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윈터'는 '진정한 탈중앙화'를 위한 계기가 될 수 있을까?
FTX 파산 사태로 암호화폐 업계가 시끄럽습니다. 5월의 루나 사태에 이어 세계 2위 거래소인 FTX의 파산까지 겹치면서 이른바 '크립토 윈터'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이에 더해 고객 계좌에 있던 코인을 동의 없이 무단으로 계열사에 대출하는 등, 횡령에 심지어는 도난의 정황까지 발견되며 FTX 파산은 위험 관리 실패의 결과였던 리만 브라더스(Lehman Brothers) 사태에 빗댈 것이 아니라 대규모 회계 조작 사건이었던 엔론(Enron) 사태의 코인판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암호화폐 업계에 대한 파급력은 2008년 리만 브라더스 당시의 그것에 뒤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현재의 중론인 듯한데요. 이러한 우려의 와중에 일각에서는 단기적 타격은 불가피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는 오히려 탈중앙화 금융(DeFi) 성장에 있어 긍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는 낙관적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주에는 파도 파도 괴담이 쏟아지고 있는 FTX 파산 사태를 간략히 정리해 보고, 블록체인 스타트업 생태계에 초점을 맞춰 이번 '겨울'의 끝에 올 '봄'에 대한 전망들을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먼저 매우 급박하게 전개되어 온 FTX 파산 사태를 정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국내외에서 많은 기사와 유튜브 동영상들을 통해 잘 정리되어 있지만, 정보의 홍수에 다소 피로감을 느끼실 독자들을 위해 미국 씨넷(c-net)의 힘을 빌려 이번 사태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 플레이어들만 간략히 추려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FTX 파산 사태의 핵심 플레이어들
샘 뱅크먼프리드(Sam Bankman-Fried): 스탠포드 법학 교수인 부모 아래서 태어나 매사추세스공과대학교(MIT)를 졸업했으며, 2017년 암호화폐 트레이딩 회사 알라메다 리서치를 설립한 뒤 2019년 암호화폐 거래소 FTX를 설립했습니다. 외신에서 흔히 SBF라는 약자로 지칭되고 있습니다.
FTX: Futures Exchange의 약자로, 바하마에 본사를 두고 국제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2020년 미국 고객들을 위한 FTX.us를 별도 법인으로 설립했습니다. 암호화폐 호황을 등에 업고 2021년 소프트뱅크(Softbank), 세쿼이아캐피탈(Sequoia Capital) 등의 VC 업계 큰손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18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으며, 이후 기업가치를 최대 320억 달러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알라메다 리서치(Alameda Research): 암호화폐를 사고 판매하며 시장에 유동성을 제공하는 마켓 메이커(MM)인 동시에, 수많은 암호화폐 스타트업 및 프로젝트에 출자하며 투자해 왔으며, 알라메다 리서치가 지원하고 주도해 온 대표적인 프로젝트로는 솔라나(Solana)가 있습니다. 미국 스타트업 투자 데이터베이스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에 의하면 알라메다가 리서치의 투자 집행 건수는 총 180건, 리드 투자 건수만 해도 총 30건에 이릅니다. 한국 스타트업 중에서도 대체불가능토큰(NFT) 자산 관리 서비스 'NFT뱅크'를 운영하는 컨택스츠아이오(Contxts.io)가 올해 4월 알라메다 리서치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바이낸스/창펀자오(Changpeng Zhao): 창펀자오(약칭 CZ)는 세계 최대의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설립자로, FTX의 초기 투자자로 참여한 바 있으나 이후 빠르게 관계가 악화되며 2021년 FTX 지분을 매각했습니다. 창펀자오와 뱅크먼프리드의 관계는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 선거 캠프에 마이클 블룸버그(Michael Bloomberg)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인 500만 달러의 기금을 기부한 바 있는 뱅크먼프리드가 미국 의회의 암호화폐 규제에 동참하는 입장을 밝히며 결정적으로 틀어졌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11월 2일 알라메다 리서치와 FTX의 관계에 대한 문제제기가 기사화되며, 이들 주요 플레이어들을 중심으로 상황은 급박하게 전개되기 시작합니다. 아래는 여러 외신 보도를 종합하여 주요 사건들의 전개를 타임라인 형태로 개괄한 것으로, 표기된 시간은 현지 시각(미국)을 기준으로 합니다.
