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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을 보고 있으면 무작정 네 생각이 났어.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어. 마치 아득한 전생을 기억해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그러다 보름달이 뜨면 언제나 소원을 빌었어. 내 마음이 너의 마음에 그저 닿을 수 있게 해달라고, 내 진심이 너에게 그대로 전해지게 해달라고 말이야. 나는 너에게 거짓말 한 게 그리 많지 않은데 너는 항상 나를 믿지 않는 것 같아서, 네가 나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내 진심만큼은 믿어주었으면 하고.
한 달에 한 번 보름달이 뜨면 달의 기운이 너무 센 나머지 사람의 호르몬에도 영향을 미친대. 그래서 내가 절대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들을 저질렀거나 혹은 내가 왜 그랬지? 싶은 일들을 저지른 날들에는 꼭 보름달이 뜨는 날이더라는 거야. 그래서 보름달이 뜨는 날마다 나는 미친 척 모든 용기를 끌어 모아 너에게 던졌어. 백 번이 넘는 보름달을, 백 번이 넘어가도 사그라지지 않는 용기나 열정 같은 것들을.
있잖아, 나는 항상 네가 보고 싶었어. 언젠가부터 내가 너를 정말 사랑하는 건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졌어. 그 누구와 함께 있어도 외로운 내가 너랑 있으면 하나도 외롭지 않을 것 같아서, 그리고 어쩐지 너도 꼭 같을 것만 같아서, 그냥 네 손을 꼭 잡아보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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