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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dianjina Apr 11. 2016

나는 초록이 좋다_10 days 크로아티아

#2 라스토케 Rastoke

4.10 라스토케 마을(슬루니)

숙소 침대에서 보이는 뷰
'애초 분홍은 잘못 태어난 색이다. 색깔의 사생아. 화학적 실수로 인해 발견된 색. 그래서 지루한 세상은 조금 나아졌는가. 인류의 이 안 좋은 기분이 나아졌는가. 아픈 머리에 머플러를 두르고 봄이면 발광하는 분홍.'


이병률 <바람이 좋다 당신이 좋다>의 한 구절이다. 분홍이 색깔의 사생아라면 초록은 색깔의 뿌리이자 근원이 아닐까. 그래서 난 초록이 좋다. 겨우내 까슬했던 초록빛이 가시고 원색의 기운을 되찾는 봄의 초록. 분홍처럼 한 계절 왔다 가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고유의 빛을 발하고야 마는 그 강인함. 내 모든 지향을 대변할 수 있는 초록의 성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꽃보다 누나들이 송어 구이를 잡쉈다던 Petro
동유럽의 시골 마을에 오니 한국의 시골이 그리워졌다

17시간을 날아와 첫 날을 보낸 라스토케는 온통 초록빛이다. 하루 종일 이슬 비가 내리는데 이 수분을 머금고 만물의 초록은 더욱 진해질 터. 초록의 공기가 지니는 향 또한 세계 어딜 가도 똑같다. 습한 초록 공기를 마시니 들숨과 날숨의 활동이 활발해진다.

요정의 마을이라는 라스토케 빌리지
민가는 예의상 찍으면 안되는 법인데 항상 담고 싶다

여행은 초록의 만개처럼 내 안의 고유성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다. 오로지 스스로에 대해 자문하고 집중하는 시간을 지낼 수 있음에 감사하다. 내 모든 삶의 지향을 지켜 내야 함을 초록의 소생을 보며 다시금 깨닫는다. 그래서 나는 초록이 좋다. 초록의 기록으로서 이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이유. 그 빛이 내 안의 본질이자 생애를 걸쳐 지켜내야하는 고유함과 흡사 닮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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