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4월 애기가 처음 어린이집을 가서 적응하는 기간 동안 육아휴직을 썼다. 2년 동안 엄마랑 주로 있어서 이참에 애기랑 더 친해지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고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더 가까워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내 생각과는 너무 달랐다. 말도 안 듣고 사고는 엄청 치면서 내 인내심은 금방 바닥이 났고 3월 말부터는 애기랑 엄청 싸웠다. 웬만하면 내가 애기를 혼낼 때 가만히 있는 아내가 그때부터 끼어들면서 중재하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정말 조절이 안 됐다. 사실 그렇게까지 화가 날 일도 아니고 다른 방법으로 충분히 훈육할 수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감정이 폭발했다.
그런데 복직을 하자마자 완전히 달라졌다.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왔다. 감정을 다시 잘 조절하게 되어 화를 거의 내지 않게 되었고, 그때부터 차근차근 다시 시작해서 지금은 애기랑 사이가 좋다. 지금은 퇴근하면 아빠~하면서 달려와 안기고 업어달라고 하고 난리다. 왜 갑자기 이렇게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다가 왜 또 갑자기 감정을 잘 조절하게 되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움직임"이 원인 중 하나인 것 같다.
움직임의 힘
휴직 전에는 주 2~3회씩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20분 이상 걸어서 퇴근해 5 천보 이상은 걸었다. 그런데 휴직을 하면서 갑자기 움직임의 양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그러면서 답답하다는 기분이 들었고 애기가 어린이집을 가면서부터 휴직기간 내내 감기를 달고 살아서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점점 쌓이고 지쳐갔다. 이걸 제대로 해소하지 못했고 이런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감정에 휩쓸려다니기만 했다. 그래서 감정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했던 것이라 생각한다. 복직하면서 출퇴근을 걸어서 하면서 하루에 8천 보 이상 걷고 있다. 그리고 5~6월 동안은 사내 헬스장 등록 대기 중이라 주말마다 동네를 달렸다. 움직임이 많아지면서 견디는 힘이 회복됐고 기분 전환도 됐다.
<움직임의 힘>에서는 움직임이 인간의 행복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려주고 있다. 인간은 움직임을 좋은 것이라고 인식하도록 진화해 왔다. 그래서 달리기를 오래 하면 찾아오는 극한의 기쁨인 "러너스 하이" 까지는 아니더라도 달리는 동안 뇌에서는 엔도르핀과 엔도카나비노이드가 분비되어 행복감을 느끼게 해 준다. 실제로 운동하고 움직이는 동안 인간은 더 행복하고 활기찬 기분을 느끼게 된다.
실시간 추적 조사에서도 사람들은 활발하게 활동할 때에 가만히 앉아 있을 때보다 더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평소보다 더 활발하게 활동한 날 자기 삶에 더 만족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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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은 활동이 많았던 날엔 직장에서 겪은 갈등이나 아픈 자녀를 돌보는 일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정신적 타격을 덜 입었다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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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힘
스트레스 해소와 함께 달리기와 운동을 하면서 지구력이 늘었다. <인듀어>에서는 지구력을 "포기하고 싶은 유혹을 참고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힘"이라고 한다. 이때 포기하고 싶은 유혹은 숨이 헐떡거리고 심장과 폐가 찢어질 것 같으며 다리 근육이 비명을 지르는 육체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머리가 지끈할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벗어나고 싶은 정신적인 고통도 포함된다. 이는 포기하지 않는 힘은 육체보다는 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육체에서 보내는 신호들을 바탕으로 뇌가 버틸지 그만둘지를 결정하기 때문에 결국 운동을 통해 뇌를 강화해서 버티는 힘이 증가하게 된다.
휴직을 하면서 운동량이 급격히 줄어 답답한 상황에서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까지 약해지면서 내 감정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 것 같다. 5월부터는 달리기, 7월부터는 운동을 하면서 다시 버티는 힘이 증가하고 스트레스에 휘둘리지 않게 됐다.
그는 지구력이 '그만두고 싶다는 욕망과 계속해서 싸우며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힘"이라고 보았다. (중략) 중요한 것은 멈추거나 물러서라고, 혹은 포기하라고 속삭이는 본능의 지시를 거부하고 더디게 가는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중략) 지구력은 뜨거운 불가에서 손가락을 떼지 않고 계속 견딜 수 있게 해주는 힘이다. 그야말로 견디기 힘든 1분의 시간을 최선을 다해 뛰는 60초로 채울 수 있게 해 주는 능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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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는 힘
물론 운동량이 줄어든 것만이 전쟁 같았던 3, 4월의 원인은 아니다. 운동만이 해결책도 아니었다. 하지만 큰 축을 담당하는 건 분명하다. 그중에서도 달리기를 한 것이 큰 것 같다. 돌이켜보면 정말 지옥 같았던 중대장 밑에서 스트레스를 엄청 받으면서도 오전 8시 ~ 오후 10시까지 근무 후에 새벽 1시까지 따로 공부했던 시절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억지로지만 3km를 12분 30초 만에 뛸 수 있는 체력인 것 같다. 특히 1.5km도 한 번에 뛰지 못했던 내가 3km 특급을 받을 수 있도록 꾸준히 달렸던 것이 육체적으로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단련이 된 것 같다.
지옥 같은 시간을 버티는 힘이 되었다면 반대로 지옥이 아닌 시간에 적용을 하면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힘든 만큼 마이너스인 것을 운동으로 원점으로 돌린 것처럼 지금이 마이너스지 않다면 운동으로 플러스 지점으로 올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먼저 나부터 실행해 보고 주변에 알려야겠다. 꾸준히 운동하고 달리자. 내가 행복해지면 그만큼 내 주변도 행복해질 수 있겠지.
참고자료:
1. <인듀어>, 알렉스 허친슨, 다산초당
2. <움직임의 힘>, 켈리 맥고나걸, Andromed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