FTX 파산 사태 주요 타임라인
2022년 5~7월: 5월의 루나-테라 사태가 셀시우스(Celsius), 블록파이(BlockFi), 보이저(Voyager) 등 암호화폐 대출 플랫폼들의 줄파산으로 이어지자, FTX가 블록파이와 보이저에게 구제금융을 제시하며 FTX가 업계의 '구원자'로 떠오르게 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업계에서는 FTX가 루나사태라는 위계를 통해 암호화폐 업계 최강자 중 한 곳으로서의 입지 굳히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였습니다.
2022년 11월 2일: 코인데스크(Condesk)가 알라메다 리서치의 대차대조표에 대한 의심을 제기합니다. 알라메다 리서치의 자산 대부분이 FTX 거래소가 발행한 자체 코인 FTT 형태로 보유되어 있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한 것인데요. 이는 FTT 가격이 급락하면 알라메다 리서치와 FTX 모두 덩달아 무너질 수 있다는 의미로, 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기 시작합니다. 당시 FTT의 가치는 약 25.50 달러 수준이었습니다.
2022년 11월 6일: 창펀자오가 코인데스크를 통해 공개된 정보를 토대로 바이낸스의 장부에 남아 있는 모든 FTT(약 5억 3,000만 달러 상당)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발표하며 뱅크런(대규모 인출)이 촉발됩니다. 자산과 암호화폐를 인출하려는 사용자들이 몰려들며, 11월 6일 하루 동안 FTX에서 약 50억 달러가량이 인출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한편, 창펀타오의 15분 뒤, 알라메다 리서치 측이 바이낸스 측에 바이낸스가 보유 중인 FTT를 장외에서 22 달러 가격에 매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힙니다.
2022년 11월 8일: FTT의 가격이 6달러 이하 선까지 추락하고, 바이낸스가 FTX 인수를 위한 인수의향서(LOI)를 체결했다고 발표되며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DD(due diligence, 실사) 과정에서 인수 거래가 보류됩니다.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 가격과 더불어 로빈후드(Robinhood)와 코인베이스(Coinbase) 등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급락합니다.
2022년 11월 9일: 블룸버그(Bloomberg)가 증권거래위원회(SEC) 및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FTX의 자금 운용 현황 및 알라메다 리서치 등 협력사와의 관계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고 보도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법무부(DoJ) 또한 FTX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같은 날, 바이낸스 대변인이 "실사 결과와 부적절한 고객 자산 운용 방식에 대한 보도, 미국 당국 조사설 등의 결과로 FTX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합니다. 창펀자오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상황을 이렇게 요약합니다. "슬픈 날. 노력했지만 (우는 얼굴 이모티콘)"
중요 투자자 중 한 곳인 세쿼이아캐피탈 역시 이날 각각 1억 5,000만 달러와 6,350만 달러였던 FTX와 FTX.us에 대한 기존 투자금을 0으로 표기하고, 글로벌 성장 III 펀드(GGFIII)의 LP들에게 이를 알리는 공개서한을 게시합니다.
2022년 11월 10일: FTX 본사 소재지인 바하마의 규제 당국이 FTX 자산을 동결합니다. 트위터상에서 이틀간 침묵하던 뱅크먼프리드는 사과와 함께 "더 잘했어야 했는데, 내가 완전히 망쳤다"(I fucked up, and should have done better.)고 올리며 FTX와 알라메다 리서치의 경영 실패를 사실상 인정합니다. 이날 알라메다 리서치의 폐쇄가 발표되었으며, 1억 6,000만 달러 상당의 투자를 집행한 FTX 퓨처 펀드(FTX Future Fund)의 직원 전원이 사임합니다.
