에 앉혀놓고, '당신의 치아 건강을 위하여'라는 명분의 붙여, '이런 치료는 비용이 얼마'이며 '저런 치료는 비용이 얼마'라는 것들을 늘어놓고 있자니 왜인지 모르게 내가 적어 내려 가는 글자들만이라도 정직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