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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dianjina Apr 21. 2018

샌프란시스코에 간다면 머리 위에 꽃을 다세요

#4. 미국 서부 로드 트립

나의 첫 캘리포니아 

@San Francisco 첫날의 노을


캘리포니아라 하면 왠지 사시사철 강렬한 햇빛 아래 비치볼 하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오레건 그랜츠패스에서 무려 7시간이나 운전해 저녁 즈음 도착한 샌프란시스코는 과연 내가 상상하던 오랜지빛 석양 아래 우리들을 맞이했다. 내 머리위로 펼쳐진 비현실적인 하늘에 눈을 뗄 수 없었다. 내가 캘리포니아 사람들과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 게 맞을까. 그들의 하늘 위에는 왠지 또 다른 태양이 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도 그럴것이, 캘리포니아에는 Sunshine tax라는 말이 있다. 실제하는 세금은 아니지만 둘째 가라면 서러운 캘리포니아의 물가가 결국 이 환상적인 날씨 때문이라는 것이다. 설사 그렇다해도 고개가 끄덕여지듯, 샌프란시스코의 하늘은 캘리포니아를 열망하는 사람들의 동경과 이상 그 자체였다.

 

@San Francisco On the highway
@San Francisco The Pink Sky


미국의 맛

무엇이든 주류를 좋아하지 않는 이상한 성격 때문일까. 사실 난 미국이란 나라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남편따라 이 곳에 살기로 결정하고 막연한 기대도 생겼지만 그래봤자 ‘미국같겠지'라고 생각했다. 미국스럽다는 것. 주 하나의 크기가 한반도만하거나 더 클 정도로 넓은 땅에 누구나 아는 팝이 울리고, 화려한 헐리웃 영화가 유행하며, 햄버거와 피자를 먹는 큰 미국인들이 있는 곳. 땅은 넓지만 개성이란 없는 나라라고 여겼던 편견이 이번 여행을 통해 바뀐 것이다. 한 나라 안에 다른 계절이 존재하고 각 주마다 다른 법을 따르는 미국이란 나라는 도시마다 분명한 색깔을 가지고 있었다. 서부 사람들은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성향이지만, 동부 사람들은 시간 약속 등에 철저한 것처럼 사람들의 성향, 생활 양식 등도 천차 만별이다. 더불어 수많은 나라에서 유입된 이민자들의 문화까지 섞인 거대한 연방국가는 자유로부터 탄생한 개성의 집약체다.


@Castro district, San francisco
@Castro district, San francisco
@Alamo Square, San Francisco


샌프란시스코의 무지개

샌프란시스코의 주택 양식은 도시의 정체성을 대표할만큼 인상적인데 일반적인 미국 주택보다 작은 집들이 블럭마다 줄지어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알모어 스퀘어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같은 모양을 한 집들이 1800년대 중반부터 1910년대까지 활발히 건축되었다고 한다. 건축학적으로는 빅토리아 양식으로 불리우는 이 주택들은 샌츠란시스코를 대표하는 역사성을 지닌다. Castro district는 샌프란시스코의 가장 유명한 거리로 미국 최초의 게이 지역 중 하나이다. 우리가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10월 1일은 마침 매년 GLBT(Gay, Lesbian, bisexual, and transgender)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카스트로 디스트릭트에 갔을 땐 이미 축제가 끝난 터라 텅 빈 거리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카스트로가 성소수자를 지지하고 그들의 문화를 상징하는 자유의 공간이라는 걸 거리의 흔적만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


@San Francisco 도시의 사람들
@San Francisco 오페라 하우스



'San Francisco
-Scott Mckenzie

If you’re going to San Francisco
Be sure to wear some flowers in your hair
If you’re going to San Francisco
You’re gonna meet some gentle people there

For those who come to San Francisco
Summertime will be a love-in there
In the streets of San Francisco
Gentle people with flowers in their hair



히피의 성지,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걷다보니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노래, 스콧 맥켄지의 ‘샌~프란시스코’란 노래가 생각났다. 그저 아름다운 도시에 대해 노래하는 줄만 알았던 곡에는 내가 모르던 의미가 담겨 있었다.


‘당신이 샌프란시스코에 가게 된다면,

꼭 머리 위에 꽃을 다세요.

샌프란시스코에 오는 사람들에게,

그곳의 여름은 love-in이 되어줄거에요.

그 곳엔 머리에 꽃을 단 친절한 사람들이 있죠.'


이 노래가 발표된 1960년대 후반, 당시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던 세계의 젊은이들과 지성인들이 머리에 꽃을 꽂거나 손에 들고 시위에 참가했다고 한다. 이후 꽃은 사랑과 평화의 상징이 되었고 스콧 맥켄지의 노래에도 'Be sure to wear some flowers in your hair'란 부제가 붙은 것이다. 또한 가사 속에 나오는 'love-in'이란 당시 평화를 외치던 히피들이 모이던 집회를 의미한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했던 이 곡은 머리에 꽂을 달고 샌프란시스코로 모이는 평화의 군중을 묘사한 것이다.


@San Francisco The Golen Gate

금문교(Golden Gate) 등 도시를 대표하는 관광 스팟이 많지만 나는 샌프란시스코의 거리에서 비로소 도시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스콧 맥켄지의 노래에서 말하듯, 한 때 히피들이 집결했던 그곳엔 자유와 평화를 외치던 그들의 기운이 남아 있는 듯 했다. 비록 머리 위에 꽃을 달진 않았지만 경계를 풀고 비로소 여행을 즐기기 시작한 샌프란시스코가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누구라도 센프란시스코에 가게 된다면, 마음의 빗장을 풀고 온 몸으로 도시를 즐겨보시길. 그렇게 나의 첫 캘리포니아는 샌프란시스코의 모습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 Sanfrancisco 시청사 주변


@San Francisco 떠나기 전 아침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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