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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인드박 Jan 04. 2023

뛰어라 노트북을 찾을 때까지

흥분이 곧 공포로 변했던 그 출장의 기억

러시아 모스크바  갔을 때 일이다. (전쟁 전이라 자유롭게 왕래하던 시이었다.)

모스크바 붉은광장 (출처-트립닷컴)

금액이 큰 러시아 회사 인수이었

해외라 해도 2번째, 3번째 방문부터는 무덤덤한데, 그때는 조금 달랐다. 유는 당시 러시아에서 월드컵이 렸기 때문이었다.


월드컵 특수를 릴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지만, 실상은 좋은 소식이 없었다. 항공 티켓, 숙소, 렌터카, 모두 값이 1.5-2배 뛰기 때문이었다.


살림 늘리기는 쉬워도 줄이는 건 고통이듯, 같은 값에 낮은 급 호텔, 좁은 렌터카는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또, 월드컵 위해 세계 각국에서 모인 응원단 사이에서 일로 미팅을 한다는 것 역시 몹시 우울한 일이었다.


러시아 대표팀의 첫 경기가 열리 날,

대사관으로부터 밖에 나가지 말고 실내에 있으라는 벌한 문자가 왔다.


자국 대표팀이 경기에 지면 흥분한 훌리건들이 외국인 폭행는 일들이 일어났다는게 통역 알바로 일하던 현지 유학생들의 이야기다.


러시아가 연승을 하며 분위기가 좋던게 다행이었다. 혹자는 비밀 약물을 맞았을꺼라는 모론을 제기했지만 제대로 경기를 못뛰면 받을 현지  때문이라도 이를 악물고 열심히 뛰었을 것이다.


우리도  축구선수들처럼 열심히 일했다. 자문 로펌과 회계 컨설팅펌, 인수 회사까지 가며 하루에 거의 2-3시간 정도 자면서 일을 했다.


당시 모스크바짧은 여름 지나가고 있었. 맑은 공기, 높은 하늘을 느낄 새도 없이 2주 출장은 모두 마무리되고 인수딜 마무리가 되다.


한국에서 최종 인을 하기로 양측 합의가 된 마지막 날 되어서야 나는 비로소 자유를 느꼈다. 감옥에서 풀려난 빠삐용처럼.


그 날 저녁, 출장인원들 모두 호를 지르며 한국식당에서 가벼운 회식을 다. 그리고 붉은 광장을 었다.

모스크바 붉은광장 (출처-나무위키)

'여기도 아름답고 행복한 나라구나'


다음 날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고 나는 잠시 행복을 느낀 것이다.


술기운인지 긴장이 풀려서인지 그 날 꿀잠을 자고 일어나 도착한 공항은 그야말로 난리법석이었다.


월드컵으로 인해 공항 보안은 강화되고 거기에 중국인 단체관광객까지 끼여 공항은 마치 도떼기시장이 된 것이었다.


정신이 버쩍 든 것은 그때였다.


내 노트북이 없어졌어.


캐리어와 개인 배낭을 멘 나는 갑자기 렉이 심하게 걸린 컴퓨터처럼 멈췄섰다. 

노트북 가방이 없다.

검은색 노트북 가방이 없다.

내 가방

노트북


왜 공항에서 깨달았을까?


울고 싶었다. 진짜.

단체로 이동했던 밴에 두고 왔을까?

일단 우리에게 벤을 렌트해주었던 러시아 회사 비에게 전화했다.


슬라브계의 전형적인 금발 미녀 올가. 리들에게는 배우 마고 로비를 닮 마고 로비라는 별칭으로 불린 비서분이었.


그녀에게 나는 젠틀한 한국 비즈니스맨의 좋은 인상을 남기려 노력다. 하지만,  마지막에 내 얼굴에 X칠을 했거다.


사정을 설명하니 호호호 하하하 웃 올가는 쾌활하게 잠시 기다리란다.


'이제 러시아 출장은 다시 오지 말아야겠다'

나는 생각했다.


다행히 밴 운전사였던 르게이에 전화가 되었다고, 근데 밴 구석구석을 찾아도 노트북 가방이 없다고 올가가 말했다.


그래도 나는 다시 부탁했다.

