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엄마와의 여행 _ 첫자락

- 준비 과정.

by 만두님

올해 엄마와의 여행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톡과 하바롭스크. 오사카, 대만, 홍콩, 라오스까지. 하나씩 세어보니 벌써 올해가 엄마와의 5번째 여행이었다. 그간 엄마와의 여행을 준비하면서 고민되었던 내용들, 에피소드들, 고려했던 사항들을 정리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번 기록을 시작했다.




엄마와의 여행, 시작은 이랬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께서 급작스레 쓰러지셨다. 연세에 비해 꽤 건강하셨는데, 넘어지셔서 일어나지 못하시고 오랜 시간 병원 신세를 지게 되셨다. 그런 시기를 겪고 나니, 문득 엄마가 떠올랐다. 곧 환갑을 바라보시는 엄마도 오랜 시간 건강하게 걸어다닐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롭게 매번 떠나는 나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엄마도 떠나고 쉽지 않았을까. 그래서 살짝 던져보았다. "엄마, 같이 여행갈래?" 라고.


너무나 흔쾌히 '응!'이라고 대답하신 엄마. 호기롭게 시작한 다짐과 달리, 혼자 여행과 달리 엄마와의 여행에서는 고려해야할 점이 너무 많았다. 여러 경우의 수를 마련해서 엄마에게 컨펌을 받을 때마다 엄마는 늘 너무 비싸다고 걱정하셨고, 내가 낼 것이니 그냥 가면 안되냐고 우리 모녀는 매번 투덜거림이 오갔다.

그러나 이는 지속적인 여행을 통해 조금씩 변화할 수 있었다. 비싸다고 투덜대시던 엄마는, 막상 좋은 풍경을 보거나 맛있는 음식을 드시고 나면, 그만큼 값어치를 한다고 감동하시곤 했다. 실제로 오션뷰 펜션도 비싸다고 계속 나무라시더니, 귀엽게도 아침부터 바다보면서 모닝 커피를 즐기셔야 한다며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셨기 때문이다.




조식 제공과 교통이 편리한 숙소는 필수!

엄마와 여행을 다니다보면, 현지 음식이 엄마 입맛에 맞지 않을 경우를 종종 맞이한다. 특히 향이 강한 대만이나 홍콩을 여행할 때에 엄마께서는 꽤 힘들어하셨다. 그럴 때 해결책은 엄마가 바리바리 싸오신 한국 음식과 조식! 처음에 캐리어 가득 한식을 싸가시는 엄마께 매번 나는 "이럴 거면 한국에 있는게 낫지!"라고 나무랐지만, 이상하게도 돌아올 때 누가 다 먹었는지 캐리어에 한식은 싹 비워진 채 돌아오곤 했다. 그러한 경험을 몇 번 한 후에, 엄마와의 여행에서는 조식을 제공하는 호텔을 되도록 이용하게 된다. 덕분에 엄마는 늘 아침마다 조식을 몇 그릇이나 싹싹 비우시며 포식을 하시곤 한다.

교통이 편리한 숙소는 덤이다. 피곤함을 자주 느끼시기 때문에, 중심지에 숙소가 있다면 중간에 잠시라도 쉬다가 다시 나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님과의 여행에서 숙소를 구한다면 이 두가지는 꼭 고려해서 잡을 것을 추천하고 싶다.




여유보단 구경. 마사지는 덤.

부모님과의 여행을 할 때마다, 늘 여유있게 일정을 짜곤 하는데 이상하게도 부모님들은 여행 온 김에 뽕을 뽑아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하신다. 그런 생각 때문인지, 우리 엄마께서는 여유있는 일정 보다 구경거리가 많은 일정을 좋아하신다. 덕분에 카페에서 여유부리며 몇 시간 앉아있는 호사는 엄마와의 여행에서는 잠시 빠이- 해야할 때가 많다.

일정이 조금 빡세다 싶으면, 하루의 마무리 일정에 마사지를 넣어주는 것이 좋다. 마사지를 뭣하러 그 돈 주며 받냐고 하시던 엄마는,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받은 마사지에 완전 감동받으시고서 그 이후 여행 때마다 마사지 받으며 피로를 푸는 것을 좋아하게 되셨다. 덕분에 대만 여행에서는 초기 일정과 다르게 1일 1마사지를 매일 받곤 했다. 온천이 있다면, 온천을 즐겨보는 것도 추천!




일일투어가 하루 쯤 있어도 좋다.

사실 부모님들께서 가장 좋아하시는 여행은 패키지 여행이다. 그 도시에서 꼭 봐야할 필수 코스만을 쏙쏙 골라 버스로 편하게 이동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급급하게 옮기는 여행 코스, 한식 위주로 짜여진 식당들, 마지막날은 구매를 강요하는 듯한 쇼핑 일정에 나는 패키지 여행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되도록 엄마와의 여행도 자유 여행으로 가는 편인데, 일정이 된다면 하루 쯤 시내 투어나 근교를 들리는 일일투어를 끼워넣는 것을 추천한다. 하루 쯤은 조금 편하게 내가 굳이 길을 찾지 않아도 되고, 설명이 곁들어져 더욱 이해하기 쉽고, 무엇보다 가이드 분들의 유창한 말솜씨에 부모님들이 참 즐거워하시기 때문이다.




사실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여행을 하는 나라에서 파는 맥주를 현지에서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나. 마침 엄마께서도 술을 좋아하시는 편이라, 엄마와 여행을 하는 기간에는 자기 전 1일 1맥주를 하곤 한다. 그 시간에 엄마와 그날 있었던 이야기부터 요즘의 고민 같은 이야기를 나누곤 하는데, '여행에서 뭐가 제일 좋았어?'라고 물어보면 엄마는 그 시간이 가장 좋았다고 말씀하신다. 엄마에게 여행이란 그저 신기하고 새로운 것들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딸과 함께 하는 소중하고 즐거운 시간들인 것이다.



엄마와 함께 낯선 외국땅에 발을 들이는 순간, 긴장을 하기 시작한다. 길을 잃으면 안 된다는 생각,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늘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게다가 심한 길치인 나는 엄마까지 길을 잃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미리 길을 외워두곤 한다. 덕분에 엄마와의 여행은 즐거운 여행이라기보단 미션에 가깝다. 그럼에도 엄마는 여행 후에 늘 그렇게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물어보러 다니는 내 모습이 대견해 보인다고 하시면서 물어보신다. "그래서 내년에는 우리 어디 가?"라고.


그래도 올해도 떠난다, 러시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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