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주요 투자 유치 분야 上 (바이오/의료 & 콘텐츠)
2022년 12월 30일, 총 7개 스타트업이 신규 투자를 유치한 것을 마지막으로 2022년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마무리됐습니다. 2022년 한국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 건수(구주인수 포함)은 총 1,825건으로, 이를 통해 총 14조 4,648억 원이 투자되었습니다.
총 2,086건의 투자를 통해 17조 6,121억 원이 투자 되었던 2021년에 비해 투자 시장이 위축되었음을 이러한 수치를 통해 한눈에 확인해 볼 수 있는데요. 지난 뉴스레터에서도 짚어드렸듯, 1분기 까지는 지난해의 투자 호황이 이어지며 투자 건수와 투자 금액 두 측면 모두에서 견고한 성장세가 지속됐으나,하반기부터 거시경제상황 악화 및 금리 인상 등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되며 최종적으로 2022년 스타트업 투자 건수는 전년대비 12.5%, 투자 금액은 17.9% 감소하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혹한기에도 여전히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한 스타트업들이 있는데요. 2022년 단일 라운드 기준 1,000억 원 이상 규모 투자 라운드는 총 26건으로, 전년도와 동일했습니다. 시리즈 E 라운드 투자를 통해 1조 9,4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야놀자를 포함해, 단일 라운드 기준 5,000억 원 이상 규모 라운드 3건, 3,000억 원 이상 규모 라운드는 총 6건이 있었든 2021년에 비해서는 전반적으로 라운드 규모가 다소 감소한 모습이지만, 그럼에도 성장 잠재력과 수익 창출 능력이 검증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심리는 여전히 뜨겁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아래는 2022년 발생한 한국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 대상 1,000억 원 이상 규모 투자 라운드 총 26건의 목록입니다. 클라나(Klarna)나 스트라이프(Stripe) 등, 해외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지난해 투자 유치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한 것과 달리, 두 차례에 걸친 시리즈 G 라운드 투자 유치를 통해 직전 라운드 대비 소폭 상승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미국 스타트업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TechCrunch)로부터 주목을 받았던 비바리퍼블리카나, 연초에 소프트뱅크로부터 1,700억 원이 넘는 투자를 유치하며 화제를 모았던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등 금융 분야와 크림, 더블류컨셉코퍼레이션 등 패션 분야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들이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분야로는 바이오/의료 분야와 콘텐츠 분야를 꼽아볼 수 있습니다. 바이오/의료 분야와 콘텐츠 분야는 지난해 전체 한국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 대상 투자 금액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두 개 분야이기도 했는데요. 이 중 전체 투자 금액에서 17%가 넘는 비중을 차지한 바이오/의료 분야의 2022년 투자 금액은 2조 5,159억 원, 투자 건수는 226건으로 나타났습니다.
더브이씨의 전체 투자 분야 중 투자 건수와 투자 금액 기준 모두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데에는 전년도와 변함이 없으나, 투자 건수와 투자 금액 자체로 놓고 보면 상당한 감소가 있었던 모습인데요. 2021년 바이오/의료 분야의 투자 건수는 373건, 투자 금액은 2조 8,953억 원으로, 이와 비교하면 2022년 바이오/의료 분야는 투자 건수의 경우 34.1%, 투자 금액은 13.1% 감소한 셈이 됩니다.
▪︎‘수익 중시’ 추세에도 유망 신약개발 스타트업엔 큰돈 몰려
이에 대해서는 전반적인 거시경제 상황 및 투자 시장의 악화로 상용화를 통한 수익 창출까지, 상용화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 단기간에 수익화하기가 불가능한 신약개발 분야에 대한 투자가 타격을 입은 것으로 풀이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영역에서 투자 건수 대비 투자 금액의 감소폭이 전반적으로 컸던 것과 달리, 바이오/의료 영역의 경우, 투자 건수에 비해 투자 금액은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적었던 점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데요. 스타트업 투자 업계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 되며, 바이오/의료 영역 역시 투자 대상을 고르는 기준은 훨씬 엄격해 졌으나, 그렇게 걸러진 유망 스타트업에는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는 선택과 집중이 발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 바이오/의료 분야 라운드당 평균 투자 금액은 2021년 77억 6,000만 원에서 2022년 111억 3,000만 원으로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전체 한국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 중 가장 큰 금액의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 역시 바이오/의료 분야 스타트업인 보타메디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타메디는 감태 등 해양 갈조류에서 확보한 천연물질을 기반으로 천연물 바이오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지난해 3월 독일과 프랑스의 투자자들로부터 8,022억 원 규모의 시리즈 B 라운드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보타메디는 투자 유치는 지난해 바이오/의료 분야 투자의 선택과 집중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보타메디의 대규모 시리즈 B 라운드 투자 유치가 바이오/의료 분야 평균 투자 금액과 전체 시리즈 B 라운드 투자 금액 증가에 상당부분 기여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보타메디와 투자 금액 규모에서의 격차는 꽤 있었으나, 그 외에도 많은 바이오/의료 분야 스타트업들이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는데요. 아래 목록은 지난해 바이오/의료 분야 투자 라운드를 투자 금액이 순으로 정렬하여 가장 금액이 컸던 투자 라운드 10 건을 간추린 것으로, 수익성을 중시하는 추세로 인해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에서도 많은 신약개발 스타트업들이 목록 상단에 포진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시적 허용 3년, 원격 의료 규제 불확실성’ 해소 여부에 주목
신약개발 분야 외에 주목해 볼 만한 스타트업으로는 닥터나우를 꼽아볼 수 있습니다. 2020년 코로나 19로 인해 현행법상 불법으로 규정된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며 국내 서비스 기회를 얻은 닥터나우는 2021년 100억 원 규모 투자를 유치할 당시부터 지적되었던 규제불확실성 문제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400억 원 규모 신규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는데요. ‘별도 종료까지’만 한시적으로 허용한다고 규정된 ‘시한부 서비스’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제도화 가능성에 기대를 품고 있는 모습입니다.
