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20km의 여정을 시작하다
한국에 살며 직장에 다닐 땐 일년에 한 두번씩 배낭을 매고 비행기를 탔다. 여행에 중독되다시피 살았던 나는 줄곧 미국이란 나라엔 큰 관심이 없었다. 대신 일종의 선입견이 있었다. 역사가 짧고도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나라엔 보고 느낄 것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2017년 9월 중순부터 약 3주 동안 미국 서부를 여행했다. 미국에 정착한지 약 7개월이 지나고 떠난 여행이었다. 그리고 3주간의 시간은 30년간의 선입견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나와 남편, 그리고 한국에서 우리와 함께 여행하고자 온 대학 후배가 여행의 동반자가 되었다. 우리는 서부 북부로부터 남부로 가는 루트를 짰다. 도시 기준으로 시애틀>포틀랜드>샌프란시스코>산타 바바라>로스 엔젤러스>라스 베가스>샌디에이고, 주(States) 기준으로는 워싱턴, 오레건, 캘리포니아, 네바다, 애리조나까지 총 5개 주를 오직 차로 횡단했다. 참고로 시애틀부터 샌디에이고까지 거리는 약 2020km이고 쉼없이 운전했을 때 약 20시간이 소요된다.
미국은 한반도의 약 43배 면적의 국토를 가졌다. 때문에 미국에서의 로드 트립은 길바닥에 시간과 기름을 뿌릴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쭉 뻗은 도로 위에서 마주한 대륙의 풍경이었다. 헐리우드 영화에서처럼 황량한 땅 한 복판을 쉼없이 달리기도 했고 10차선 고속도로 위에서 아찔한 주행을 하기도 했다. 차 안에서의 시간이 지겨울 법하면 또 다른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광활한 땅 위에 덩그러니 깔린 도로위를 달리고도 또 달렸다. 인적 없는 미지의 땅들이 지천으로 뻗어 있는 것을 보고 다시 한 번 우리는 자연 앞의 미물이란 생각도 했다. 그리하여 각 도시에 대한 여행 일기를 쓰기 전에 몇 컷의 사진들을 올려본다. 차 안에서 촬영하거나 해안도로를 지나는 중간에 내려 찍은, 내 마음속에 각인된 진.짜 미국의 모습들이다.
2편. 시애틀 여행기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