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고등학교1학년 담임선생님이자 얼마전 대학교수를 퇴임하신(제 담임선생님이셨을 때 생물학 박사논문하셨고 다다음해에 교수가 되셨습니다.) 김남일 선생님께서 며칠 전 제게 해주신 말씀입니다. 향수책 <아이 러브 퍼퓸>이 나오고 오프라인 행사를 하는 요즘 질문들을 받게 됩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질문이 있습니다.
"오하니 조향사에게
'향'이란 어떤 의미안가요?"
라는 질문입니다. 그 질문에 대한 저의 대답을 김남일 선생님의 말씀을 빌어 전해드립니다.
책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여러 번의 수술을 했습니다. 출판 계약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수술을 하게 되었드랬죠. 퇴원을 하고 돌아와 몸을 추스리면서 집필을 하고, 이순신 향수를 조향하던 어느 봄날. 햇살은 참으로 더할나위없이 따스했고 봄바람은 눈물날 정도로 정겹고 포근했습니다. 창문을 열자 거실의 하얀 커튼은 살랑살랑 춤을 추기 시작했고 그 때 마침 흘러나오던 노래가 바로 루이 암스트롱이 1967년에 발표한 'What a Wodnerful World'였습니다. 차갑게 굳어있던 땅을 박차고 나오는 새싹들의 말랑말랑한 연한 녹색의 색깔과 함께, 그 푸르른 봄내음을 만날 때, 노래에 맞춰 잔잔한 파도처럼 넘실거리던 커튼과 이 노래의 순간이 떠오릅니다. 삶의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재즈 역사에 전설로 남게 되는 루이 암스트롱의 목소리에는 묵직한 그러면서도 산뜻한 희망이 담긴 삶의 향기가 묻어있습니다. 그래서 가끔 삶의 파도가 너무 커서 무릎꿇고 싶어질 때 이 노래를 들으며 길게 숨을 들이키고 내쉬어봅니다.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삶이 얼마나 향기로운지를
다시 한번 떠올리면서요.
그걸 일깨워주신 김남일 선생님, 늘 고맙습니다.
쌤이 이 말씀 주실때의 순간이 떠오릅니다. 쌤의 애정곡 김광석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던. 먹는 거 좋아하는 푸디(foodie)인 제자 따라서 여기저기 돌아다니시느라 피곤하셨을텐데도 제자의 다음 약속장소로 운전해주시던 울 쌤! 최고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