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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추뚭이맴 Jan 11. 2017

내 인생의 쉼표.

지친 나를 위한 위로의 말





바람이 불고 나는 이리저리 휘청거렸다.






거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성인이 된 후

나는 내가 기대했던 모든 것에 배반당하는 기분이었다.

성인이 되기 전 어린아이는 미래를 생각하며 여러 가지 소망을 가슴에 품게 된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 보인 현실은 어렸을 적 가졌던 환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일종의 그것은 내가 만든 판타지였다.

어딘가에 하소연할 곳이란 없다. 

모두들 그렇게 배반당하며 어른의 길에 들어섰다.


어렸을 때 나의 세상은 까만 밤하늘과 같았다.

그곳에는 색깔이라는 것이 무색했다.

어둠에 잠식당하면 그 어떠한 아름다움이라도 그 빛을 잃어버렸다.


어렸을 때 좀 더 나의 세상을 아름답게 꾸미지 않아서일까.

성인이 되고 내가 그려놓은 새까만 도화지에 내가 물들어갔다.

어른의 삶이란 뭔가 다르지 않았다.

그저 나이를 먹고 학교와는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어린 나의 연장선을 그려가는 것과 같았다.




아프고 싶은 청춘이 있을까.

아파야만 아름답게 청춘이 물드는 것일까.




세상은 나에게 더 많은 것을 뱉어내게 요구한다.

부당한 요구를 아무렇지 않게 하고 어느 순간 나는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아 이런 게 어른이 된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용기 없는 나 자신의 변명일지도 모른다.

어른이 돼가면서 조그맣던 용기는 어느 순간 사라지고 없었다.

굴복하고 받아들였다.

그 모습은 어렸을 때 내 모습을 다시 보는 것 같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린아이가 갖는 절망감과 비슷했다.






그래서 나는 멈춰 섰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더 나은 어른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을.

그리고 잠시 내 이야기에 쉼표를 그려 넣었다.

그리고 앞이 아닌 뒤를 바라보며 걸어갔다.

내 검은 어린 시절을 보듬어주기 위해.

시작부터 올바르지 못했던 검은 도화지 세상을 가진 어린 나를 다독여주기 위해.

검은 세상 속에서도 밝게 빛나는 별을 볼 수 있는 눈을 만들어 주었더라면

어른이 되는 것이 덜 절망스러웠을 것 같았다.


언제 다시 이 쉼표 끝에 글이 쓰일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그때는 검은 도화지 속에 환하게 빛나는 별이 되고 싶다.

누군가의 별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한 북두칠성.

그것이 내가 쉼표 속에 넣은 나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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