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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님 Nov 02. 2021

9,10월의 독서기록

#30. 일터의 문장들 - 김지수

분야별 유명한 분들의 인터뷰가 담긴 책인데, 와닿는 내용과 체크해둔 페이지가 많았다.

군더기기를 버리고 핵심을 유지하라는 것,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으니 유연하게 받아들이라는 것. 무엇보다 나의 인생을 잘 살아온 사람만이 타인을 품을 수 있다는 말이 참 좋았다. 오랜만에 열정 뿜뿜을 일으킨 책이랄까. 한동안 의욕이 줄어들었던 내게 업무의 활력이란 어떤 것인지 다시한번 고민하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디지털 격차는 내가 이 시대를 살면서도 속해 있지 않다는 느낌을 줘요.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함은 커져만 가죠.
코로나로 인해 생활이 다 정지되니까 이제야 루틴이 생기고, 거리에서 허튼 시간 안 버리니 쳇바퀴 돌 듯 운동하고 공부하게 되더라고.
싸게 누리면서 희생하고 파괴했던 것들이 제자리를 찾을 겁니다. 기후 변화가 그렇게 뼈아픈 거예요. 코로나가 편리함을 걷어내고 함께 오래 가는 과제를 내준 셈입니다.
언컨택트는 단절하는게 아니라 연결된 타인을 좀더 세심하게 선택하는 것이다.
루틴으로 순서 다 지키려다 보면 삶이 버거워질 때도 있어요. 모든 건 정반합입니다.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지요. 조여질 때가 있으면 풀어질 때도 있다는 걸 기억하면 돼요.
항상 '근본이 뭐였지?'를 묻고 아닌 건 버리면 돼요. 확고한 가치관이 있으면 자기 행동과 관계를 정리하는 기준이 생겨요.
즐거움을 경험해 본 사람만이 다른 무언가를 할 수 있어요. 즐거움을 기억하는 사람은 면역력이 강해요. 그래서 어떤 환경에서든 잘 놀고 해법을 찾죠.
베이직을 찾은 다음 미래를 예측해서 그 흐름에 맞게 약간의 새로움을 얹는 거죠.
불필요한 힘을 빼고 동작에 집중해야 해요. 쓸데없는 데 힘을 빼고 몸을 편안히 한 후 필요한 감정만 눌러주라구요.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나는 당신이 필요하다'는 사인을 줘야 한다. 그것은 단순히 리더십의 표현이 아니라 서로의 안전에 관한 거대한 신호다.
나를 가볍게 두면 뇌의 주변이 말끔해져요. 다른 사람이 비난한다고 영향받지 않고 나답게 판단할 수 있달까요. 수시로 나를 수술대에 올려놓는 거죠. 맨몸으로 내 피지컬을 극한대로 몰면서 객관적으로 나를 대하는 거예요.
브랜드에 철학이 더해지면 소비자들은 물건이 쓸모없고 못생겨도 사요. 그 생각에 공감하기 때문이죠.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생각을 곧게 세우면 부족한 게 많아도 그 사람은 잘 살아요. 그게 바로 밸런스죠.
자기만의 장르에 갇혀 있으면 금세 낡아진다. 의도적으로라도 다른 장르의 공간, 사람, 분위기에 자신을 자주 노출해야 한다.
작은 선택이라 해도 더 큰 그림을 그려보는 습관을 들이세요. '지금, 여기'에 안주하지 말고 행동의 파급 효과를 떠올려보세요.
자기 인생을 잘 살아온 사람만이 그 몸 안에 상상 속의 타인을 품어 섞을 수 있다.
그 얼굴은 잘나가거나 못나가거나 한 인간을 함부로 판단해 보지 않은 자의 얼굴이다. 잘나갈 때나 못나갈 때나 타인의 인정에 목매지 않고 오직 자기 자신이 삶의 컨트롤 키를 쥔 채로 당당했던 자의 얼굴이다. 그리하여 자기를 기특해하고 타인을 애틋해하는 결과적으로 귀여워진 개인의 얼굴이다.
능력을 발휘하는 장소, 평가받는 그룹이 많을수록 평가에 덜 심각해집니다. 한군데서 인정받으려고 올인하지 않죠. 정체성을 분산시켜 다원화하면 '이게 아니면 다음'이라는 대안이 생겨요.
트라우마에 집착하면 모든 에너지를 '내가 문제 있다'는 결론을 내리는 데 써요. 지금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과거를 핑계 대는 거죠. 이럴 때 자존감을 높이려면 용기를 내서 '일단 해!'가 답이에요.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0883693


