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이해를 위해 뇌를 알아야 하는 시대가 되면서, 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출판계에서도 과학서적 중 1위가 뇌과학이 차지하고, 기존에 심리, 건강, 자기계발 관련 도서도 뇌와 연관된 주제로 발간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필자가 교수로 있는 뇌교육학과 입학생만 보더라도, 사이버대학 특성과 뇌활용 영역임을 고려해도 고교 졸업자에서부터 70대 후반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유아교육 종사자, 아동청소년 두뇌발달 및 학습에 관심 있는 학부모, 상담센터 운영자 등 교육심리 분야 종사자에서부터 아로마 및 뷰티케어, 퍼스널 트레이너 등 건강 분야 그리고 치매예방훈련 및 인생 2막을 준비하는 분까지 직종은 더 다채롭다.
입학생에서부터 기업 및 교육계 연수시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인 동시에 뇌에 대한 대표적 오해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마음과 행동 변화의 열쇠로 자리한 ‘뇌’에 대한 이해를 통해, 보다 나은 삶의 실제적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첫째, 머리가 크면 지능이 높나요.
일상적인 대화의 소재로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이다. 머리가 크다는 건 뇌가 크다는 말이니 맞을까? 사실 인류의 진화 과정을 보면, 뇌가 클수록 지능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400만년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뇌 용량은 380~450cc, 이후 호모 하빌리스 뇌 용량은 530~800cc로 커졌다.
직립 보행을 한 호모 에렉투스 뇌 용량은 900~1,100cc,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 뇌 용량이 1,300~1,600cc이니 원시 인류에 비해 평균 뇌 용량이 2~3배 커진 것은 맞다.
[출처] 유튜브 채널: BR뇌교육아동청소년 두뇌개발
하지만, 현생 인류에게 머리 크기와 지능을 비교하는 질문에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뭐랄까 이미 지배종이 된 호모사피엔스라는 종 안에서의 비교이니 말이다.
현생 인류의 뇌는 직립보행을 하도록 바뀌었고, 오랜 진화 과정에서 뇌 용량의 증가가 인류 진화의 원동력인 것은 맞다.
하지만, 이미 수렵사회, 농경사회, 산업사회, 정보화사회를 거치면서 최적화된 호모사피엔스의 뇌가 뇌 크기만으로 지능과의 상관성을 얘기하기에는 오늘날 지구촌을 뒤바꿀 만큼 문명을 창조한 뇌의 복잡성을 너무 단순하게 보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인류의 진화 과정의 기나긴 역사로 보면 합리적 추론이나, 호모사피엔스인 현대인들에게는 상관성이 높지 않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머리 크다고 부러워하지도, 놀리지도 말자.
둘째, 인간은 뇌 기능을 10%만 활용하고 있다?
[출처] 유튜브 채널: BR뇌교육아동청소년 두뇌개발
영화의 소재로도 자주 등장하는 질문이다. 사람이 자기 뇌의 10% 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거짓'이다.
미국의 심리학과 교수들이 공동 집필한 책 《보이지 않는 고릴라 (The Invisible Gorilla)》에 따르면 일반인들은 물론, 심지어 상당수 심리학자와 신경과학자들도 이른바 '10% 신화'라 불리는 이 개념을 사실이라 여긴다고 알려져 있다. 이른바 가짜 뉴스다.
우리가 길을 걸을 때,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무언가에 집중할 때 그 상황에 필요한 뇌 기능을 모두 가져다 쓴다. 길을 걸을 때 10% 뇌 기능만 써서 어떻게 제대로 걸을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뇌는 훈련하면 변화한다’라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측면에서는 눈여겨볼만 하다.
유전에 영향을 많이 받는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이 유전자 발현에 매우 중요하다. DNA는 어떠한 환경에 스스로를 놓고, 훈련시키느냐에 따라 발현 여부와 그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뇌는 1천억개의 신경세포와 100조개 이상의 시냅스가 만들어가는 신경망의 끊임없는 변화를 제시하는 신경가소성은 환경 속에서의 인간의 역동적인 변화와 성장을 잘 제시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 중 인간의 뇌 만큼 복잡한 구조와 기능을 가진 존재는 없으며, 태어난 이후 이토록 많은 뇌의 변화를 가져오는 존재 역시 단연코 없다.
집중과 몰입, 언어지능,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상상, ‘나는 누구인가’로 대표되는 내면탐색 또한 인간의 고등정신 능력이다.
하지만, 영화 루시에서 나온 것 같은 것은 만화 같은 얘기일 따름이고, 오히려 지금 인류의 문명을 만든 인간 뇌의 창조성이 진정한 초인적인 능력 아닐까?
세 번째, 나이를 먹으면 뇌는 쇠퇴한다?
인간에게 노화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당연히 뇌도 노화하여 뇌 기능이 기본적으로 감소하게 된다.
단기 기억력을 비롯해 반응시간과 수행능력이 느려진다. 뇌 신경세포의 감소, 뇌 무게와 뇌혈류량의 감소, 신경세포 및 뇌혈관에 이물질 축적, 신경전달물질의 감소 등이 수반된다.
노화가 기본 인식이긴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뇌 기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도서관에 책이 충분치 않은 경우 빠른 인출로 인해 젊은 시절은 단순정보처리능력이 높지만, 살아가며 축적되는 경험과 지식으로 도서관에 책이 넘쳐나게 되면 어떠할까.
인출시간이 오래 걸리고, 충돌도 생기지만, 종합적인 정보처리 면에서는 월등하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속도는 느리지만 사고의 확장이 생기고 통찰과 지혜가 커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버드 메디컬스쿨은 60대 이상의 뇌를 ‘지혜의 뇌(wisdom brain)’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인식의 전환이다.
나이가 들면 언어능력이 떨어진다는 것도 하나의 통념일 수 있다.
티모시 솔트하우스 미국 버지니아대 심리학과 교수가 2019년 '심리학 및 노화' 연구결과에 따르면 뇌의 기능 중 기억이나 지각 속도, 추론은 20대부터 나이가 들면서 점차 줄다가 60대 이후 급감한다.
반면 어휘력은 20대 이후 점점 증가하다가 70대 이후 최고 수준을 유지한다. 어휘력이 다른 뇌 기능에 비해 노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냥 살아가는데 익숙해지면 안 된다. 언제나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는 어린 아이들처럼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삶의 무료함을 느끼고 현재에 안주할 때, 언제나 같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나의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무언가가 없는 삶이라 뇌가 인식할 때, 바로 그 순간 뇌세포는 소멸되어가고 우리의 뇌기능은 약해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