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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하바롭스크, 여유있는 러시아 소도시 여행

엄마와 함께 떠나는 여행, 러시아편 #1

by 만두님 Jul 27. 2019

엄마와의 올해 여행은 러시아 하바롭스크와 블라디보스톡으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둘이 따로 다녀온 여행지들이 꽤나 많아서 겹치게 다녀오지 않은 곳을 헤아리다보니, 이제 짧은 기간 동안 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다. 유럽을 가기에 시간은 부족하고 그중에 러시아 정도면 다녀오기 괜찮겠다 싶어, 하바롭스크와 블라디보스톡을 다녀오기로 했다.


하바롭스크 날씨는 꽤나 좋았다. 그리고 굉장히 작은 소도시였다. 처음 도착해서 당황을 했던 것이, 한국에서 러시아 화폐를 환전해갈 시간이 없어 달러로 환전한 후에 러시아 공항에서 환전해야지 했는데 아뿔싸. 하바롭스크에 환전소가 없었다(....) 국제선 공항이 국내선 공항보다 더 작은 것은 함정. 마치 한국의 고속버스 터미널을 마주한 느낌이랄까. 버스를 타야했는데 러시아 화폐가 없어 급하게 ATM기로 러시아 화폐를 뽑아 타게 되었는데, 영어가 통하는 사람도 전혀 없어 도착하자마자 난항이었다.

도착해서 받은 인상은 유럽+뭔가 살짝 북한의 느낌이 나는듯한 촌스러움이 공존했다. 그럼에도 그 어색함이 나쁘지 않았던 러시아의 첫 인상. 나중에 블라디보스톡을 가보니, 하바롭스크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는데, 경험했던 하바롭스크에서만의 주요 특징을 꼽아보고자 한다.



자주 마주치는 한국 버스들의 향연

하바롭스크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가 삼성 버스를 마주했을 때의 당혹감이란.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고, 하바롭스크 시내를 돌아다니다보면 한화리조트 버스부터 왕수학교실 버스까지 줄줄이 한국 버스들을 마주할 수 있다. 한국 버스를 수입해서 쓰기 때문이라고 들었는데, 그래도 겉 모습마저 바꾸지 않고 당당하게 쓰는 모습이 꽤나 당혹스러우면서도 흥미로웠다. 나중에는 한글이 쓰여져 있는 버스를 발견하는 재미가 꽤나 쏠쏠했다는. 이러한 한국 버스들은 블라디보스톡을 가면 만날 수 없다. 아마도 하바롭스크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특유의 재미거리이니, 눈여겨 볼 것을 추천한다.



촌스러움과 유럽풍이 공존하는 도시

하바롭스크는 촌스러움과 유럽풍이 오묘하게 섞인 곳이었다. 무언가 북한을 가보질 않았지만, 북한의 모습이 조금 들여다보이기도 했는데, 아마도 여기저기 섞인 붉은색 때문이었던 것 같다. 심심치 않게 북한 사람을 마주할 수 있다는데, 간혹 지나가다가 한국 사람같지만 뭔가 아닌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고, 공항에서 빨간 궁서체 글씨로 각자의 짐 앞에 크게 이름을 써붙인 북한 단체 여행객을 마주쳐 신기하게 서로를 쳐다보기도 했다.

하바롭스크는 그러한 곳이었다. 간접 유럽을 체험하는 곳이라고는 하지만, 기존에 가보았던 서유럽/동유럽과는 한껏 다른 촌스러운 분위기. 그럼에도 파란 하늘이 배경이 되면, 고풍스러운 유럽 느낌이 물씬 나는 곳. 그러나 블라디보스톡과는 다르게, 북적임이 덜해서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도시. 볼거리가 많지 않아 하루면 모든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지만, 엄마와 내게는 관광지 느낌이 물씬인 블라디보스톡보다는 더 좋은 인상을 남겨준 도시였다.



