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CES2023 Key Takeaways

  난 CES를 통해 어떤 변화와 혁신의 움직임을 보았는가? 


1. 

CES는 글로벌 산업 생태계의 축소판이다. 이번엔 볼만한 제품도, 기술도 잘 보이지 않는다는 푸념을 종종 들었다. 잔뜩 새로운 제품도 보고 아이디어도 얻고 싶은데 평이한 제품들이 많아 실망스럽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CES는 원래 새로운 것들 보다 익숙한 것들이 많다. 정확한 비율은 정해져있지 않지만 글로벌 산업 생태계의 경향과 흐름을 반영하는 작은 거울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들이 등장하면 실제 산업 생태계에도 등장하기 시작하고 무엇인가가 대세이면 그 또한 그렇다. 어떤 것이 사라지기 시작하면 실제 산업 생태계에서도 사라지기 시작한다. 다만 가전과 전기자동차, 전자제품 위주의 생태계를 더 밀접하게 반영하고 있고 신기술이나 소프트웨어, 서비스와 같은 영역은 CES에 받아 들여진지 오래지 않아 그 시차가 더 클 뿐이다. 그래서 CES에서는 하나 하나의 제품과 기술을 깊숙하게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큰 그림으로 전체를 연결하여 조망하고 질문을 던져야 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한가지보다는 보이는, 그리고 봐야하는 많은 것들을 함께 봐야한다.   


2. 

코로나 이후 온라인 오프라인 하이브리드한 전시와 컨퍼런스가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코로나 이전에는 사실 오프라인 전시를 보느라 컨퍼런스 발표를 많이 듣지 않았는데 지금은 이른 아침에 온라인 라이브 컨퍼런스를 듣고 전시장을 가거나, 전시장을 다녀 온 후 이후 편한 시간에 온디맨드로 컨퍼런스를 시청하는 등의 복합적인 경험이 자연스럽다. 그러다보니 컨퍼런스 장소에서도 덜 붐비는 느낌이 들었고 컨퍼런스를 통해 발표되는 메시지들의 영향력이 그 이전보다 훨씬 커진 느낌을 받았다. 


3. 

미중 패권 전쟁으로 CES에서 중국의 존재감이 사라졌다. 몇 년 전까지 4,000개 이상의 기업이 참가하던 시기, 중국 기업의 수는 그 중 30%를 넘어설 정도를 그 영향력이 매우 컸다. CES의 C가 China를 의미한다고 농담하기도 했고 그 중 중국 Shenzhen 한 도시에서 참가한 기업이 전체의 70%일 정도로 압도적인 규모를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CES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구도와 판의 변화를 읽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 규모가 줄어 올 해는 전체 3,200여개의 참가기업중 중국은 500개정도로 15%정도로 줄었으며 그나마도 작고 영향력이 없는 기업들이라 실제 현장에서 느껴지는 존재감은 정말 작아졌다. 중국이 거의 없다라고 느껴질 정도이다. 대신 지금 중국은 MWC에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중국중심의 무대로 만들어가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중국의 기술변화를 읽기 위해선 MWC를 주목해야 한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분리되어 질 구도와 역학관계를 함께 봐야 할 숙제가 생긴 것이다.


4. 

한국 스타트업들이 CES를 글로벌 쇼룸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전체 참가 기업중 550개 이상이 한국기업인데 그 중 60%인 350여개가 한국 스타트업이다.  양적으로 성장한 것은 고무적이나 여전히 여러가지 이슈는 있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면은 글로벌 시장과 다름 없는 미국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참가하여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할 수 있다는 것과 협력과 사업제휴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CES를 글로벌 시장을 위한 쇼룸처럼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고 성과를 이어가야할 숙제가 있지만 첫술부터 배부를 수는 없지 않은가. 


5. 

Standalone VR이 새로운 생태계의 마중물이 되고 있다. 2020년 출시된 메타의 올인원 가상현실 헤드셋 퀘스트2가 2년사이에 1500만대 이상 보급이 되었다. 동시에 HTC, PICO등에서도 All in one VR 기기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생태계를 만들 마중물이 되기엔 충분한 숫자이다. 그래서 전시장의 여기저기서 VR기기를 플랫폼으로 활용하여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스타트업들과 대기업들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작년과 비교해도 눈에 띄게 늘어난 숫자이다. 앞으로 가상현실 기반의 아이템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강력한 시그널이다. 


6. 

MR을 중심으로 공간인터넷으로서의 메타버스가 부상하려 하고 있다. 메타의 퀘스트 프로, HTC 그리고 피코등 다양한 기기들이 VR을 넘어 컬러패스쓰루를 지원하는 혼합현실 디바이스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애플의 혼합현실 헤드셋도 빠르면 연내 출시가 예상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그랬듯이 여러 메이저 기업들의 경쟁은 시장을 급격하게 성장시킬 가능성이 크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들이 개발되면서 본격적으로 공간인터넷의 확장이 일어나려 하고 있다. 


7. 

TV중심에서 자동차 중심으로에 판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집을 중심으로 다양한 가전제품들이 전시되었던 공간에 지금은 자동차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중심축이 이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자동차가 이동하는 수단에서 공간으로의 가치가, 이동의 가치보다 경험의 가치가 점점 더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 공간에 들어 갈 새로운 제품,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가치를 누가 주도하게 될 것이냐의 완전히 다른 판의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8. 

새롭고 신기한 것보다는 익숙하고 실용적인 것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최근까지 CES에선 UAM이나 Space Tech등 무척이나 미래지향적이고 거대한 주제들이 다뤄졌고 언제 올지 모르는 미래에도 기업들은 열광했다.  경기침체, 금리, 국제정세의 변화로 기업들은 먼 미래보단 현실적인 내일에 촛점을 맞추면서 그렇지 않은 것들이 잘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신기하고 새롭고 특별한 것들이 별로 없다는 인상을 주지만, 그렇다고 혁신이 멈춰있다는 증거는 아니다. 


9. 

인간을 위한 기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Human Security for All이 이번 CES의 주제이듯 코로나 이후 우리는 인간을 위한 건강, 안전, 지속가능성, 행복을 더욱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기술은 목적이 아닌 인간을 위한 수단으로, 지구와 환경은 인간과 함께 공존해야 하는 가치관이 커지고 있다. 


10. 

혁신을 위해 다양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진화는 진보가 아닌 다양성의 극대화라고 말했다. 결과론적으로 진보가 처음부터 계획되어 있었고 목적인 것 처럼 여겨지지만 실상은 예상하지 못했고 의도하지 않았던 수많은 다양성들의 일부가 선택되고 진화하면서 진보의 형태로 보여지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과 같이 불확실하고 모호한 미래의 혁신을 위해선 다양성의 극대화가 더욱 더 필요하며 이를 위해 모든 다른 것들을 포용하고 용인하며 시도와 축적이 일어 날 수 있는 토양과 문화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낀다. 




이렇게 더밀크와 함께한 의미있었던 CES2023이 마무리되고 큰 여운과 생각거리를 남겼다. 정답이 있는 곳도 아니며 시그널과 노이즈가 함께 혼재되 있었지만 발로 뛰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면서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생각을 교류하면서 너무도 많은 인사이트와 경험을 얻었다. 이제 남은 건 어떻게 상상하고 실행하며 미래를 준비하는가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