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 해골을 발견 하고 거리낌 없이 들어올리는 인디아나 존스 덕택에 성덕 마인드에서 탈덕까지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게다가 그 충격이 나름 좀 쎘는지 영화가 어떻게 끝났는지도 기억이 안 날 정도. 이런 충격이 나뿐만이 아니였는지 영화가 끝났지만, 강의실 안은 마치 믿었던 사람에게 있는 힘껏 뒤통수를 후려친 듯한 충격의 소용돌이만이 몰아치고 있을 뿐이였다.
“…예전에 교수님이 왜 인디아나 존스가 고고학자가 아니라고 한지 이제 알겠어…”
강의실 문을 나서면서 중얼거린 말에 같이 수업 겸 영화를 본 동기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래서.. 전공생은 전공 관련 영화를 보면 안돼...”
그말에 깊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크리스탈 해골편을 봤던 이 날은 2n평생 즐겁게 봤던 영화리스트 하나가 사라지는 가슴아픈 날이 되고야 말았다.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편을 보신 분들이라면, 그 크리스탈 해골을 들어 올리는 것 보다 고고학 관련 영화임에도 외계인과 연결되는 이상한 결말에 더 충격을 받았을 것 같다. 그리고 아마도 결말에 충격이 아닌 그저 크리스탈 해골을 들어 올리는 행위에 충격을 받았다는 나에게 물음표를 던지실지도.
서로 이 글에 대한 공감을 하기 위해 간단하게.. 설명을 하자면 , 크리스탈 해골과 같은 물건들을 유물 이라고 하고 절터, 집터, 이런 ‘터’라고 통칭하는 것들을 유구 라고 한다. 그리고, 보통 이런 유구 안에 그 시대 살았던 사람들이 남겨 놓은 유물들이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왜 여기서 ‘발견’ 되었냐는 점이다.
보통 사람이 생활을 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구역을 나누어 생활하게 된다. 나뉘어진 구역별로 사용하는 물건 역시 같이 나뉜다. 부엌에서 쓰는 수세미와 욕실에서 쓰는 수세미가 서로 다른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구역에 따라 나뉘어진 물건은 수천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발굴이라는 작업을 통해서 세상에 나타나게 되는데, 구역에 따라 나뉘어진 유물들의 모습과 위치를 보고 이 유구의 성격과 이 유물이 자리잡고 있는 유구의 세분화된 구역을 추측하게 하며 그시대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 역시도 추측하게 해준다.
다만, 땅속 깊이 묻혀 있다 나온 유물의 경우 그동안 접촉하지 않았던 공기와의 접촉 또는 비바람을 통해서 유물의 형태가 변질 될 수 있다. 그래서 박물관에 있는 수장고는 온도,습도 이런게 일정하게 유지 되도록 되어 있다. 아무튼 이런저런 사유로 끝도 없이 땅 위에 노출 시킬 수가 없기에 유물을 발견하게 되면, 유구와 유물의 모습을 도면으로 옮겨 그리는 작업을 하게 된다. 더불어 사진도 찍고. 도면에 옮기는 유물은 특히 유구에서 발견된 위치에 그려지게 되는데 이런 작업과 고고학적 자료들로 그 시대의 생활을 어느정도 그려 낼 수 있게 된다.
이게 바로, 고고학의 나름 기본적인 내용. 인디아나 존스가 그저 크리스탈 해골을 들어 올리는 모습은 이런 고고학적의 모습을 다 무시하고, 그냥 눈에보이는 보물을 집어 든거와 같은 행위인 셈이다. 보물을 집고 달려가는 옛날 옛적의 도굴꾼들 처럼.
아마 여기까지 글을 읽으셨다면, 왜 크리스탈 해골을 발견하고 ‘와!’ 하는 외마디와 함께 크리스탈 해골을 그냥 들어올리는 인디아나 존스의 모습을 보고 탈덕을 한건지 아실 듯 하다. 어휴 그 장면은 정말 지금 생각해도 가히 충격적..
물론 영화이니까, 현실의 고고학 모습을 녹여 보여 줄 순 없겠지만, 그럼에도 굳건하게 믿었던 그 무언가에 배신당한 그 느낌은 안타깝게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더불어 면담때 교수님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인디아나 존스 5 가 북미 기준 ‘23년 6월에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전공생 시절 보다는 좀 더 유 한 마음을 갖게 된 지금.
인디아나 존스가 또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다. 그래도 조금은 그때보다는 어헛헛.. 하는 마음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나오면..또 봐봐야지 에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