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IT 업계의 큰 화두 중 하나는 바로 인공지능이었다. 구글 알파고와 IBM 왓슨과 같은 브랜드 인지도 상승 이외에도 딥러닝, 머신러닝과 같은 인공지능 기술 또한 우리에게 많이 회자되었다.
인공지능 분야가 단순 소개를 넘어 실제 활용의 단계로 넘어가면서 데이터의 중요성 또한 자주 들려왔다. 바로 이 지점에서 사물인터넷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엿보게 되었다. 우리 일상 생활을 보다 더 똑똑하게 이해하기 위한 재료로써 말이다. 인터넷 또는 모바일 서비스처럼 사이버 공간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영역은 상대적으로 쉽고, 그 활용의 성숙도 또한 높은 분야다.
그러나 인간의 일상 생활을 보다 잘 이해하는데는 사이버 공간의 데이터 이외에도 실제 물리 공간에서의 활동 데이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TV의 특정 프로그램의 맛집 소개를 보면서 모바일로 주문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지금까지는 모바일 주문이라는 행위는 모바일 서비스상의 데이터를 이용하여 어떤 업종의 주문이 어떤 시간에 일어났는지는 알 수 있었지 그 사람이 어떤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다가 주문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사물인터넷 기술이 결합된다면 이런 접점을 찾기 쉬워지고, 서비스 공급자나 소비자 모두에서 보다 정교한 서비스가 가능해 지는 것이다.
2017년도를 지나면서 기술적 성숙도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졌다. 그러나 사물인터넷 시장의 확대를 위해서는 우리 생활에서 의미있게 느낄 수 있는 서비스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에 대답해야 한다. 또한 일부 얼리어답터나 통신사 주도의 결합상품으로 사용 인구는 증가하였지만 보다 더 강력한 시장 확대의 동인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2018년도의 사물인터넷 시장은 어떤 모습이 될까?
우선 인공지능 시장의 촉매제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 스피커의 경쟁이 사물인터넷 시장의 동인이 될 것이다. 국내는 이미 포털, 통신사, 제조사 모두가 인공지능 스피커 제품을 출시하고 있고, 그 경쟁은 점점 심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스피커 본연의 음악 청취와 질의응답 등의 기능이 기본적으로 중요하지만 이들 기기의 주요 기능 중 하나로 소개하는 것이 바로 사물인터넷과의 결합이다. 음성이라는 사용자 경험을 통해 나오는 자유도를 기존 물리적 이동 또는 리모컨을 통한 조작을 대체할 수 있다면 분명 지금까지와는 다른 고객 가치를 줄 수 있게 된다. 스마트 전구 하나로는 모바일 앱을 열어서 불을 끌 수 있지만 과연 이를 위해 스마트폰을 켜고, 앱을 실행하는 경험이 최선인지는 항상 의문이 있었다. 그러나 인공지능 스피커로와 결합된다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그냥 말하는 것으로 전구를 끄는 사용자 경험의 근본적 변화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커넥티드 기기의 일상화이다. 2018년부터 구매하는 제품의 대부분은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커넥티드 기기이다. 지금의 스마트TV처럼 기기의 기본 기능으로 인터넷에 연결되는 경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제조사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분명 2017년까지는 최고급 모델 일부에 적용되었다면 올해부터는 중간 또는 최하위 모델까지도 그 적용이 확대됨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단품 중심의 공급이었다면 이제는 공간을 중심으로 사물인터넷 서비스 경험이 고객에게 다가갈 것이다. 10년전 아파트 입주하면 기본적으로 설치된 홈넷 기기들처럼 앞으로는 신규 아파트에 입주하면 커넥티드 가전과 스마트홈, 인공지능 스피커까지 결합된 상품을 쉽게 이용하는 분위기로 전환하게 될 것이다. 최근 이미 몇몇 건설사들에 의해 가전제품까지 모두 분양가에 포함하여 제공하는 사례를 통해 그 미래를 엿볼 수 있다. 물론 신규 아파트와 같은 접근이 아니더라도 리모델링, 인테리어 시장에서의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2018년 사물인터넷 시장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했는지 그 성과를 이야기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황재선 neovis@gmail.com 필자는 IoT이 가져올 우리 삶의 변화를 예측하고, 연구하는데 관심이 많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프로그래밍을 시작해, 지금까지 8권의 IT 서적을 집필/번역할 정도로 IT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그 변화의 흐름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 본 글은 넥스트데일리(전자신문계열)에 기고한 컬럼입니다.
http://www.nextdaily.co.kr/news/article.html?id=20180103800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