2022년 11월 11일: FTX가 챕터 11 파산 보호를 신청하며 알라메다 리서치와 FTX.us를 비롯해 약 130개 관계사가 함께 파산 보호 절차에 들어갑니다.같은 날 뱅크먼프리드가 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구조조정 전문가 존 레이 3세(John J. Ray III)가 신임 CEO로 취임합니다. 존 레이 3세는 엔론 회계 부정 사태를 관리 감독한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2022년 11월 12일: WSJ가 FTX 경영진이 자사 고객들의 돈으로 알라메다 리서치의 부채를 갚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보도하며 FTX와 알라메다 리서치의 관계에 대한 의심이 추가로 제기됩니다. 루나 사태 여파로 투자에 실패하며 6월부터 채권자들의 상환 요구에 시달렸으며, FTX가 고객의 계좌에서 돈을 빼서 대출 상환 용도로 알라메다 리서치에 고객 동의 없이 대출해줬다는 내용으로, WSJ는 뱅크먼프리드를 비롯해 FTX의 고위 임원 2명이 이를 알고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2022년 11월 13일: 로이터(Reuters)가 뱅크먼프리드가 고객 계좌에서 100억 달러 상당의 돈을 빼서 알라메다 리서치로 옮겼으며, 그 중 10~20억 달러는 아예 사라져버렸다고 보도합니다. 로이터는 FTX 회계 시스템에 감시망을 피해 돈을 옮기기 위한 백도어가 있다고도 보도했으나, 뱅크먼프리드는 이를 부인했습니다. 이때부터 FTX 사태는 위험 관리 소흘의 결과였던 리만 브라더스 사태가 아니라, 의도적 회계 부정 사태였던 엔론 사태의 재연이라는 평가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합니다.
2022년 11월 16일: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The US House Financial Services Committee)와 상원 은행위원회(Senate Banking Committee)가 오는 12월에 FTX 파산 사태에 대한 청문회를 추진한다고 발표합니다. 특히 뱅크먼프리드가 민주당에 막대한 정치자금을 기부한 만큼, 민주당 측이 진상 조사에 대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평이 나오고 있습니다.
2022년 11월 17일: 법원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회계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정확한 재무 현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제시하며 "40년 구조조정 경력에서 이 정도로 완전한 기업통제 실패는 본 적이 없다. 대차대조표의 정확성을 자신할 수 없다. 이해 관계자나 법원, 실사를 진행하는 외부 감사 등도 이 지표에 의존해선 안 된다"고 경고합니다.
2022년 11월 22일: 델라웨어 법원에서 열린 FTX 파산보호신청에 대한 첫 심문에서 담당 변호사가 FTX에 대해 "마치 샘 뱅크먼프리드의 개인 봉토(fiefdom)처럼 운영되어왔다"고 비난하며 파산신청 직후 FTX 자산의 상당한 액수가 사라졌고, 도난이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담당 변호사 제임스 브룸리(James Bromley)는 “FTX에서 관계사 알라메다 리서치로 실질적인 자금이 이전됐고, 업무와 관련 없는 일에 대규모 지출이 단행됐다”며, 이에 더해 뱅크먼프리드와 친구들로 이뤄진 소수의 경영진이 바하마 고급 별장과 휴가 프로젝트 등에 회삿돈 3억 달러를 썼다고도 언급했습니다.
한편, FTX가 처음 파산신청 서류에서 드러났던 것보다는 많은 14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으나, 상위 50명의 채권자들에게 갚아야 할 부채가 최소 31억 달러 이상인 것으로 드러나 100만 명에 이르는 피해자를 구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아울러 세금 관련 서류를 통해 FTX와 알라메다 리서치가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총 37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기록한 것이 확인되며 FTX가 이번 파산 사태에 한참 앞서서부터 문제를 겪어 왔음이 암시되었습니다.
이러한 FTX의 파산이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투자 업계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는데에는 이견이 없을 듯합니다. 실제로도 FTX가 파산을 선언한 11일 이후, 전반적인 암호화폐 시장의 상황을 평가하기 위한 척도가 되는 비트코인 가격은 2020년 이후 처음으로 17,000 달러 선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JP모건(JPMorgan)은 FTX 사태에 놀란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빼며 비트코인이 최대 13,000 달러 선까지도 추락할 수 있을 것으로 예견하고 있는 중으로, 일각에서는 심지어 10,000 달러 선도 무너질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FTX 사태가 VC 투자 업계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평가해야 될까요? 스타트업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TechCrunch)의 정리에 의하면, FTX 파산으로 인한 VC 업계의 피해는 가히 충격적인 수준일 것으로 예측됩니다. FTX가 지난해 중순 유치한 9억 달러 규모 시리즈 B 라운드 투자는 당시 "암호화폐 거래소 역사상 최대 규모 투자유치"로 묘사된 바 있으며, 당시 앞서 언급된 세쿼이아캐피탈과 소프트뱅크를 비롯해 코인베이스 벤처스(Coinbase Ventures)와 패러다임(Paradigm) 등 60개 이상의 투자사가 참여했습니다.
