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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재선 Nov 06. 2020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기술보다 사람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키워드가 기업 시장을 흔들고 있다. 많은 기술 기업과 컨설팅 업체가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로 판단하였고, 엄청난 마케팅을 통해 기업 담당자들의 조급함을 유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이야기하면서 자신들의 솔루션을 도입하지 않으면 시대에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이런 현상은 바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비즈니스의 한 분야로 이야기하지만 지금까지는 여러 기술들이 그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기업의 중요한 구성 요소인 사람과 프로세스를 빼고 단순히 기술만 가지고 디지털로의 전환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이야기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성공 사례 이면에 있는 구성원들의 디지털에 대한 인식과 조직 문화의 변화, 기업 내의 불필요한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보다 본질에 집중하였다는 이야기에 우리는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는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를 추구하면서 구성원들의 디지털 활용 역량을 높이고 여러 기술을 바라보는 시각, 일하는 방식과 업무 프로세스 또한 변화에 맞춰 새롭게 디자인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기업 구성원들의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그 결과 구성원이 변화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비즈니스로의 전환을 이루어 나가는 여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야기하면서 기술과 비즈니스에 많은 주목을 하였지만 이제는 이를 위한 사람과 일하는 방식, 그리고 프로세스에도 주목해야 한다. 


1990년대 처음 소개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은 사회 전반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전통적인 사회 구조를 혁신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후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를 거치면서 디지털 기술은 우리 일상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켰다. 아마존이 처음 인터넷으로 책을 판다고 했을 때 많은 미디어가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는 조롱 어린 비판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세계 1위 쇼핑몰이 되었다.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고, 세상의 변화를 외쳤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의식주를 위한 일상생활의 서비스뿐만 아니라 업무 환경에서도 스마트폰은 필수 기기가 되었고 스마트폰 없는 세상으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이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도 비슷한 괴적을 걷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2019년 4차 산업 혁명이라는 키워드와 같이 시장에서 회자되었고, 기업 생존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기업 생존의 중요한 요소라는 의미는 무엇 때문일까? 이는 다른 기술 트렌드와는 달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단순한 기술 기반의 혁신에 그치지 않고 경영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는 혁신을 다루고 있고 더 나아가 비즈니스 모델의 전환까지도 그 범위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를 보더라도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변화시킨 사례들이 많다. 변화의 바람은 IT기업뿐만 아니라 전통 산업에 속한 대기업 및 중소기업들에게까지 확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유행을 반영하듯 일부 기업들은 직원들의 디지털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역량 향상을 위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고, 구체적인 실행을 위해 전문 기관으로부터 컨설팅을 받고 전담 조직을 꾸리는 기업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 같은 관심은 민간 기업뿐만 아니라 공공 부분에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 주도의 4차 산업 혁명 위원회가 발족하고 기반 기술에 대한 투자와 규제 완화가 논의되는 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서 새로운 사업을 육성하자는 이야기도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무엇이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말을 붙이기만 하면 마치 성장 산업이 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20여 년 전부터 언급되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갑작스레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통기업에서 IT, 플랫폼 기업으로의 비즈니스 모델의 전환과 혁신이라는 비전 때문일까? 물론 비전도 중요한 요소지만 더욱 중요한 부분이 인공지능 기술처럼 기술 자체의 성숙도가 이전과는 달리 상당한 수준으로 높아져 비전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현실성 있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신뢰가 쌓였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 블록체인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들이 단순한 시도와 트렌드를 넘어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클라우드 시장에서는 아마존 AWS, 마이크로소프트 Azure, 구글 GCP로 대표되는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시장 점유율 향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인 데이터 센터를 사용하는 방식에서 몇 번의 클릭으로 서버 자원을 할당받아서 사용하고, 그들의 많은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퍼블릭 클라우드의 사용은 이제는 기업 인프라 환경의 기본이 되어가고 있다. 빅데이터 분야에 있어서도 하둡을 넘어 스플렁크(Splunk),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 등 전문 솔루션들의 활용이 상당히 확대되었다. 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별도의 데이터 전문 조직을 만드는 것에도 관심이 많아졌고, 데이터 분석 과정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운영 비용을 줄이는 유의미한 결과도 하나씩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 또한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은 더 이상 학계의 기술이 아니라 다양한 산업 분야 혹은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로 활용되고 있다. 알파고로 대표되는 딥러닝 기술의 저변 확대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스피커를 위한 자연어 처리 분야, 자율주행 자동차 등에서의 활용되는 비전 인식 기술 등 인간의 오감을 대체하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은 그 끝이 어디까지인지 예측하기도 어려운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기반 기술의 성숙도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여전히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효과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실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관심이 많은 전통 산업에 속하는 기업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눠봐도 비슷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IT 기반 자체가 주력 사업의 핵심이 아니고, 지금까지는 일종의 전산실과도 취급해왔던 분야가 주력 사업의 중심부로 들어오는 것에 대한 일종의 저항감의 표출일 수도 있다. 물론 이들 또한 현재 상황의 변화를 위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실행해야 한다는 명제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자신들의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하고, 무엇을 실행하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의견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IT 기술의 큰 도움 없이 오랫동안 기업 내에서 자리 잡고 있던 비즈니스 모델이나 프로세스 등을 디지털로 전환할 수 있겠냐는 질문부터 이러한 기술 도입이 얼마나 효율적인지, 그냥 듣기 좋은 유행일 뿐이라는 의견까지, 언제나 그래 왔지만 변화에 대한 저항과 부정적인 의견 또한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19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야기할 때 상징과도 같았던 GE Predix가 실패하였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GE는 2013년부터 자사의 사업 분야-전기, 에너지, 철도 등-에서 사용되던 각종 산업 장치들을 디지털로 전환해서 일종의 산업 인터넷 플랫폼 ‘프레딕스’를 출범하지만 프레딕스 자체가 신규 사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각 계열사의 디지털 자원을 보충하는 정도로 끝나버렸다. 제조 기반의 GE가 디지털 중심의 회사로의 변신을 선언하고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던 GE Predix의 실패 소식은 디지털 전환을 외치던 관계자들에게는 실제로도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전통 기업에서 IT 기업으로의 변화 시도가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으니, GE를 벤치 마크하면서 혁신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여러 가지 변화를 시도하던 기업들에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여전히 유의미한가라는 질문을 다시 한번 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그리고 2020년, 너무나 잘 아는 것처럼 우리 일상에 큰 충격이 전해졌다. 바로 코로나19로 우리의 모든 라이프 스타일이 한순간에 바뀌어 버린 것이다. 코로나19는 일상의 변화뿐만 아니라 기업의 경영 환경도 바꾸어 버렸다.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갑작스러운 셧다운을 맞이하는 기업이 생겨났고 준비되지 않은 채 재택근무가 실행되었다. 지금까지 시장을 주도하였던 오프라인 기반 기업의 실적이 추락하고 언택트로 대변되는 IT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비대면 환경이 일상화되었고, 화상회의가 익숙해지는 등 디지털이 우리 생활 속에 쑥 들어와 버렸다. 아무도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돼버렸다. 