#31. 역사의 쓸모 - 최태성

부끄럽게도 학창시절에 역사 공부가 싫어 이과를 선택한 나였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에 찰떡인 듯, 현대를 살아가면서 이어지는 역사 이야기를 정말 쉽게 풀어낸 최태성 쌤의 책이라 그런지 시간가는지 모르고 읽었다. 역사 속 인물들의 삶을 엿보면서 사회의 일원으로 나의 온도는 몇도인지 여러모로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이 책은 혼자 읽기 아쉬워, 독서모임 책으로 발제를 진행했다. 역사의 필요성과 우리가 더 알아야 할 것들을 어떻게 알아가는 것이 좋을지, 책을 읽기 전 후의 역사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책에 언급된 인물들 중 기억에 남는 인물은 왜 기억에 남았는지 등 다양한 이야기를 혼자만이 아닌 함께 나눌 수 있어 더 좋았던 책이었다. 예전에는 절대 안 읽을 법한 책들을, 독서모임을 통해 그 범위를 넓혀갈 수 있다는 것은 몇 년째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좋은 것 같다.


세상도 변하는데 나의 인생이라고 늘 지금과 같을까요? 힘든 세상에서 희망마저 없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잃어버린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역사 속에서 위인으로 평가받는 사람들은 정상에서 배회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물러나야 할 때 물러날 줄 알고, 잘 내려온 사람들이지요. 우리는 역사를 통해 '잘 내려오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이를 통해 나의 존재, 나의 격을 지킬 수 있으니까요.
이 고난이 인생의 끝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면 조급한 마음을 약간은 덜어낼 수 있어요.
폐족이 되었음을 한탄하거나 힘든 세월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읽고 쓰는 일을 꾸준히 해나갔습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처한 현실이 삶의 전부라고 섣불리 결론내리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까 말이죠.
협상이란 상대방도 만족시키고 나도 만족하는 결과를 내기 위한 과정입니다. 내 것만 생각해서도, 상대의 것만 생각해서도 안 되죠. 배짱을 가지고 섬세하게 상대를 관찰하면서 본인의 패를 놓지 않는다면 결국 원하는 것을 얻게 되리라고 역사는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자기의 삶이 통째로 부정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분노하는 것입니다. 내가 살아온 세월, 내가 쏟아부은 노력, 그리고 그것으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나라는 존재가 너무나 억울한 것이죠.
누구의 주장이 옳고 그른가를 판단하는 일보다 선행되어야 할 일은 상대가 왜 그런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를 헤아려보는 것 아닐까요? 역사를 공부함으로써 서로의 시대를, 상황을, 입장을 알게 된다면 우리의 관점도 달라질 것입니다.
정도전처럼 시대와의 불화로 나락에 떨어졌을 때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사회와 자신에 대한 인식과 비판의 불을 항상 환화게 밝혀놓았으면 합니다. 그러면 쉽게 좌절하거나 비현실적인 꿈을 꾸는 대신 지금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것이 눈에 보일 것입니다.
도처에 갈등 요인이 널려 있는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에게는 당면한 문제에 나의 온도를 몇 도로 맞출 것인지 조절할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5043333



#33.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제주 4.3사건을 기반으로 한 책인데, 이전의 '소년이 온다'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지라 뜬구름 잡는 듯한 중반부까지는 영 재미를 붙이지 못했다. 꽃님 언니에게 한강 작가는 광주사건 등을 써야함을 작가의 의무로 느낀다는 말을 듣고서야 겨우 마음잡고 완독할 수 있었던 책. 후반부에 4.3사건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는 울컥하면서 읽는 가속도도 붙었고, 완독하고 나니 명확하게 이유를 설명할 순 없지만 읽기를 잘했네 라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었다.

얼마전 독서모임에서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알고 있는게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독서인 것 같다고. 마냥 애정하던 제주에 얽힌 이야기를 이제야 상세히 들여다본 나 자신이 조금 부끄럽기도 했던, 가을의 초입에 딱 어울리는 한강의 신간이었다. 무엇보다 한강은 어떤 사물이나 계절에 대한 표현을, 어떤 인물에 대한 성격 표현을 눈에 보이듯이 은유적으로, 과하지도 않은 담담함으로 참 잘 표현한다는 생각을 하게 다시 한번 들게 만든 책.


