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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 엄지 Sep 27. 2023

둠칫, 둠칫, 가무의 나라, 인도

내 친구들은 무대를 두려워하지 않지

음주가무의 나라임이 타국의 고대 역사서에서부터 적혀있는 우리나라건대... 이 나라 앞에선 후자를 따라갈 수가 없다. 우린 그냥 음주(飮酒)의 나라일 뿐. 가무(歌舞)의 나라, 인도.

 

지금은 간파티 축제 기간으로 우리 단지 내에서는 6일 내내 단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 및 아침-점심-저녁마다 힌두교 의식(Arati) 등이 진행된다. 올해는 이틀에 걸쳐 '어른/아이 문화 행사'를 하길래 뭔고 하 가봤더니 단지 내 이웃들이 춤 및 노래를 선뵈는 자리였다. 이걸  문화행사라고 부를 줄이야.

작년에는 아는 이웃이 하나였는데 1년 사이 더 많이 알게 된 얼굴들로 공연이 퍽 감동이었다. 한 달 여 매일 연습을 하고, 의상이며 장신구 등이 모 자비는 것을 알았기 때문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공연이 칼군무이거나 힘들게 준비한 느낌은 아니다. 무대도 엉성고, 서로 손 드는 방향이 다르기도 하다. 그렇지만 무대에 서는 모두가 웃고 있고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이 모두 환호하며 "한번 더 One More"를 외친다.

아버지들이 빠질 수 없지
마라티 전통 춤 Bharatnatyam

그들의 공연을 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들이 인도에 와서 누릴 수 있는 문화생활이 진짜 없다'라는 고민이 사실은

우리만의 사정이겠구나,라는.

또한

내가 '문화 소비자'로만 너무 오래 살았구나.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서비스를 누리는 것만 문화생활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것이 충분치 않더라도 이들은 충분히 스스로 문화를 생산하며 문화생활을 영위하고 있구나.

 가령 마라티 전통 춤을 20년 넘게 해 오신 1층의 암루타Amruta의 반에는 초등학생부터 40대 엄마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며, 저 위의 고급스러운 사리에 선글라스를 장착한 이들은 딸의 동네 친구 엄마들이다. 이번 같은 공연준비가 아니더라도 이곳의 사람들은 항시 종교 가족행사로 바쁘다.

 힌두 달력의 첫날이라 앉아 있어야만 한다고(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다) 결석하는 딸아이 친구나, 이제는 간소해진 우리의 돌 생일잔치들과 달리 아직도 홀을 빌려 그 누구보다 화려하게 하는 가족행사들을 빼놓지 않고 다니는 이웃 친구들을 보며 나는 문득 우리의 세시풍속이 생각난다. 그 옛날 우리도 박물관 미술관 등이 없었던 시절 동네잔치 준비 자체가 하나의 문화생활 아니었던가. 물론 사회 발단 단계 중 하나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문화 생산자' 지위가 보편적이지 않은 우리네의 현실이 씁쓸하기는 하다. 슬슬 문화 생산자가 돼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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