추천하고 싶은 음식점, Vdrova / Coffee Republic / Grand Hotel Prestige Restaurant

사실 해외여행 가서는 한국 사람들이 추천하는 맛집은 최소한 줄이자, 라는 것이 마인드인데 엄마와의 여행은 한국 사람들이 추천하는 맛집이 최고다. 한국인 입맛에 최적인 곳은 보통 엄마 입맛에도 최적이기 때문. 그 중에 한 곳이 바로 브런치 맛집 Coffee Republic이었다.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굉장히 유명한 집이었기 때문에 사람이 엄청 많을 것을 걱정했는데, 평일이라 그런지 손님이 거의 없었다. 길가 테라스 자리에 앉아 커피와 함께 먹는 브런치는 꽤나 괜찮았다. 그러나 러시아식 팬케이크는 우리 입맛이 아니었음. 그래도 테라스에 앉아 출근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먹는 브런치가 꽤 괜찮으니,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아, 레닌 광장 근처이니 레닌 광장과 함께 같은 코스로 묶는 것이 좋다.




저녁으로 먹었던 브드로바. 이 곳도 한국 관광객들에게 꽤 인기있는 곳이다. 전통 복장을 입은 직원들이 서빙을 해서 더욱 화제성이 된 듯 한데, 직원들이 너무 예뻐서 한참 쳐다보게 만든 곳.(개인적으로 러시아 언니들 너무 예쁘다.) 여기서도 테라스에 앉아 맥주와 함께 피자를 먹었는데, 딱 그 정도가 적당한 듯 하다. 피자 한판을 엄마와 다 먹고 나니 느끼해서 라면이 땡겼던 곳. 그래도 수도원 분위기의 잔도 꽤 매력적이고, 전날 들렸던 파니 파찌니에 비해 전반적인 분위기나 음식 또한 나쁘지 않았다.(Pani Fazani는 돼지 냄새가 너무 강해서 엄마와 거의 음식을 먹지 못하고 남긴 채 나와 버렸던 곳이라 아쉬움이 크다.) 하바롭스크에 이틀간 지내고 보니, 왜 한국 분들이 추천하는 맛집이 한정적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블라디보스톡에 비해 전반적으로 관광지로 형성되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음식들이 꽤 전통적이거나 한국인 입맛에 맞지 않아, 대부분 무난하게 접근할 수 있는 이탈리아 음식이나 브런치 등이 맛집으로 거론된 듯 싶었다.



이곳은 사실 굉장히 우연히 들린 곳이었다. 동방정교회(Spaso-Preobrazhensky)를 들렸다가 급 커피가 땡기기도 하고, 쉬고 싶어서 근처 카페를 검색했는데 생각보다 구글에서 평이 나쁘지 않아 찾아간 곳이었다. 호텔 1층에 있는 레스토랑이었는데, 날씨도 좋았고 뷰도 좋아 앉아서 힐링하기에 최적이었다. 찾아가보니 이전에 숙소 검색할 때 몇 번 둘러봤던 곳이었지만 위치 때문에 포기한 곳이었는데, 시내와는 떨어져 있지만 뷰를 감상하기에 나쁘지 않은 곳인 듯 싶었다. 이곳에서는 커피와 함께 케이크 디저트를 먹었는데, 호텔 레스토랑 금액 치고 나쁘지 않은 곳이니 시간이 된다면 한번 들려봐도 좋을 것 같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하바롭스크는 하루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도시였다.

엄마와 함께 여유있게 돌아다니면서 아쉬운 점이 남았었는데, 다음날 복잡스러웠던 블라디보스톡을 마주하고 나니 엄마도 나도 '하바롭스크가 좋았네'라며 하바롭스크를 그리워하기도 했다. 맛집이나 관광 요소가 다소 블라디보스톡보다는 아쉽지만 고즈넉하고 여유로움이 마음에 드는 곳. 여건이 된다면, 블라디보스톡만 둘러보기보다는 물씬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하바롭스크도 함께 둘러보는 것을 추천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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