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기 맞은 스타트업 시장, "그럼에도 투자는 계속된다"
2022년이 이제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이번주, 다들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더브이씨에서는 연말을 맞아 올해 국내 스타트업 투자 시장을 되돌아보는 연말 결산 시리즈를 준비해 봤습니다. 2년 넘게 이어져 온 팬데믹 국면이 슬슬 끝을 향해 달려가는 올해,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우선 올해 투자 시장을 설명함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스타트업 투자 겨울'입니다. 벤처기업협회도 최근 '2022년 벤처업계 10대 뉴스'중 하나로 투자 시장 혹한기의 도래를 꼽은 바 있는데요. IPO 시장 겨울과 스타트업 '옥석 가리기' 본격화 등 관련 이슈도 다수 10대 뉴스로 꼽혔을 만큼, 팬데믹 기간 내내 이어졌던 호황과는 대비되는 투자 시장 위축의 신호가 뚜렷하게 나타났던 올해였습니다.
실제로 최근 2년간 국내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 대상월별 투자 건수를 비교해 보면, 팬데믹 시기 테크 기업들의 기업가치 상승세 여파가 어느 정도 지속되던 상반기와 달리, 올해 3분기부터는 투자 건수가 점점 줄어들어 4분기에 이르면 투자 시장이 확연히 얼어붙는 것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년동월 대비 증감률로 보면 이를 더 잘 확인할 수 있는데요. 아래 표를 보면, 올해 1분기까지는 투자 건수가 전년동월대비 크게 증가하는 추세이다가, 2분기부터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하여 9월 이후가 되면 매 월 투자 건수가 전년 동월 대비 30~40%씩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4월 외에는 매 월 전년 동월 대비 투자 건수가 증가했던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에는 6월부터 11월까지 매 달 전년동월대비 투자 건수 감소가 지속되는 등, 상반기와 하반기가 확연히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투자 금액으로 보면 투자 감소세가 더욱 뚜렷한데요. 아래 표는 월별 투자 금액과 전년 동월 대비 투자 금액 감소율을 표기한 것으로, 1분기에는 호황기에 모집된 펀딩이 활발히 집행되며 투자 금액이 전년 동월 대비 최대 272.93%의 증가율을 기록한 반면, 2분기인 5월부터 전년 동월 대비 증감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되어 11월까지 줄곧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투자 시장 위축이 본격화된 하반기의 수치를 보면, 투자 금액의 감소폭은 최대 60~70%대로, 투자 건수보다 금액이 더욱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는 '2022년 벤처업계 10대 뉴스'에서도 언급되었듯, 금리 인상 및 글로벌 긴축기조 강화 등 거시경제 상황의 변화에 국내외 증시가 크게 침체되며 엑시트 시점이 임박한 시리즈 C 라운드 이후 후기 투자가 급감한데 따른 현상으로 분석될 수 있습니다. 한 번에 큰 금액이 투자되는 후기 라운드의 경우, 실제 투자 건수와 투자 금액 모두 전년 대비 특히 크게 감소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아래 표는 더브이씨 데이터를 토대로 시드부터 프리-A, 시리즈 A까지의 초기 라운드와 시리즈 B 라운드, 시리즈 C 라운드 이후의 후기 라운드 세 가지로 나누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의 투자 건수를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것으로, 세 영역 모두에서 투자 건수가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감소한 것은 사실이나, 초기 라운드와 시리즈 B 라운드 투자 건수가 4%가량 감소한 데 그친 데 비해, 후기 라운드 투자 건수는 2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반면 해당 기간 전체 투자 건수의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감소율이 6%였음을 고려했을 때, 집중적으로 타격을 입은 후기 라운드 투자와 달리, 초기 라운드 투자와 시리즈 B 라운드 투자는 나름대로 선방한 셈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이는 지난 2년여간 이어진 호황기 동안 펀드에 모인 드라이 파우더(미집행 투자금)가 아직 많이 남은 상황에서, 아직 엑시트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는 초기 스타트업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데 따른 결과로 추측됩니다.