이어 10월에 이루어진 4억 2,500만 달러 규모 투자 라운드에는 69개 투자사가 참여했으며, 올해 1월에는 12개 투자사로부터 4억 달러 규모 시리즈 C 라운드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를 320억 달러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이들 모두가 FTX 파산으로 막대한 투자손실을 입게 될 전망으로, 앞서 언급된 세쿼이아캐피탈의 경우, 22일 컨퍼런스 콜을 통해서 투자자들에게 FTX와 FTX.us에 대한 투자로 총 1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손실을 낸 것에 대해 사과하며 투자 실사 과정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도 언급했듯, FTX 자신이 광범위한 수의 암호화폐 스타트업 및 프로젝트에 투자해 온 핵심 투자자 중 하나였다는 점도 블록체인 업계 VC 투자에는 악재로 작용할 듯합니다. 아래는 암호화폐 데이터 분석 기업 메사리(Messari)의 애널리스트 토마스 던리비(Thomas Dunleavy)가 FTX와 알라메다 리서치의 VC 투자 내역을 정리(리드 투자의 경우 노란색으로 하이라이트)한 것으로, 구제 금융을 약속했던 블록파이나 보이저 외에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NFT 프로젝트 '보어드 에이프 요트 클럽'(BAYC)의 제작사 유가랩스(Yuga Labs), 이더리움 확장 솔루션 폴리곤(Polygon), 이더리움을 대체하고자 하는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 솔라나(Solana) 등 굵직한 업체들이 다수 눈에 띕니다. 특히 FTX가 강력히 주도한 솔라나의 경우, 솔라나랩스 뿐 아니라 솔라나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생태계 전체가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블록체인 업계 투자가 감소하고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등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이는 가운데, 장기적인 전망에 대해서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거의 군주제를 방불케하는 창업자의 절대적인 권한에 기댄 성공과 시장을 장악한 거대 플랫폼 기업에 집중된 리턴이라는 모델을 유지해 온 VC 투자 업계와 탈중앙화 비전 간의 근본적인 모순이 전면에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오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중앙화 거래소인 FTX의 몰락이 진정한 탈중앙화 금융(DeFi)으로 나아가게 하는 계기가 되리라는 낙관이 제기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 모두 동의하는 지점은, 그동안 VC 투자 업계가 블록체인 스타트업 중 가장 중앙화된 모델의 스타트업들에만 투자를 집중시켜 왔다는 점입니다. 암호화폐 거래를 중개하는 FTX나 코인베이스 등의 중앙화 거래소들은 그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낙관론자들은 FTX의 몰락으로 탈중앙화의 중요성이 입증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DeFi 중심 암호화폐 투자사인 메카니즘 캐피탈(Mechanism Capital)의 창립 파트너인 마크 와인스타인(Marc Weinstein)은 테크크런치 인터뷰를 통해 "DeFi의 근거는 (FTX와 같은) 중앙화된 기관들의 붕괴로 인해 오히려 강력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비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중앙화 금융(CeFi)에 가까운 모델을 채택한 스타트업들이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면, 이번 사태로 중앙화 방식의 불투명성이 야기하는 문제들이 폭로되며 투자자들이 이에 대한 대안으로써 탈중앙화에 대해 비로소 진지하게 고찰하기 시작하게 되리라는 분석인데요. 정치권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FTX 사태로 드러난 중앙화 거래소의 문제를 정부 규제 강화를 통해 풀고자 하는 가운데, 오히려 투명성과 신뢰성 회복을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써 탈중앙화라는 블록체인의 근본적인 비전으로 되돌아가야 하며, 이 과정에서 진정한 탈중앙화 프로젝트들이 빛을 볼 수 있게 되리라는 주장입니다.
