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시장에 소개된 DT는 기업의 지속적 성장과 혁신에만 너무 편중되어 소개된 경향이 있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대부분분의 성공 사례가 비즈니스 모델 전환에만 집중되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사이렌 오더는 핸드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음료 주문과 결재를 진행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에만 집중하다 보면 DT가 너무나 멀고, 당장 우리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질 수 있다. 앞에서도 강조한 것처럼 DT는 구성원들의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우선이고, 이를 토대로 비즈니스 전환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기술은 그 과정에서 가능성을 열어주는 역할이다. 그래서 주인공이 누군인지가 분명한 여정이라고 이야기했다.
어느날 CEO가 “이제부터 우리 회사를 디지털로 전환하겠다”라고 선언하는 것으로 DT가 자연스레 되지는 않는다. 이는 디지털에 익숙한 거대 IT 기업 조차도 쉽지 않은 일이다. 기존 사업을 진화시키는 것도 어려운 데, 이를 디지털로 전환한다? 상당한 투자와 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모두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기업의 체질 변화는 다른 성공한 회사를 따라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다른 기업의 DT 사례를 그대로 우리 회사에 실행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다. 설사 그 회사가 해당 분야에서 1위를 달리고 있던 기업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교수의 ‘파괴적 혁신’의 대표적 사례로 소개되는 넷플릭스와 블록버스터의 운명에 대해 살펴보자. 다들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우리가 비디오 대여점으로 기억하는 블록버스터는 전국적인 대여점을 확보한 곳으로 고객들에게 DVD를 대여해주고 수수료를 받고, 지연 반납 시 연체료를 추가로 챙기는 것이 주된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이에 반해 넷플릭스는 구독 모델을 선택하면서 우편으로 DVD를 보내주고 다시 우편으로 돌려봤는 모델을 선택했다. 이미 구독 모델로 일정 비용을 지불하였기 때문에 추가 연체료 같은 것은 따로 징수하지 않았다. 이같은 비즈니스 모델의 결과는 어땠을까? 다들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블록버스터는 파산했고 넷플릭스는 OTT서비스(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 영화, 교육 등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나가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블록버스터도 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 연체료를 받지 않는 모델을 채택하기도 했고 OTT서비스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회사는 결국엔 파산해버렸다.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새로운 변화를 위한 충분한 준비가 조직적으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블록버스터의 사례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변화를 위한 준비를 내부적으로 해놓지 못한다면 어떤 기업이든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이건 나아가 변화의 당위성을 아는 것과 그걸 내부적으로 옮겨서 성공시키는 것과는 무척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즉, 거창한 DT에 자꾸 매달려 컨설팅만 받고 논쟁만 할 게 아니라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물론 이 조차도 모든 기업들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는 할 수 없다. 기업마다 사정과 분위기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 문화를 디지털 친화적으로 바꾸겠다고 하다가 진짜 중요한 사업 변화를 놓칠수도 있다. 그래서 경영자는 이 모두를 신경 쓰고 어떤 로드맵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적용해나가야 할지 잘 고민해야 한다. 때로는 전사적인 일괄 적용이 아니라 부서별로 DT의 순서를 달리한다 거나 하는 요령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런 관점에서 기업에서 고민해야 할 DT의 대상을 한번 정리해보자. DT는 디지털 역량을 활용해 특정 대상의 혁신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세부적으로는 디지털 역량에 해당하는 기술과 도구, 문화 등을 혁신하는 일이 있다. 그런다음 이들 디지털 역량을 이용하여 기존 주력 제품 또는 서비스를 디지털화 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때로는 업무 프로세스의 혁신도 진행할 수 있다. 이 모두가 DT의 한 부분이다. 그리고 이 모두에는 DT를 수행하는 사람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DT는 지금까지 총 세 번의 진화를 거쳤다. 이 과정을 보면서 우리 회사의 DT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DT의 첫 번째 진화는 2000년대 인터넷이 본격화된 닷컴 시절에 일어난 디지털 인프라 기반 구축이다. 