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on Pro가 가져 올 진정한 혁신과 미래의 가능성은 무엇인가?
애플의 혼합현실(MR) 헤드셋이 드디어 공개되었다. 루머의 ‘Reality Pro’대신 ‘Vision Pro’라는 이름이었지만 3000불이 넘는 비싼 가격, 새로운 R1 칩의 적용, 많은 카메라가 탑재되는 등 대부분의 사양들은 미디어를 통해 공개된 많은 추측기사와 출원된 애플 특허들을 통해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50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이라 누군가는 망작이라 폄하하고 그럼에도 또 누군가는 가지고 싶은 욕망을 자극할만한 스토리텔링으로 2007년 스티브잡스가 그랬던 것처럼 또 하나의 파괴적인 혁신이 될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진짜 그럴 수 있을까?
사실 많은 사람들은 애플의 증강현실(AR)글래스를 기다려왔다. 실제로 내부에서 오랫동안 개발을 해왔지만 씨스루(See Through)방식의 AR글래스는 습관이라는 무서운 장벽과 함께 기술적이나 사용성 관점 모두에서 아직 극복하지 못한 제약들을 가지고 있다. 이를 모두 극복하고 본격적인 대중화의 시대를 열려면 10년이상 더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다행히도 가상현실(VR)쪽에서 발전해 온 기술들이 GPU컴퓨팅 성능의 발전과 만나면서 카메라 패스스루(Pass Through)방식의 혼합현실 디바이스의 가능성을 먼저 인지하게 되었다. 그래서 애플도 잠정 AR글래스의 개발을 보류하고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혼합현실 디바이스에 온 역량을 집중했다.
외부에서 카메라 패스스루 방식을 먼저 시도 했던 곳이 핀란드의 Varjo였고 이를 메타가 Quest Pro에, HTC는 XR Elite Pro에 적용하여 출시하였다. 하지만 혼합현실에 대한 이해 부족과 사용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지 못해 여전히 이들은 주변이 살짝 보이는 가상현실 게임기에 머물러 있다. 주변 물체와 부딛히지 않게 사물들을 인식하는 정도지만 혼합현실에 대한 가능성을 모두 인지한 상태라 내부에서 열심히 혼합현실 기반의 새로운 사용성과 응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오늘 애플이 답안지를 살짝 보여준 것이다.
애플의 Vision Pro를 중요하게 봐야 할 첫 번째 포인트는 다른 기업들과 달리 가상현실 체험이나 게임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디바이스보단 공간기반 컴퓨터(Spatial Computer)라는 접근을 했다라는 것이다. 데스크탑이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가 되고, 또 노트북이 되면서 작은 평면디스플레이를 통해 수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는데 앞으로 내 주변의 모든 공간을 디스플레이로 만들고 공간 전체를 컴퓨터로 사용할 수 있는 미래를 다음 10년의 컴퓨팅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내 눈이 닿는 곳 어디든 디스플레이이며 내 손이 닿는 곳 모두가 입력이 되며 눈으로 입으로, 그리고 몸으로 컴퓨터와 상호작용하는 Natural User Interface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EyeSight’도 매우 중요하다. 헤드셋 안 유저의 얼굴을 다른 사용자가 근거리에 들어왔을 때 내부 카메라를 통해 외부 곡면 OLED에 진짜 얼굴처럼 보여주는 기능이다. 여러명의 사용자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상호작용을 하며 커뮤니케이션하고 표정과 관심을 서로가 인지할 수 있게 만드는 효과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사람들이 동일한 물리적 공간에서 함께 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리모트에 있는 경우에도 동일한 얼굴로 실사 아바타를 만들어 원격미팅이나 페이스타임 통화를 할 수 있다.
