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적부터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였지만 편견과 현실에 집착하는 어른들 때문에 상상력의 세계를 접어 버리게 된다.
“이 모자 말이니?“
‘이게 뭐가 무섭니“
보통 많이 접하는 모자처럼 보이는 보아 뱀의 사진은 바로 어린 시절 내가 그렸던 그림이다.
하지만 아무도 내 보아 뱀 그림을 제대로 알아봐주려고 하지 않았기에 결국 나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게 된다.
“잘 보세요, 이건 코끼리를 집어 삼킨 보아 구렁이예요!”
“글쎄 난 잘 모르겠구나”
어른들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매번 설명을 해 줘야 하는 건 정말 피곤한 일이다. 그렇게 어른이 된 나는 비행사가 되어 비행기를 조종하게 되고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은 거의 잊어버리게 된다.
6년 전 어느 날 비행기 고장으로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한 나는 어린왕자를 만나게 된다. 어린왕자는 소행성 B-612에서 왔다고 한다. 그는 매일 소행성에 있는 세 개의 화산을 청소하고, 바오밥 나무의 싹을 제거하는 것이 자신의 일과였다고 한다. 그렇게 일과를 모두 마치고 난 후에 갑자기 외로움이 밀려오면 어린왕자는 노을을 바라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왕자의 삶에 작은 변화가 생기게 된다. 어디선가 날아온 장미 씨앗이 삭을 틔운 것이었다. 장미는 굉장히 까다로운 성격으로 햇볕이 너무 강하면 그늘을 만들어 달라고 하고 바람이 너무 세면 바람막이를 만들어달라고 어린왕자를 졸랐다. 하지만 어린왕자는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한 장미꽃을 위해 그 부탁을 모두 들어주었다. 그러나 그는 사사건건 투정하는 장미꽃에 마음이 상해 그 별을 떠나 여행 중이라고 한다.
첫 번째 별에는 권위적이고 높임받길 원하는 왕이 살고 있었고, 두번째 별에는 자기를 칭찬하는 말 이외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허영쟁이가 살고 있었고, 세번째 별에는 술을 마신다는 것이 부끄러워 그걸 잊기 위해 술을 마시는 술꾼이 살고 있었다. 네번째 별에는 우주의 5억 개의 별이 모두 자기 것이라고 되풀이하여 세고 있는 상인이 살고 있었고, 다섯번째 별에는 1분마다 한 번씩 불을 켜고 끄는 점등인 한 사람이 살고 있었고, 여섯 번째 별에는 자기 별도 여지껏 탐사해보지 못한 지리학자가 살고 있었다. 그리고 일곱 번째별이 지구였다.
지구에 온 어린왕자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는데 그것은 자신이 그토록 소중하고 귀하게 여기던 장미꽃이 사실은 유일무이한 존재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지구에서 흔하게 피어있는 수백송이의 장미꽃을 보게 된 어린왕자는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어린왕자는 지구에서 지혜로운 여우 한 마리를 만나게 되고, 여우로부터 알게 된 소중한 진리를 나에게 들려주었다.
‘안녕’
‘안녕.. 넌 누구니?’
‘난 여우야’
‘이리 와서 나하고 놀자 난 정말 외롭단다.’
‘난 너하고 놀 수 없어... 난 길들여지지 않았거든...’
‘아, 미안해,, 그런데 길들인다는 건 무슨 뜻이니?’
‘응, 그건 요즘엔 많이 잊혀진 말인데,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다’
‘관계를 맺는다고?’
‘우리는 지금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아니지만 만약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린 서로를 필요로 하게 돼... 너는 나에게 세상에서 둘도 없는 사람이 되고 나는 너에게 세상에서 둘도없는 여우가 되는거야’
‘아, 이제 좀 알 것 같아...’
어린 왕자는 장미꽃을 떠올렸다.
‘사람들은 자기가 길들인 것만 알 수 있어. 그런데 그들은 지금 그럴 시간이 없지... 그래서 이미 만들어진 물건을 가게에서 사는 거야... 하지만 어디에도 친구를 파는 가게는 없어. 결국 사람들은 친구가 하나도 없게 됐지...’
대화를 마치고 떠나는 어린 왕자를 향해 여우가 말했다.
‘오직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단다. 본질적인 것은 눈에 보이지 않거든... 너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 건 네가 그것에 시간을 들였기 때문이야... 사람들은 이 진리를 잃어버렸어. 하지만 너는 잊지마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너는 영원히 책임을 지는 거야...’
‘나는 내 장미꽃에 책임이 있어’
어린 왕자는 잊지 않으려고 몇 번을 되뇌었다.
나와 어린왕자는 우물을 찾아 사막을 함께 걸었다.
‘아저씨,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죠..’
‘맞아, 집이건 별이건 사막이건 그것들을 아름답게 하는걸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지..’
‘네 여우와 같은 생각이어서 기뻐요’
어린 왕자가 지구에 온 지 1년째 되던 날. 그는 나에게 그를 그리워 할 수 있는 많은 별들을 선물하고 슬프게도 그의 장미꽃 곁으로 돌아갔다.
"아저씨가 밤에 하늘을 바라보면 내가 그 별 중의 하나에서 살고 있고, 내가 그 별 중의 한 별에서 웃고 있으니까 아저씨에게는 모든 별이 다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일 거야. 아저씨는 웃을 줄 아는 별들을 갖게 될 거야. 그리고 위로를 받으려 할 때는 나를 안 것이 기쁠 거야. 아저씨는 언제까지나 내 친구가 되지. 나하고 웃고 싶어질 거고, 그리고 가끔 그냥 창문을 열겠지..."
‘어느 날 당신이 사막에서 어린 왕자를 만났다면 내가 마냥 슬퍼하고 있지 않도록 나에게 빨리 편지를 보네주길....’
어린왕자의 작가이자 조종사인 생텍쥐페리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가건 1944년 어느 여름날 정찰비행을 떠난 뒤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다. 하늘을 사랑했던 그가 하늘에서 사리지자 그의 동화같은 인생은 사람들을 더욱 어린왕자 곁으로 이끌었다.
어린왕자는 어린아이의 영혼과 눈으로 인간과 세상을 성찰한 작품으로 1943년 출간된 뒤 프랑스에서 해마다 백만 부 이상 판매되고 있고, 250여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수억부가 판매되었다. 그리고 연극, 영화, 오페라, 발레, 에니메이션으로 리메이크되고 있다.
시대와 국가를 넘어 깊은 위로와 공감을 주는 어린왕자... 수많은 어른들은 이 작품에서 무엇을 찾고 있었을까?
어린 시절 꿈꾸었던 삶과는 멀어진 사막과 같은 현실 속에서 마치 숨겨진 우물을 찾듯 순수성의 회복을 원했던 것은 아닐까?
마음의 눈을 뜨지 못해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는 시대, 둘도 없는 관계를 만들 줄 모르고 그 관계에 대한 책임을 잊고 사는 시대, 사막과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어린왕자가 말을 걸어 온다.
'당신에게도 어린아이였던 때가 있었어요... 그 시절의 순수한 꿈을 기억해 보세요... 사막속에 숨겨진 우물을 찾을 수 있답니다. 그것은 눈에 당장 보이지는 않지만 가만히 마음으로 찾아보면 뚜렷이 보일터인데... 그것이 우리가 살아야 할 본질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