이들 역시 FTX 사태의 여파와 현재의 거시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단기적으로 블록체인 VC 시장 침체가 예상되며, 이러한 '겨울'이 최소 1년 가량 지속되게 되리라는 점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동의하고 있으나, 그 과정에 수반될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의 가치 하락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지난 호황기 동안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해 세련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투자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과도하게 많은 투자금이 블록체인 업계에 몰리며 "근본적인 가치를 전혀 생산하지 않는 곳에도 돈이 흘러들어갔다"면, 이번 사태로 모든 것이 리셋되며 기업가치가 현실화되면 탈중앙화 비전에 입각하여 실제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스타트업들을 발굴하려는 투자사들이 합리적인 조건에 투자를 진행할 수 있게 되리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진정한 DeFi'를 지향하는 투자자들은 앞으로 어떤 스타트업들에 투자해야 할까요? 이는 앞으로 답을 모색해 나가야 하는 부분이겠지만, 우선 지금 당장 가장 주목받는 모델 중 하나로는 탈중앙화 거래소(DEX)를 꼽아볼 수 있겠습니다. FTX와 같은 중앙화 거래소(CEX)와 대비되는 DEX는 미들맨 없이 투자자들이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 계약을 이용해 P2P로 거래하는 방식의 거래소로, 유니스왑(Uniswap)이 대표적입니다.
실제 FTX 파산 선언을 전후로 한 11월 6일부터 13일의 기간 동안 유니스왑의 거래량은 전주 60억 달러의 약 세 배에 이르는 172억 달러까지 치솟은 것으로 확인됩니다. 같은 기간 GMX도 평소의 3배에 해당하는 60억 달러의 거래량을 기록하고, 바이낸스가 FTX 인수 계획을 철회한 11월 9일 해시플로우(Hashflow)의 거래량이 일평균 2,500만 달러에서 1억 1,100만 달러로 치솟는 등, DEX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모습인데요. 이는 11월 6일부터 13일까지 7일간 총 97,805개의 코인이 CEX로부터 옮겨진 것과는 대비를 이룹니다.
국내에도 이더리움 기반 DEX '올비트'(Allbit)를 개발한 바 있는 오지스나 클레이튼 내 다양한 DEX를 연동해 최저가 토큰 구매를 지원하는 DEX 애그리게이터 스왑스캐너, EOS 기반 DEX '덱시오스'의 운영사 위즈페이스 등 다양한 DEX 관련 스타트업들이 존재하는데요. 이 중 오지스와 스왑스캐너는 지난달 말 클레이스왑과 스왑스캐너의 안정적인 연동을 위해 협력하는 내용의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오지스의 경우 FTX 파산 선언 직전인 이달 8일, 네오위즈와 네오위즈의 웹3.0 블록체인 게이밍 플랫폼 '인텔라 X'의 자체 지갑 '인텔라 X 월렛' DEX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최근 직접 보유 중이던 두나무 지분을 자회사 카카오인베스트먼트로 넘기고, '업비트'에서 카카오 로그인 기능을 제거하는 등,한때 블록체인 사업의 핵심 파트너였던 두나무와 '거리두기'에 나선 듯한 카카오 역시, 최근 업비트와 같은 CEX가 아닌 DEX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바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DEX 그 자체보다도, FTX 사태 이후 "탈중앙화"라는 블록체인의 근본 컨셉이 스타트업의 가치 평가에 있어 더욱 중요한 화두로 강조되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한 편에서 규제 입안 등을 통해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에 대한 중앙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블록체인의 신뢰성을 회복함으로써 성장을 도모하려는 흐름이 존재한다면, 다른 한편에서는 상대적으로 중앙화된 모델의 스타트업들에 쏠려있던 블록체인 투자를 탈중앙화의 근본 가치를 실현하는 스타트업들로 분산시키려는 흐름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과연 FTX 사태로 촉발된 이러한 블록체인 업계의 지각변동 속에서 어떤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옥석'으로 판명나게 될까요? 스타트업 탐색 창의 기술 필터에서 '블록체인'을 지정하셔서 더 많은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의 정보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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