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대하여
아마도- 내가 이런 편지를 보내고 있다고 해도,
너는 여전히 유투브의 재미있는 영상들이나, 드라마 같은 것을 보며 '아, 해야 하는데….' 하고 생각하고만 있곘지. 뭐- 재밌으니까. 나도 여전히 그 영상들을 보는 것을 좋아하고.
그에 반해 영감님들을 찾으려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일, 삶을 다채롭게 칠하기 위해 여러 경험을 해보는 일.
사실 이것 모두 사전에 어느 정도 너의 수고로움이 필요한 일이야.
어쨌든 '새로움'을 받아들어야 하는 것인데, 그 과정이 생각보다 귀찮기도 하고,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거든.
요즘 나는 아보카도로 과카몰리를 만들어서, 이런저런데에 얹어먹는 것에 맛이 들렸어.
그런데 아보카도는 후숙과일이라서, 사가지고 와서도 최소 하루나 이틀 정도는 실온에 두어야 먹기 가장 좋은 말랑말랑한 상태가 되거든. 또 과카몰리를 만들려면 으깨기 좋도록 아주 말랑말랑할 때까지 후숙시키는 게 좋은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그 며칠을 기다리기 귀찮고, 번거로워서 하루는 아직도 껍질에 초록빛이 선명한 아보카도를 까고 말았어. 너무나도 싱싱해서 사과처럼 아삭아삭한 그 아보카도를 마주한 나로서는 정말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
후숙을 거치지 않은 아보카도.
그걸로 원래 좋아하는 식감의 과카몰리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칼로 다져도 보고, 마늘을 빻거나 할 때 쓰는 작은 절구를 가져와서 빻아도 봤지만 결국은 실패하고 말았어.
대신 토마토 다진 것을 평소보다 많이 넣어서 얼추 비슷한 식감을 내고, 일단 다진 아보카도가 들어갔으니 맛이 아주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약간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어.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후숙한 아보카도와 식감은 아주 비슷해지는걸 알게 되었는데, 하루이틀이라도 후숙을 거친 것보다 달큰한 맛이 덜해서, 이 또한 조금 아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해.)
우리가 하려는 일들도 비슷한 것 같아.
아보카도처럼, 후숙 전에도 먹을만은 하지만, 후숙을 거친 아보카도로 만든 내 과카몰리는 그 맛이 환상적이라는 거지. 다만 그 후숙 과정이 너무너무 귀찮고 길게 느껴진다는게 문제지만.
영감님들을 만들어가는 일, 그리고 여러가지 경험을 쌓는 일들은 '후숙'과 같은 일이라고 생각해.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임시방편도 존재하지만, 후숙을 거친 아보카도만하지는 못하다는 것은 알고 있어. 분명 이 뒤에는 지금보다 더 달콤한 것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지만, 그래도 귀찮고 번거로운 것은 마찬가지라고.
그리고 어쨌든- 지금 들고 있는 아보카도도 꽤나 먹을만한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 말이야.
그런데 그거 아니? 아보카도는 호일로 싸거나, 사과와 함께 두면 좀 더 빠르게 후숙이 된다는 사실.
영감님들을 만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경험을 하기까지의 과정이 후숙 과정이라고 한다면, 나는 인터넷이 호일이나 사과와 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영감님들을 만나고, 또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 자체는 너무너무 좋지만 그걸 준비하는 과정은 사실 아보카도를 후숙하는 과정만큼 귀찮고 번거로울 수 있거든.
이때 인터넷을 잘 활용하면 꽤 유용해.
우선- 외출을 할 때 네 이어폰에서 노래가 흘러나오는 동안이라도 잠깐 검색을 해보는 것은 어때?
실제로 지금의 내 곁에 있는 '영감님'들 중 여러 명이 온라인 채널을 통해 만나게 된 사람들이야.
온라인을 통해 알게 된 강연회를 가서 만났던 사람들도 있고(강연자님 포함),
내가 꼭 만나고 싶어해서 메일 주소를 찾아내서 연락을 드리고 만나게 되었던 사람들도 있었고.
그리고 최근에는 이런 모임과 강연들을 적극적으로 열어주는 스타트업들도 생겨나고 있기도 하니까, 기회를 잡기도 편할 거야.
특히 정말 만나보고 싶었던 사람이라면, 공손하게 메일을 한 번 꼭 보내봐.
너무 바쁘시면 어쩔 수 없지만, 내 경험 상 꽤 많은 분들이 짧은 시간이라도 내어주시곤 했거든. 그리고 그 경험과 대화들은 나에게 꽤나 많은 도움이 되었고 말이야.
어차피 유투브 볼 때도, 틀어두고 딴 짓을 하면서 볼 때가 많잖아.
그 '딴짓 시간'을 좀 더 활용해서, 너의 아보카도를 좀 더 빠르게 후숙시켜보는 것은 어때?
난 오늘도 잘 후숙시킨 아보카도를 하나 먹어보려고 해.
그럼- 오늘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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