당시 인터넷 활용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전통 음반에서 MP3 같은 디지털 음원으로, 비디오나 DVD 영상에서 디지털 VOD로 관련 상품들이 다양하게 등장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오프라인 비즈니스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온라인 서점이 등장하며 오프라인 서점을 위협했고, 리테일 매장을 대신하는 수많은 이커머스 서비스가 선보였다. 이들 서비스를 가능하게 만든 기술이 서버/클라이언트 시스템과 네트워크였다. 이 시기를 거치면서 각 기업은 물론이고 개인들에게 디지털 인프라가 구축되기 시작했다. 우리가 대형 미디어 대신 온라인 매체에 광고를 하는 등 디지털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2010년대 모바일 시대를 거치면서, 디지털 기반이 확대되던 단계이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유료로 앱을 구매하거나 인 앱 구매를 하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는 기존의 오프라인 상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던 것과 달리 디지털 아이템을 모바일상에서 판매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그리고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SNS가 보편화되었고 유튜브 같은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도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미디어 시장의 변화도 가속화되었으며 상품 광고 시장도 모바일로 옮겨오기 시작했다. 빠른 시간안에 글로벌 서비스로 확대가 되었고,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 전 세계 인구 10억명 이상이 사용하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2020년이 시작되며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인공지능(AI), 빅데이터(Big Data) 등은 한단계 더 진화 중이다. 지금까지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았던 기기와 공간이 인터넷에 연결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각종 데이터는 클라우드를 통해 분석이 되고, 인공 지능 기술을 활용해 발견된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다. 세번째 진화라 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DT의 세번째 진화에 대해서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모든 쇼핑은 이제 모바일을 통해서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C는 여전히 공용의 개념이 있다 보니 개인 인증 절차가 까다롭지만, 핸드폰은 개인화 된 도구이다 보니 신분 인증이나 보안성 면에서 PC보다 훨씬 간편하다. 이런 점 때문에 모바일을 통한 쇼핑과 결재는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새벽배송이나 당일배송 같은 물류 인프라 발달과 결재의 간편성으로 모바일 커머스 시장은 기존 홈쇼핑이나 오프라인 마트 매출을 훌쩍 추월했다.
일반 소상공인들의 커머스 진출 참여도 쉬워졌다.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를 필두로 누구나 온라인에서 자기만의 쇼핑몰을 개설하고 자신의 사업을 디지털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이 가능했다. 이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개인이든 모두에게 적용되는 얘기다. 품목보다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유형의 상품은 물론이고 디지털 컨텐츠나 강의 같은 무형의 상품까지. 이런 변화는 개인의 참여로 인해 더욱 확대되고 있다.
개인 사업자들에게까지 DT의 영향력이 강해진 데에는 코로나19라는 상황도 있지만 강력해진 배송 서비스도 한몫을 한다. 배달앱을 매개로 매장이 아닌 공간에서 음식이나 물건을 팔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기존의 유명 음식점이나 맛집들도 자체적으로 주문 전용 매장을 만들어서 새로운 수요에 대비하고 있다. 이 또한 DT로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그곳에서 핸드폰을 이용한 주문을 하거나 키오스크를 활용해 주문을 한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다.
DT를 준비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 하나만 더 얘기하고 이번 글을 마치고자 한다. 그것은 DT를 통해 내가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것이다. 문제를 만들지 못하고 문제를 정확히 도출해내지 못하면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그리고 의견만 분분할 뿐이다. DT를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기술을 놓고 해석하기 시작하면 성공적인 DT를 해낼 수 없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서 우리에게 주어진 문제가 당장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부터 해야 한다. 그에 따라 DT 방법도 순서도 틀려진다.
앞으로 이야기할 DT는 대기업에서부터 개인까지 그리고 작게는 디지털 환경을 구축하고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방법부터 크게는 새로운 혁신을 위한 준비까지 다양하게 다룰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의 사람과 조직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계속해서 강조해 얘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