직접 M2 애플실리콘에 센서전용 R1을 만들어 하드웨어를 개발하고, VisionOS라는 운영체제를 개발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최적화와 통합화를 만들고 RealityKit과 함께 Reality Composer Pro 라는 저작툴을 배포하여 개발자들이 Vision Pro를 위한 다양한 앱을 만들게하고 자체 앱스토어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메타는 퀄컴의 AP에 의지하고 있고 자체 운영체제를 만들려고 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지금은 안드로이드 기반의 운영체제를 활용하고 있다. 마치 지금 스마트폰 시장에서 수직통합화를 성공한 아이폰/아이패드 생태계와 경쟁하는 안드로이드 계열의 삼성이나 화웨이 같은 구도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누가 더 차별화하며 고도화 할 수 있는가 아직은 이른 판단일 수 있지만 메타가 불리한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이 더 크다. 2007년 아이폰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 지금같이 큰 스마트폰 시장은 요원했다. 하지만 2010년 삼성이 3G기반의 갤럭시를 들고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하면서 시장의 파이는 커졌고 경쟁속에 디바이스와 애플리케이션들이 고도화된 10여년을 우린 분명히 목격했다. 메타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던 혼합현실 시장에 애플이 참전했다라는 것만으로도 시장의 확장과 활성화에는 강력한 신호가 될 수 있다. 그때도 그랬듯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사용성을 고도화할 역량이 부족한 다른 기업들은 주인공이 되긴 어려울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사용자경험을 만들어 정의하고 사람들에게 수용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역시 애플은 공간기반 컴퓨터에 기존 컴퓨터들인 맥북과 아이폰, 아이패드가 모두 연동되게 만들었다. 아이폰과 맥북의 수 백, 수 십 만개의 앱을 M2 위에서 동작시킴으로 인해 메타가 선점하고 있는 수백개의 VR/MR 앱의 격차를 압도해버렸고 혼합현실이라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애플주도의 새로운 문법을 표준화시켜 시간의 격차를 벌려 버릴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인간의 눈이 자연스럽고, 또 선명하게 느낄 수 있는 최적의 해상도를 구현했고 공간오디오와 핸드제스처 UX를 개발하고 있다. LiDAR를 적용하여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공간의 Context를 인지하게 만들었고 얼굴에 올라가는 민감한 디바이스인 만큼 발열과 소음을 없다시피 만들어 인텔기반 컴퓨터의 입지를 흔들리게 만든 것처럼 이젠 퀄컴 기반 웨어러블 컴퓨터들의 입지가 불안해졌다.
발표하는 내내 배터리가 내장된 새로운 헤드밴드에서부터 무선충전케이블, 전원케이블과 듀얼 햅틱 컨트롤러와 햅틱글로브 등 수많은 호환 주변기기들이 눈앞을 스쳐갔다. 메타나 HTC의 경우 확장성에 제약이 있어 케이스나 배터리팩, 밴드나 무선이어폰 정도 이상의 주변기기 확장이 없었는데 애플은 시작부터 확장성에서는 이미 압승이다. 맥의 키보드나 마우스, 에어팟의 연동은 물론 핸드제스처의 부족함을 보완할 수많은 입력장치들이 내년 제품 출시와 함께 공개될 것이다. 늘 그렇듯 애플은 배만큼이나 큰 배꼽을 잘 만드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내부에서도 반대가 많았다고 한다. 스티브잡스가 살아 있었다면 출시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 완성도가 부족하니 지금은 아니다는 등의 의견이 많았음에도 지금을 선택했다. 난 적기라고 본다. 혼합현실기반의 디바이스가 본격적으로 확산될 다양한 기술들이 티핑포인트에 다다르고 있고, 메타가 주도하고 있는 시장에서 상대적인 자신감과 확신을 얻은 것도 이유일 것이다. 결국은 컨텐츠와 경쟁력있는 애플리케이션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스텝이고 이를 위해선 외부와 콜라보레이션을 해야하는데 비밀주의를 지속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개발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생태계의 리더쉽을 만들기는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결국 내년 본격 출시를 위해 애플 개발자 대회에서의 공개는 최적의 선택이라 생각되며 그때는 진짜 동작하는 다양한 앱과 컨텐츠로 애플 이벤트를 성대하게 열 것이라 예상된다. 그리고 이어서 Vision One이라는 1000불대의 혼합현실디바이스를 출시하여 대중화의 물꼬를 틀것이다. 스마트폰이 그랬듯 이제부터 새로운 세대의 디바이스가 3번정도 출시되는 동안 혼합현실과 공간기반 컴퓨팅은 낯선 미래에서 익숙한 현실로 서서히 우리의 시각과 습관을 바꾸어 놓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