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소 May 11. 2022

자가격리 수발

할일을 다하고 누우니 새벽 한시. 하아- 긴 한숨을 나도 모르게 내뱉는다. 오늘도 길고 고된 하루였다.


10시 반이 넘어서야 아이 둘을 재웠다. 평소에는 아이 재우다가 나도 잠들기도 하는데 산적한 집안일을 놔두고 잠들수가 없어 눈을 부릅뜨고 일어났다.


낮에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어지러이 놓인 그릇들 사이로 이유식 용기가 개수가 얼핏 부족해보인다. 아뿔싸, 당장 내일 먹일 이유식이 모자란다. 급한 설거지를 하고 분리수거 쓰레기를 버리고 온 후 밤 11시부터 이유식을 만들려는데 해담이가 깨서 운다. 밤수를 끊어보려고 울어도 아기띠로 재워보려 노력하던 중이었는데 지금은 마음이 급해 젖을 냅다 물렸다. 그런 식으로 서너번. 이유식을 만들어 식히고 설거지하고 낮에 아이 입에 들어갔던 것들을 소독기 돌리는 틈틈이 아이는 깨서 울었다. 엄마가 급한 마음에 자꾸 나가는걸 안건지, 연달아 먹은 모유에 속이 좀 부대낀건지 아이는 다른 때보다 더 자주 깼다.


급하게 일렁이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환했던 거실 불을 모두 끄고 아이를 안고 나왔다. 웅웅 돌아가는 자정의 식기세척기 소리를 자장가 삼아 아이는 작은 트림을 한 후 속이 편해졌는지 다시 잠을 청했고 나는 아이를 안은채 거실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할일 우선순위에서 밀려 거실에 나뒹굴던 장난감들이 발밑에서 채인다.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온다. 확진되어 격리중인 남편, 아직 손이 많이 가는 5살 첫째, 모든걸 다 해줘야만 하는 7개월 둘째. 세명의 가족을 최선을 다해 케어하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는 나의 애씀의 몸짓이 가엾기도, 스스로 대견하기도 해서. 내려놓자, 천천히 하자, 다짐하니 혼란스러운  마음의 돌부리들이 조금 정리되는 듯하다.


자려고 씻고 나와 이상하게 요며칠 쓰라리던 손을 자세히 살펴보니 주부습진이 여기저기 올라왔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묻었을 식기들을 온수로 씻고 끓인 물로 소독하고 맨손으로 쌓여가는 설거지 거리들을 수시로 만니 또 도졌나보다.


남편이 확진 판정받은지 3일차였던가. 앞으로 견뎌내야할 날들이 더 많기에 다시 무릎에 힘을 넣어본다.

작가의 이전글 첫째와 함께한 나의 두번째 자연주의 출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