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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인드박 Sep 07. 2021

의외로 모르는 임직원 복지카드의 비밀

회사는 관심이 많다. 직원이 무얼, 언제, 어디에서 사는지.

입사 전에 제일 설레었던 건 그거였다.

그룹 임직원 복지카드

계열사 브랜드 추가 40% 할인!

혜자가 그런 혜자 없었다.


인사팀 담당자는 인센티브는 매년 두 자릿수가 나온다고 했다.

지금껏 그렇게 안 나온 적은 없었다고.

연봉은 제자리였지만, 미리 나올 성과급을 감안하면 인상이 맞았다.

이미 되돌릴 수는 없는 길.

바로 싸인.

드디어 이직이 결정되었습니다.


입사 후, 이상하게도 회사가 조금씩 주춤했다.

결국 성과급이 한 자릿수로 바뀌었다.

두 자리를 자신했던 인사팀 직원을 찾아갔다.

하지만, 그녀의 자리는 비어있었다. 육아휴직이었다.

나를 소개한 헤드헌터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통수다.


위안 삼을 것은 그게 나뿐만은 아니었다는 거다.

경력사원들 모두 그 또는 그녀에게 똑같은 멘트를 들었다고 한다.

그들은 스크립트대로 읽었을 뿐이고, 나는, 우리는 쉽게 넘어간 것이다.

하지만, 복지카드는 좋았다.


임카찬스, 우리는 그걸 임카찬스(임직원 복지카드 찬스)라고 불렀다.

열심히 쓰고 다녔다.

할인받을 때마다 자부심을 느껴졌다.

아내에게 카드를 줄 때마다 뿌듯했다.

그래 내가 이 회사의 일원이다-


하나 살걸 두 개, 세 개살 걸 다 샀다.

나들이 계획 전에 할인받을 계획부터 먼저 세웠다.

매달 한도가 찰 때까지 썼다.

때로는 주위에서 빌려서 사기도 했다.

경쟁사 이름이 들어간 아이스크림도 안 먹는다는 동료의 말이 이해가 됐다.

왜?

할인이 없으니까.


해가 거듭하고 연말정산 때서야 알았다.

그게 나의 소득이었다는 것을.

매달 할인받은 금액만큼 내가 세금을 내고 있다는 것을.

회사는 복지라고 이름만 붙였을 뿐, 할인금액을 나의 소득에 합산시켰다.

그렇게 계열사 매출은 늘어났고.

통수 어게인.


어느 날 팀장 두 명이 잘렸다.

불륜이었다.

잘린 사실보다 직원들이 더 궁금했던 건 회사는 이걸 어떻게 알았을까였다.

임카 결재가 결정적이라고 했다.


몇 안 되는 감사 유경험자인 나에게 사람들이 물었다.

그게 가능한가요?

가능하지.


아마 전후관계가 다를 수 있지만,

평소 사용하던 카드거래내역과는 다른 연속된 결재가 발견되었거나.

두 개의 카드가 서로 비슷한 시간에 결재된 점이 있다면 의심이 되었을 수도 있지.


직원들 각각 맥주소를 가지고 있으니, 모니터링이 가능하지.

그래서 잡은 1-2개 증거를 가지고 감사를 진행한 거겠지.


아니 둘 다 그 정도는 알고 있을 텐데 임직원 카드를 썼을까?

누군가 물음에, 답을 하고 보니 이해가 갔다.

직원 할인은 중독이잖아.


나의 마지막 멘트는 이거였다.

회사는 직원들이 항상 궁금하단다

네가 어디서 무얼 언제 샀는지 까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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