밴을 끌고 공항에 오면 내가 다시 가방을 찾아보겠다고 이다.

슬슬 시아어가 나오며 올가의 목소리에 짜증이 느껴졌다.


'이미지고 뭐고 르겠다.'

노트북 안에 모든 인수딜 파일이 들어가 있으니 잃어버리면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었다.

그저 빨리 보내달라고 말했다. 

올가 빨리...


'X칠에.... 진상짓까지...'

올가는 쉬는 시간마다 다른 비서들끼리 모여서 수다도 많이 하던데 분명 이제 입방아에 오  분명했다.


'안 돼애애애--'

상상도 하기 싫었다.

매번 깔끔하게 넥타이에 정장까지 입고 다녔는데 마지막진상렇게 억될 쭐이야. 

'이라니. 으으흑'


20분이 흘렀을까.

툴툴거리며 공항에 온 세르게이가 내 눈에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세르게이님@!@'


하지만 올라탄 밴 구석구석을 살펴보아도 노트북 가방은 보이지 않았다.


"유 에어포트 포갓?"

세르게이가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지며 나에게 물었다.

공항에서 잊어버린 거 아니냐고 이다. 마치 간증집회에서 목사님 손을 부여잡듯 나는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


헬프. 미. 세르게이


세르게이  때부터 놀이공원에서 아들을 리고 청룡열차를 타러가는 아빠처럼 내 손을 잡고 공항으로 내려갔다.


경호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러시아어로 계속 뭔가를 묻었다.


한참을 지났을까, 뭔가 감이 온 듯 세르게이가 웃으며 공항 천장에 달린 스피커를 가리켰다.

"##₩₩₩%%%###₩₩₩&&&"


'지금 바빠 죽겠는데 뭐라는 거야'

나는 짜증인 표정을 지었다.


"유 노트북 로스트 앤 베기지 센터"

그제나는 항에서 검은 LG 노트북 가방 분실한 사람을 찾는다는 방송이 러시아어로 나오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잠깐 그럼 지금 시간은?'

이리저리 다니느라 소비한 시간 때문에 출국 수속시간이 빠뜻했다.


'15분 정도 남았다면 미친 듯이 뛰어야 된다.'

비행기 티켓을 세르게이에게 보여주자 그가 외쳤다.


런어어어어언-!


분실물센터로 뛰었다. 세르게이와 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발에 불이 나게 었다.

미친 듯이 뛴 건 그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출처-픽사베이)

사람들을 요리조리 피해 가며 마치 카운트다운을 노리는 미식축구 선수처럼 공항을 달렸다.


뛰어 숨이 켁켁 거렸다.

'이런 저질 체력'

겨우 도착한 분실물센터에서 세르게이가 급하다고 러시아어를 쏟아냈다.


그리고 마법같이 검은 노트북, 내 가방이 나왔다. 

히지만, 쉴 수 없었다.

다시 뛰어 출국 게이트로 갔다.


헉헉헉.

심장이 쿵쿵쾅쾅 뛰었다.

마침내 도착한 출국게트 앞에서 우리 둘은 섰다.


큰 미션을 완수한 러시아인 세르게이와 한국인 나.

나는 그를 꼬옥 안았다.


땀에 젖과 어깨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났다.


쓰빠씨바
(고맙습니다)

 나는 극적으로 5분전 모스크바 출발 인천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좌석에 앉아 지나간 시간을 되돌렸다.

사건은 이랬다.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기 위해 내가 올린 가방중국인 여행객들 짐 였다

잠시 몸싸움을 하듯 짐을 찾다보니 노트북 가방을 두고 온 것이었다.




전화번호로 자동추천이 뜨는 레그램 덕에 한국에서 나는 세르게이 연락할 수 있었다. 


"##%%%***!*!*!**!"

번역기를 돌리 내용은 이랬다


"그때 너랑 같이 뛰느라고 구두 굽이 모두 나갔다구. 아내가 이걸 보면서 무슨 일이 있었냐는 거야, 그래서 한국인 친구를 도와주다 그랬다고 했지. 모스크바에 가 오면 구두값 청구할꺼야. 하하하 농담이. 다음에 러시아 오면 언제라도 연락해 친구"


내 손을 잡고 뛰던 세르게이.


빨리 전쟁이 끝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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