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 세익스피어와 함께 세계 3대 시성이라 불리는 괴테가 스물다섯 살 청년의 때에 12주만에 폭풍처럼 써내려간 첫 소설 작품으로, 약혼자가 있었던 여인을 사랑한 자신의 경험과 유부녀를 사랑한 친구의 자살을 모티브로 한 서간체 소설이다.
이 소설은 출간되자마자 전 유럽에서 번역되어졌으며, 베르테르를 18세기 젊은이들의 우상으로 만들어 놓은 책이다. 푸른 연미복과 노란조끼를 입으며 베르테르를 흉내낸 젊은이들이 전염병처럼 퍼져나갔는데, 당시 실연당한 젊은이들의 권총자살이 유행처럼 급증하여 한때 발매금지까지 당하였다.
240년전 유럽을 들썩이게 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유럽의 독자들은 왜 이토록 베르테르에 열광했을까?
감수성이 풍부하고 재능 있는 법률가인 베르테르라는 청년이 고향을 떠나 발하임이라는 아름답고 조그마한 산간 마을을 찾아 온다. 그곳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매료되어 있던 어느 날 베르테르는 한 무도회에 초대받게 되고, 무도회로 가는 도중 로테라는 여인을 만나 첫 눈에 반하게 된다.
“그녀는 천사... 아니지, 이런 말은 누구나 하는 소리 아닌가! 그녀를 도저히 표현할 길이 없다네”
“그토록 총명하고, 그토록 순진하고, 그토록 꿋꿋하고, 그토록 마음씨가 곧고, 그토록 착한 그녀...”
“나는 지금 신께서 베풀어 주신 것 같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네”
춤을 계기로 로테와 친해진 베르테르는 그녀에게 약혼자 알베르트의 이야기를 듣고는 우울해진다. 베르테르는 로테의 약혼자로 인한 망설임은 있으나 그녀에게 향하는 마음을 감출 수 없어 계속해서 만나게 되고 그들은 다정한 사이로 발전한다.
한편 부친상을 당해 잠시 마을을 떠나있는 중이었던 알베르트가 발하임으로 돌아온다. 로테와 가까워질수록 깊어지던 사랑의 감정은 그녀의 약혼자가 돌아오면서 그 사랑의 크기보다 더 큰 슬픔과 외로운 고뇌로 바뀌고 만다.
“베르테르, 우리가 죽은 뒤에는 만날 수 있을까요?”
현실에서 불가능한 사랑에 깊이 절망하는 베르테르는 로테를 포기하느니 차라리 죽고 싶은 마음에 밀려온다. 알베르트와 로테 사이에서 괴로워하던 베르테르는 로테를 잊어보고자 먼 곳으로 떠나 보지만 걷잡을 수 없는 사랑은 더욱 뜨거워져만 간다.
여행에서 돌아온 베르테르에게 알베르트와 로테가 결혼했다는 절망적인 소식만이 들리고 다시 만난 로테는 왠지 그에게 차갑게 대한다. 그러나 서먹했던 관계도 잠시뿐, 그들은 다시 예전처럼 다정한 사이가 되어 시와 음악으로 친해진다.
한편 베르테르에게 사랑의 고통을 호소하던 한 사나이가 사랑으로 인해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베르테르는 그를 위해 변론하지만, 베르테르의 변론은 무의미하게 끝나 버리고 결국 그 사나이는 사형 선고를 받고 만다. 낙심하여 더 이상 살아갈 희망을 찾지 못하는 그에게 남편의 충고를 들은 로테가 만남을 자제할 것을 요청하게 되어 그를 절망에 빠뜨린다.
“한번만 단 한번만이라도 그녀를 내 품에 꼭 안을 수 있다면 이 끔직한 공허는 완전히 사라질텐데...”
결국 마지막으로 그녀를 찾아간 베르테르는 로테에게 키스를 퍼붓고는 절교선언을 당하고 만다. 실의에 빠진 베르테르는 여행을 빙자하여 알베르트에게 호신용 권총을 빌리게 되고 로테의 손에 의해 건네진 그 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쏘아 자살하고 만다
“로테... 당신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싶었습니다.
당신의 삶에 평화와 기쁨이 다시 찾아온다면 나는 아무런 미련없이 죽을 것입니다... 로테 안녕..“
유명인이 자살하거나 자신이 롤모델로 삼고 있던 인물이 목숨을 끊을 경우, 그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여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을 뜻하는 ‘베르테르효과’는 이 소설의 주인공 베르테르의 자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성과 지성, 합리를 추구하던 계몽주의 시대였던 당시는 거창한 사회적 가치 앞에서 사랑이라는 개인의 감정은 하찮은 것이었다. 인간의 감성과 욕망을 논하는 것조차 억압받고 배제되던 시대였기에 사랑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것은 반시대적 행위이자 미친 짓이었다.
신분, 관습, 금기 그 어떤 제약도 계산하지않고 목숨마져 버리는 베르테르의 순수한 사랑은 숨죽여 살던 젊은이들의 가슴에 열정의 불을 붙였고 시대로부터의 해방을 선언케 했으며 낭만과 순수의 시대를 연 질풍노도의 신호탄이 되었다.
괴테는 말했다.
“누구든 이 작품이 오직 자신만을 위해 쓰인거라고 생각되는 시기가 있을 걸세...
그런 시기가 자신의 생애에 단 한 번도 없다면 참으로 불행한 일이겠지...“
계몽주의 시대보다 더욱 거세게 우리를 밀어 붙이는 현대의 치열한 경쟁...
눈에 보이는 억압과 인습과 문화와 금기는 없을지 몰라도
가슴보다 머리가 앞서고 사랑보다 계산이 앞서 순수성과 열정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 시대에 사는 우리 모두에게 청년 괴테가 묻는다.
‘당신은 사랑을 위해 살고 있습니까?’
‘그 사랑에 목숨을 걸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