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소 May 28. 2024

발리 3주살기를 결심하다

돈은 언제든 벌면 되지만 아이들의 빛나는 현재는 다시는 되돌릴수 없으므로

만2살, 5살 두 아이를 키우는 지금이 육아 황금기가 아닐까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올해 결혼 10주년을 맞은 우리 부부의 인생을 통틀어 봤을 때 인생의 빛나는 지점 중 하나를 지나고 있을수도. 이 소중한 시점에 의미있는 마일스톤 하나를 찍어 기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저귀를 막 떼고 의사를 분명히 표현할 줄 알게 된 둘째와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점점 커지는 첫째에게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더 큰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둘 다 일을 하며 현실에 매여있는 우리 부부에게 해외 한달살기는 큰 결심이 필요했지만 평소 양육 철학이 비슷한 남편과 나는 같은 결론에 이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돈이야 언제든 다시 벌면 되지만 아이들의, 또 우리의 빛나는 현재는 한번 지나가버리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으므로- 우리는 지금, 떠나기로 했다.


결심이 서자 투잡을 하던 남편은 올초, 다니던 회사에 육아휴직계를 냈다. 대기업 팀장 자리를 포기하고 나오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추진력이 강한 남편은 정작 결심을 실행할 때 큰 망설임이나 미련이 없어보였다. 장소에 구애없이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자 남편은 발리에서의 워케이션(work+vacation)을 꿈꾸기 시작했다. 발리는 실제로 세계 각지에서 디지털 노마드들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잘 알려져있어, 원격근무와 휴식 모두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나는 다행히 3주간의 휴가가 양해가 되어 우리 부부는 5월 22일부터 6월 14일까지의 여행기간동안 적어도 직장으로부터는 자유를 약속받은 몸이 되었다. 


어리다면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장기여행을 한다는 건 어떻게 보면 모험이었다. 신혼여행도 이렇게 오래 가진 않았는데 더 긴 기간을 4인 가족이 함께 간다니. 나에게도 도전이라면 도전이었다. 하지만 아이들도 도움을 주려는지, 소변만 겨우 가리던 둘째 아들이 불과 출국 몇 일 전에 변기에서 대변을 성공하는 게 아닌가! 번거로운 뒤처리 과정의 생략과 부피 큰 기저귀 짐이 대폭 줄어들리라는 기대감에 나는 크게 기뻐하며 아이를 향한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영어를 기피하고 싫어하던 첫째 딸도 영어 의사소통이 필요하다는 말에 간단한 인사말이나 자기소개 정도는 외우는 성의를 보여주었다. 아이들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여행을 준비하고 있구나 싶어 뿌듯하고 고마웠던 기억이 난다.


4인 가족 짐을 캐리어 2개에 꽉꽉 눌러싸고 새벽에 잠자리에 든 출국 전날밤.

우리의 첫 장기여행, 둘째 아이의 첫 비행이자 해외여행. 처음이 가져다주는 설렘과 기대, 약간의 걱정이 밤늦도록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 온가족이 함께 간다는 사실에 안정감을 느끼며 두근대는 심장을 이불로 억눌러보았다. 어떤 경험을 하든 우리 가족의 삶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용기있는 결단 덕분에 이 기억은 영원히 빛날거야.


둘째 아이의 말처럼 "우리 모두 다 모험을 떠나자!"


작가의 이전글 엄마가 되고싶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