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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dianjina Apr 28. 2018

샌프란시스코 옆 작은 마을 소살리토(Sausalito)

#5. 미국 서부 로드트립


소살리토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금문교를 건너 북쪽 끝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불과 30분도 걸리지 않아 닿는 곳이지만 그 분위기와 풍경은 샌프란시스코와 많이 달랐다. 마을 곳곳을 눈에 담고 싶어 남편과 나는 자전거를 빌려 둘러보기로 했다. 한 사람당 $20가 넘는 자전거 대여료에 번뜩 미국의 관광지라는 실감이 났지만 덕분에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상점들이 모여 있는 소살리토 중심가로부터 주택들이 있는 언덕 위로 올라갔다. 여행객들로 붐비는 중심가와 달리 언덕 위는 여느 동네처럼 고요하고 일상적이었다. 30분쯤 달렸을까, 어느새 금문교 아래 마을 어귀에 도착했다. 바다 건너 샌프란시스코가 보이는데 마치 마을 외벽에 걸린 거대한 액자가 아닐까란 상상을 했다.



한시간 남짓 전거를 타니 허기가 져 남편, 후배와 함께 점심 먹을 곳을 찾았다. 소살리토에 매료되어 한껏 들뜬 마음 때문이었을까. 우리는 기분 한 번 내보자는 마음으로 어느 고급스런 이탈리안 식당에 들어갔다. 한 번 쯤은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좋은 음식과 분위기 속에 우리의 여행을 기념하고 싶었다. 레스토랑의 이름은 Scoma’s Sausalito였다. 솔직히 맛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정갈한 에피타이저를 한 입 물고 생각이 완전 달라졌다. 보드라운 게살의 크랩 케이크, 깊은 맛의 봉골레, 그리고 설탕을 튀겨 만든 스트로베리 케이크까지 그곳에서 먹은 음식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유난히 볕이 보드라운 날에는 주위의 모든 것들이 생기를 얻는다. 소살리토란 작은 마을을 여행한 날도 그러하였다. 10월의 소살리토를 비춘 햇볕은 그 온도와 물기가 너무도 적당했고, 그래서 나는 그 날을 도시가 머금은 빛과 색으로 기억한다. 햇살이 드리운 나무는 청포도색을 띄었고, 붉은 장미들은 빛이 났으며, 오래돼보이는 벽돌 건물조차 포근해보였다. 마을 사람들, 언덕 위 나무, 작은 상점들과 거리 등 그곳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예쁜 엽서 한 장을 보는 듯 했다. 그렇게 기억되는 날들은 1년 중 며칠이 채 되지 않는데 소살리토의 사진들을 볼 때마다 그 때의 그 기억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생각해보면 나는 유난스럽지 않고 오랫동안 한 곳에 존재하던 것들이 가치를 발하는 장소를 좋아하는 것 같다. 에스파냐어로 '작은 버드나무'라는 뜻을 지닌 소살리토에는 그런 내가 사랑하지 아니할 수 없는 것들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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