마이크로소프트 CEO인 사티아 나델라는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2년에 걸쳐 진행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단 두 달 만에 완성되었다고 이야기하였다. IT 기업뿐만 아니라 전통 산업의 많은 기업들이 이전에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직원들의 재택근무를 반강제적으로 시행하면서 일부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점점 더 안정을 찾아가고, 기업 생산성에 큰 변화 없이 업무가 진행되고 있음을 스스로 체험하고 있다. 대면 문화가 익숙하지만 비대면인 화상으로 회의를 진행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기업의 내부 문화도 변화하였다. 더 나아가 원격 근무를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클라우드 상의 협업이 중요해졌고, 지금까지 IT에 대한 투자에 인색하던 기업들조차 다양한 디지털 도구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 솔루션의 실적 발표에서 10월 들어 일간 활성 이용자 수가 1억 명을 돌파하였고 4월 이용자 대비 53% 증가한 수준이라는 놀라운 실적을 발표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이후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기업 환경은 이전과는 너무나 다른 환경으로 바뀌어 버렸다. 매일 출근하던 사무실이 아닌 각자의 가정에서 모니터를 보고 화상 회의를 하는 상황이 어색함을 넘어 아주 오래전부터 그렇게 해왔던 것처럼 익숙한 상황처럼 느껴졌다. 그러면서 그동안 문제가 되지 않은 각종 문제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작게는 회사에서 지급받은 노트북의 비밀번호를 잊어버렸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것부터 회사의 다양한 시스템 접속 오류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등 변화된 환경이 아니었다면 도출되지 않았을 각종 문제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물론 일부 미봉책도 있었지만 많은 기업들이 IT 기술을 활용하여 이런 변화에 대응하였다는 것만으로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의 변화가 새롭게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지금까지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직원들의 사용자 경험에도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회사 차원의 일방적 사용자 경험의 강요가 아니라 좀 더 간편하고 각종 메뉴들도 찾기 쉽게끔 소비자 수준으로 회사의 IT시스템을 개편해나가는 기업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기술 중심의 이야기였다면 이제는 구성원, 즉 직원들의 디지털 경험 향상이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더 나아가 사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에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뜻이다. 


원점으로 돌아와 보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기업들은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많은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기대하는 것은 바로 ‘지속 성장’ 일 것이다. 하지만 지속 성장이라는 단어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지금까지 고속 성장을 해오던 기업들도 100년, 아니 10년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속 성장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본질적인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란 디지털(Digital)이라는 수단을 가지고 전환(Transformation)을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기업 환경의 IT 도구가 새롭게 도입되고, 투자가 확대되는 등 여러 디지털 기술과 도구가 이야기되고 있지만 디지털은 수단이지 목적은 아니다. 이러한 디지털이라는 수단, 즉 기업의 디지털 역량인 디지털 기술과 도구, 구성원들의 디지털 역량, 디지털 문화와 조직체계라는 수단을 가지고 기존 주력 제품 및 서비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고객의 접점뿐만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까지 디지털로의 전환 대상으로 삼는 것이 바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다. 그 결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의 혁신이나 기존 제품의 디지털화 및 운영 효율화의 혁신을 달성하는 것이 바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개념과 범위라 할 수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야기하면서 지금까지는 여러 기술들이 그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사람과 프로세스를 빼고 단순히 기술만 가지고 디지털로의 전환은 성공하기 어렵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기업 구성원들의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그 결과 구성원이 변화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비즈니스로의 전환을 이루어 나가는 여정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기술과 비즈니스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사람과 일하는 방식, 그리고 프로세스에도 주목해 보자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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