물잔에 빠뜨린 각설탕처럼 내 사적인 삶이 막 부스러지기 시작하던 지난해의 여름
압도적인 성량으로 끊임없이 세계가 말을 걸어오는 것 같던 여름이 갔다.
세계와 나 사이에 소슬한 경계가 생긴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바꿔나가는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쉽게 생각해내기 어려운 선택들을 척척 저지르고는 최선을 다해 그 결과를 책임지는 이들. 그래서 나중에는 어떤 행로를 밟아간다해도 더이상 주변에서 놀라게 되지 않는 사람들.
마이너스 통장이 있긴 한데 마이너스일 때는 아주 가끔뿐이야. 대체로 플러스였다가, 가끔은 꽤 많이 플러스였다가... 그럭저럭 탈없이 굴러가.
어떤 말도 허투루 뱉지 않는, 잠시라도 무기력과 혼란에 빠져 삶을 낭비하지 않을 것 같은 태도 때문일 거라고.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0883676



#34. 완전한 이름 - 권근영

오랜 세월동안 감춰져왔던 여성 화가들의 이야기. 좋은 작품을 많이 남긴 그녀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으로서 당당하게 설 수 없었던 그 시대적 상황 때문에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드러났던 사연들이 꽤 재미있었는데 챕터마다 호흡이 너무 짧아 깊숙한 맛이 없었던 부분이 다소 아쉬웠다. 억압되던 흐름 속에서도 휩쓸리지 않고 각자 할 수 있는 나름의 노력을 하는 그녀들로 인해, 요즘의 나도 여성으로서 일할 수 있게 된 게 아닐까 라는 감사함이 들기도, 요즘 모든 게 노잼이라고 한탄한 내가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그 당시의 편견들이 그녀들의 삶을 단순하게 규정해버렸다는 사실들이 안타까웠고 나또한 그 편견에 일조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라는 반성도 좀 하게 되었고, 그러한 부분을 은유적인 표현으로 책 제목에 담은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그녀는 '여행꾼'이자 호기심 많은 관찰자였는데, 그렇다고 이국의 풍속을 함부로 무시하거나 재단하지 않았다.
중요한 전환점이었을지언정 그 기간이 70년 넘는 삶을 규정한다니 억울할 것도 같다.
그림도 인생도 다 정해진 운명의 결과이니 마음먹기 따라서 얼마든지 가벼워질 수 있음 또한 깨달았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1025979



#35. 나는 착한 딸을 그만두기로 했다 - 아시쿠라 마유미, 노부타 사요코

슈퍼K장녀라는 타이틀을 달고 지내던 나였던 지라, 얼마전에 엄마와 한차례 투닥거리고 나서 답답한 마음에 읽었던 책. 이런 책을 사실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은 읽고 나니, 이러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에 왠지 모르게 안도감이 들었다. 일본 작가가 쓴 책이라서, 한국과는 문화가 다르겠지 라는 편견을 어느정도 갖고 보게 되었는데, 동양권이라는 공통점때문인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심리 상담사가 중간중간 개입하여, 마음을 보듬어주고 조언해주는 내용이 소설 기반으로 쉽게 풀어가고 있어 금새 읽어내려간 책. 무엇보다, 부모에게 인정받으려고 나를 끼워맞추기 보다는,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과 장소를 찾고,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지내라는 말이 현실적이면서도 가장 와닿았던 책.


세상의 많은 여자에게 일 이상으로 소중한 존재가 있다는 사실에 새삼 기분이 묘해졌다.
엄마는 내가 나다운 행복을 찾길 바라는 게 아니라 엄마가 생각한 대로 인생을 살게 하고 싶은 것뿐이라는 걸 말이야.
남편은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소중하게 대해주거든. 무조건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야.
같은 일이라도 다섯 명이 있으면 다섯 가지의 인식 방법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과거에 생긴 일은 자신이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습니다.
부모에게 인정받으려고 자신을 억누르지 말고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과 장소를 찾으면 된다고 말이야.
내 마음이 산산이 부서진 이유는 내 잘못이 아니라고 인정하고, 부모님이 무슨 말을 하든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는 범위에서 관계를 유지하면 되는 거야.
나에게 친구들이 더없이 멋지고 소중한 존재인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이 보기엔 나도 그럭저럭 좋은 친구일 게 틀림없으니까.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1629426





9,10월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었다.

에세이, 인문학, 소설 등 당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을 보이는 대로 집어서 읽었다. 평소에 한 책을 완독할 때까지 다른 책을 읽지 않는데, 이번 달에는 교차하면서 상황에 따라 읽었다. 이러한 독서법이 독서 많이 하기에 좋은 방식이라 했는데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책을 읽을 수록 하게 되는 생각이, 내가 갖고 있는 편견이 참 무섭다는 점, 그리고 모르고 있다는 것 또한 무섭다는 점. 그렇기에 더 많이 알고 사고를 확장하기 위해 많이 읽고 듣고 쓰고 해야한다는 점을 이번에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독서의 계절, 가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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