이러한 초기 스타트업 선호 또한 투자 금액으로 봤을 때 더욱 뚜렷하게 확인되는 현상으로, 아래 표를 보면 올해 11월까지 후기 라운드 투자금은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40% 이상 급감한 반면, 초기 라운드 투자금과 시리즈 B 라운드 투자금은 오히려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초기 라운드 투자금은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거의 3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즉, 투자시장 위축에도 불구하고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전년도와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투자 시장에서 초기 스타트업 투자가 가지는 중요성과 비중은 오히려 증가했다는 것으로 정리해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혹한기에는 과연 어떤 스타트업들이 투자하기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 지점에서 대두되고 있는 것이 이른바 '옥석 가리기'의 중요성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수익성이 가장 중요한 '옥석'의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는 추세로, 과거에는 성장성이 가장 중요한 평가 지표이던 초기 스타트업들에 대해서도 수익성에 대한 검증이 매우 엄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언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매일경제가 인터뷰한 한 VC 업계 관계자는 투자시장 침체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는 하우스들이 많아졌다며 "소위 쿠팡의 성공 방정식이라고 하는 ‘계획된 적자’가 일시적으로 지금은 통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이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역시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관련 콘텐츠에서 소개해드린 CNBC 기사에서 인터뷰한 해외 핀테크 스타트업 대표는 올해 투자 유치 과정에서는 “마진 등, 이전의 투자 유치 협상 과정에서는 절대 튀어나올 일 없는 지표들에 대한 실사(due diligence)가 훨씬 엄격해졌다”고 밝혔으며, 또 다른 보안 스타트업 대표 역시 지난해에는 매출 성장이 벤처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제였다면, 올해는 ‘burn multiple’(신규 순환 매출 1달러를 창출하는데 지출되는 비용을 나타내는 지표)가 화제의 중심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후기 스타트업들의 경우, 이러한 수익성 검증이 더욱 엄격하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하반기 이후 변화된 시장의 분위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정육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성장성이 중요한 지표로 간주되던 올해 초, 사업확장을 위해 900억 원에 초록마을을 인수했던 정육각은 이후 투자 시장이 위축으로 후속 투자를 통해 인수 자금을 확보하려던 당초 계획이 틀어지며 현금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는데요. 지난달 말 기존 투자자들로부터 470억 원 규모 시리즈 D 라운드 투자를 유치하며 일단 한숨 돌리기는 했으나,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여전히 위태위태한 모습입니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해 보면, 투자 혹한기가 끝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수익성을 입증한 스타트업들에게는 이런 위기가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경쟁사에 비해 자금 조달에 상대적으로 훨씬 유리할뿐더러, 자금 조달에 실패한 경쟁사가 대폭 할인된 기업가치로 M&A 시장에 나올 경우 이를 흡수하여 빠르게 업계 통합(consolidation)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초기와 후기를 가리지 않고, 수익성 입증 및 사업 구조 개편을 통한 흑자 달성 시점 제시가 업계의 지상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상이 올해 투자 시장 전반에 대한 개괄이었다면, 올해 분야별 투자는 어떻게 나타났을까요? 아래는 올해 11월과 전년도 같은 기간 동안 각각 20건 이상의 투자가 발생한 바 있는 분야로 한정하여, 각 분야별 올해 11월까지의 투자 건수와 투자 금액을 정리한 표인데요. 전반적인 투자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분야 별로 보면 여전히 두 자릿수 투자 건수 증가를 기록한 분야가 다수 있었음이 확인됩니다.
그중 투자 건수와 투자 금액, 두 측면 모두에서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두 자릿수 증가를 기록한 영역은 아래와 같이 나타났는데요. 게임,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등 최근 한류 붐을 등에 업고 IP 중심으로 해외 수출이 매우 활발한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분야 및 부동산, 건설 등 프롭테크 분야가 혹한기에도 견고한 투자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외 홈/리빙 분야 외에는 환경/에너지나 물류/유통 등 B2B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확고한 고객사 기반으로 안정적 매출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은 분야가 각광받았습니다.
비록 투자 건수나 투자 금액은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감소했으나, 전체 투자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늘어난 분야들도 있었는데요. 대표적으로 올해 가장 높은 라운드 당 평균 투자금액(212.1억 원)을 기록한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의 경우, 투자 건수는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감소했으나, 투자 금액은 115.2% 급증하며, 전체 투자 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7%로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2.8 퍼센트포인트(% P) 증가했습니다. 투자 건수는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소폭 감소했으나 투자 금액은 133.5% 급증한 자동차 분야 역시 이와 유사하게 전체 투자 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1%로 4.5% P 증가하여 전 영역에서 가장 높은 비중 증가를 보였습니다.
바이오/의료 분야의 경우, 투자 금액과 투자 건수 모두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감소했음에도, 라운드 별 평균 투자금액이 114억 2,000만 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크게 증가하며 전체 투자 금액 중 차지 비중이 1.4% P 증가했습니다. 전체 투자 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한 분야들의 경우, 콘텐츠 분야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라운드 별 평균 투자 금액이 증가하며 유망한 것으로 판단된 스타트업들은 투자시장 침체에도 여전히 큰 금액의 투자를 유치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 각 분야에서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들로는 어떤 곳들이 있었을까요? 이에 대해서는 1월에 순차적으로 공개될 분야별 투자 동향 결산을 통해서 전해드릴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