실제로도 국회에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 법안이 발의되는 등,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라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원격의료 업계도 안전성 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나선 상황으로,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3일,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에 대한 사회적 우려 해소를 위한 노력에 동참해달라”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에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의무와 책임' 준수를 요청하는 협조문을 발송했다고 밝습니다. 이대로 제도화가 차질없이 진행되어 원격의료 스타트업들의 발목을 붙잡던 규제 불확실성 우려가 해소될 경우, 해당 분야에서 더 많은 스타트업이 이전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전으로, 지난해에도 닥터나우를 필두로 퍼즐에이아이, 메라키플레이스, 엠디스퀘어 등이 투자를 유치하는 등 관련 조짐이 확인되었습니다.
2022년 투자를 유치한 원격의료 스타트업 찾아보기 ►투자/M&A 탐색 (’투자 날짜’ 2022-01-01부터 2022-12-31까지/‘투자 종류’ 투자: 전체/‘투자 대상 국적’ 한국, ‘투자 대상 분류’ 스타트업, 중소기업/‘투자 대상 분야’ 진료:바이오/의료)
콘텐츠 분야에서는 2022년 총 168건의 투자를 통해 1조 3,049억 원이 투자되었습니다. 지난편을 통해 지난해 11월까지의 콘텐츠 분야 투자가 건수와 금액 두 측면 모두에서 전년도 같은기간 대비 증가했다고 전해드린 바 있는데요. 12월에 발생한 투자까지 합산한 결과, 2022년 콘텐츠 분야 한국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 대상 투자 건수와 투자 금액은 각각 전년대비 1.7%와 17.6% 가량 감소했으나, 전체 투자금의 9.0%를 차지하며 바이오/의료 분야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 데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위의 1,000억 원 이상 규모 투자 라운드 목록에서 콘텐츠 분야의 존재감이 두드러지는데요. 2022년 1,000억 원 이상 규모 투자를 유치한 콘텐츠 분야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은 총 4곳으로, 자동차 분야와 더불어 전 분야 중 가장 많았습니다. 그 중 가장 큰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아이유노미디어그룹은 지난해 1월, 아이엠엠인베스트먼트로부터 1,4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C 라운드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11월에 아이엠엠인베스트먼트로부터 300억 원 규모 후속투자까지 이끌어내며 연중 내내 활발한 투자 유치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콘텐츠 공급 파이프라인 구축을 위한 핵심 자산, 콘텐츠 IP
콘텐츠 분야에서는 특히 지난해 한 해 동안만 국내 콘텐츠에 8,000억 원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넷플릭스를 비롯, 가입자 확대를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에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글로벌 스트리밍 사업자들이 다방면으로 성장 동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위의 아이유노미디어그룹 역시 넷플릭스의 파트너 중 한 곳으로,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HBO 등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들에 80여 개 언어로 자막과 더빙 등을 제작해 주는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브이에이코퍼레이션도 넷플릭스의 주요 한국 파트너 중 한곳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의 시각특수효과(VFX) 작업을 담당한 모팩을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2021년 넷플릭스와 버추얼 프로덕션 장기 파트너십을 체결한 뒤 긴밀한 협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수익화 통로를 제공함에 따라, 나날히 수요가 증대되고 있는 한류 콘텐츠의 효과적인 제작과 수익화를 위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데 많은 투자가 몰리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양질의 콘텐츠 IP는 콘텐츠 벨류체인의 핵심 자산으로 주목받는 중으로, 콘텐츠 기업들이 너나할 것 없이 영상 콘텐츠 뿐 아니라 웹소설과 웹툰, 음원 등 다방면에서 콘텐츠 IP 확충에 나서며 관련 스타트업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지난해 ‘2022년 상반기 콘텐츠 분야 투자 동향’을 통해 상세히 짚어드린 바 있는 이러한 콘텐츠 분야 투자 경향은 하반기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모습으로, 지난 11월 485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라운드 투자를 유치한 콘텐츠테크놀로지스는 발빠르게 IP를 끌어모은 뒤, 이를 중심으로 벨류체인을 확대해 나감으로써 보유 IP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콘텐츠 IP 비즈니스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 IP 컴퍼니빌더인 콘텐츠테크놀로지스는 3,000억원 규모의 음원 IP 자산을 보유한 국내 최대 음원 IP 매니저먼트사 비욘드뮤직 등, 다수의 음원 IP 스타트업을 컴퍼니 빌딩했으며, 20개 이상의 콘텐츠 스타트업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외에 주목해 볼 만한 투자 분야로는 콘텐츠 분야와 마찬가지로 총 4개 스타트업이 1,000억 원 이상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하는 등, 대규모 투자가 활발했던 자동차 분야와 성장보다 수익성이 중시되는 추세 속에 지난해 주목도가 급상승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영역의 투자 유치를 견인하고 있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를 꼽아볼 수 있겠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다음 편을 통해 자세히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