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

by 이장순

나는 오늘 밤 자살했다 죽은 것일까
검은 머리가 나풀거리고

거리고 추운 날씨인데 추운 것을 모른다.

자정에 부모님께 인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지금 사람들 틈 속을 흐느적거리지만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다.


(장주인 씨 들려요)

아까부터 나를 따라오며 물어오는 검은 양복 사람은 저승사자인 듯하다.
물음에 대답하면 그 길로 이승을 떠날 듯하여 마지막으로 그를 보러 가고 있다.

(장주인 씨 장주인 씨 )

저승사자가 나를 흔들어 대고 있다.
소용이 없자 그는 내 뒤를 따르고 있다.

나는 죽은 것 같지만 내 죽음이
그에게 전달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그에게 버림받았다.

십 년의 사랑이 진심이 아니었다.
어제 우리는 마지막 술잔을 나누고 말았기에 그에게 별다른 충격을 주지 못할 것이다.
삼십 분의 긴 걸음에 도달한 그의 아파트 그는 말했었다.
"십 년 있다 결혼하자 십 년이 지나면 우리는 근사한 곳에서 아름다운 결혼식을 올릴 거야
나는 너를 근사한 여왕으로 만들어 줄 거야 "

같은 운명공동체 우리들이라 우리들이라 믿었다. 죽음까지도 같이 하는

나는 행복한 십 년을 사랑이라 믿었다.
그녀가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리 알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하리라는 사실을 믿었다. 배가 자초돼도 배속으로 물이 스며들어도
우리는 서로의 로드맵이라 믿었다.
틀어진 길이라도 지표가 되어 줄 것이라고 믿었다. 십 년 하루를 기념하기 위한 자리에서
그는 나에게 이별을 말했었다.
"미안해 나는 진짜 사랑을 만났어
그녀를 사랑해
그녀 없이 죽을 것 같아
나를 봐줘 나를 사랑하잖아 "

그래서 이별했다. 그 안에 다른 사람이 존재해서 존재하는 사람이 내가 아니라서 이별했다.
시크하게 웃으면서 축하한다면서 보냈다
나의 사랑으로 너를 살렸지만 나를 죽였다.

아파트 문안에서 다소곳한 그녀의 소리가 들리고 그가 웃고 있다 십 년을 보면서 보지 못했던 그의 웃음소리가 행복하게 들린다.
벽을 통과해서 본 그의 모습이 그가 그녀가 웃는다.

미소진 입술 꼬리가 그리 고운지 이재 알았다.

"행복할 거야 나는 너도 행복하렴 "
그런 말 따위는 해줄 필요는 없었다.

네가 없는 나의 세계는 죽었으니까.


"죽으니 별거 아니죠 후회하시나요
세상은 구운몽 이라죠 저들은 저들의 구운몽을 꿈꾸게 하고 장주인 씨는 어떤가요 주인 씨는 주인 씨의 꿈을 꿀 까요 죽음이 자살이 최선일까요
자 대답하세요 주인 씨 장주인 씨 이름이 맞나요 " 저승사자의 말에 말했다.
그와 이재는 끝이 났으니까
( 장주인 맞아요 나는 장주인 입니다 )

저승사자의 가지런한 하얀
이가 반짝이면 눈이 감겨온다.
나는 죽은 것이다 오늘 죽었다.
숨을 쉴 수없이 답답하고 순간적으로 밀려드는 고통 속에 하얀 의사복이 펄렁인다.
"이름이 머에요 목소리 들려요 "
살은 것일까 살아난 것 같다
눈에 보이지 말아야 할 저승사자가 의사 가운을 입고 웃고 있으니 말이다.
꿈속 저승사자의 말처럼 늦었지만
나는 나의 구운몽을 꿈꾸어야 할 것 같다.
"장주인 씨 목숨을 소중히 하셔야죠"

저승사자의 얼굴을 지닌 의사가 멋진 미소와 눈꼬리가 초승달처럼 휘어지면 말을 걸어온다 도도한 장주인은 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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