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13 산울림 산악회 정기 등반의 기록
지난해 12월에 처음으로 빙벽을 시작하여 이제 4주 차에 접어들었다. 산악회 대장님께서 직접 가르쳐 주신 2주간의 기본교육, 일명 산울림 아카데미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ㅎ 지난주 무지치 빙폭을 성공적으로 올라 내 기분은 최고조인 상태.
드디어 한국등산학교 동계반 입교 전 마지막 산악회 등반은 구곡폭포로 정해졌다. 입교를 앞두고 제대로 된 빙폭을 경험해 보라는 대장님의 배려 덕분이다. 하지만, 구곡 빙폭은 지난주 무지치와는 달리 높이와 경사가 차원이 다른 곳이기에 반가움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기분과는 달리 난 빙벽등반 초보가 아닌가!
드디어 구곡 빙폭 등반일.
아침 8시 8분 왕십리발 강촌행 ITX 열차에 몸을 실으니 피곤이 몰려왔다. 긴장감에 잠을 설치다 못해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덕분에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최악의 컨디션인 나와는 달리, 역시 산악회 선배님들은 오늘도 쌩쌩한 모습을 보여주셨다. 하지만 밝은 모습 뒤에는 역시 살짝 긴장한 모습도 보이는 것으로 보아 구곡 빙폭은 확실히 다른 곳이라는 느낌을 읽을 수 있었다.
강촌역에 내려 근처 닭갈비 식당에서 서비스로 제공하는 승합차를 타고 구곡폭포 입구에 도착했다. 강촌역 앞에 내리면 근처 식당에서 운영하는 승합차를 볼 수 있다. 친절하게도 꼭 자기네 식당에 오지 않더라도 서비스 차원에서 구곡폭포 입구까지 태워준다고 한다. 참 감사한 일이다. 구곡폭포 입구에 인공으로 얼린 얼음이 어여쁜 자태를 내뿜는다.
구곡폭포 입구에서 약 20분 정도 가볍게 걷고 나면 드디어 장엄한 구곡 빙폭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꽤 이른 시간이었지만, 이미 빙벽등반 시즌을 맞아 많은 등반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간신히 자리를 잡고 복장과 장비를 착용하고 슬슬 등반을 준비한다. 내 옆에는 항상 든든한 산악회 선배들이 있기에 구곡의 높이에 앞도 당했던 두려움이 금세 잊혀진다.
늘 그렇듯, 대장님의 선등이 시작된다.
오늘 구곡에 깔린 자일의 숫자는 대략 눈대중으로 봐도 10개는 훌쩍 넘는다. 이런 날은 등반하다가 자일이 엉키거나 등반이 어려울 수 있는데 대장님은 그 사이사이를 피해 가면서 적당한 루트를 만들면서 오른다. 산악회 경력만 무려 40여 년인 배테랑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두 번째는 차세대 선등 주자인 강이형님이다.
지난주 무지치 빙폭에서 처음으로 빙벽 선등에 성공하였고, 내심 오늘 구곡 선등도 기대를 했지만 깔린 자일이 많고 얼음 상태가 꽤 좋은 편이 아니라 선등 기회는 다음으로 미뤘다.
드디어 내 차례, 구곡은 확실히 지난주 무지치와는 달랐다. 높이에 대한 두려움은 물론, 꽤 많은 높이를 올라가다 보니 살짝 팔에 펌핑이 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수많은 산악회 암벽등반을 통해 '등반 중 팔에 펌핑이 오는 경우 쉬는 방법'을 확실하게 배운 덕분에 쉬엄쉬엄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다.
오늘 구곡 빙폭 초등은 총 2회의 등반이었다. 첫 번째 등반은 초등자의 안전 확보를 위해 강이형님이 직접 후등자 빌레이를 봐주셨고, 두 번째 등반은 고정된 자일을 등강기(슈퍼베이직)에만 의존해서 올라갔다. 사실 대장님께서는 안전을 위해 첫 번째 등반 이후 오늘은 여기까지로만 충분하다고 하셨지만, 한번 더 도전하고 싶어 살짝 고집을 부렸고, 대신 무전기를 달고 대장님의 코칭을 전제로 두 번째 등반을 할 수 있었다.
사실, 아직 빙벽등반을 배운 지 고작 4주 차인 초보자인 나에게 오늘 구곡 빙폭 등반은 산악회 선배님들에게는 걱정의 대상이었겠지만 정말 새롭고 짜릿한 경험이었다.
장비를 다시 배낭에 담고 우리가 머물렀던 자리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나서야 오늘의 구곡 빙폭 등반은 무사히 끝이 났다. 언제나 내 가슴을 설레게 하는 등반. 자신의 경험과 기술을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하는 좋은 산악회 선배님들이 있기에 항상 안전하고 재밌는 등반이 가능한 것이기에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등반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