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PM이 뭔지 묻는다면
가끔 주변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질문을 받을때가 있다.
"IT 업계에서 일해요"
"오. 흥미롭네요. 무슨 일을 하시는데요?"
"프로덕트 매니저입니다"
이쯤되면 대게 반응은 둘 중 하나이다.
"아. 네 ^^;"라면 슬쩍 화제를 옮기면 되겠다만.
"그게 뭐죠?"라는 꼬리 질문을 받으면 반가움과 복잡함이 함께 찾아온다.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IT 서비스를 기획하는 사람? 기획이란 단어가 너무 모호하잖아? 그걸 좀 더 풀어서 설명해줄까? 서비스에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는 사람? 서비스를 쉽게 사용하게끔 UX를 고민하는 사람? UX를 뭐라고 설명해주지? 아니야. 더 쉽게 설명해주자. 서비스를 만드는데 디자인, 개발을 빼고 나머지를 챙기는 사람? 잡부란 얘기인가...?'
상대가 IT 업계 현직자가 아니라면 프로덕트 매니저가 누구인지 이해시키기 쉽지 않다. 심지어 같은 업계에 있어도 누구인지 잘 모른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커리어 초기에는 내 스스로도 프로덕트 매니저가 누구인지 정의내리기 어려웠으니 말이다. 디자이너, 엔지니어처럼 명확한 산출물을 만들어내는것도 아니고. 세일즈, 마케팅 담당자처럼 정량화된 업무 성과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경험이 쌓이다보니 차츰 이해할 수 있었다. 마치 여러 레이어를 쌓아올린 크레이프 케이크처럼 말이다.
자. 앞으로는 프로덕트 매니저를 줄여 PM이라 하겠다. IT 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PM이라 불리고 있다. PM은 Product Manager의 약자로 사전적 정의는 제품 관리자이다. 제품을 관리하는 사람이라.. 제품은 무엇이고 그걸 어떻게 관리한다는 걸까? Silicon Valley Product Group(SVPG)의 창업자 마티케이건에 따르면 제품은 다음과 같다. '고객 문제를 해결하거나 가치를 전달하는 기능, 기술, 사용자 경험을 통칭하는 것'이다. 온라인 세상에서 제품은 모바일 앱, PC 웹 사이트가 될 수 있다. 오프라인 세상에서는 대형마트, 카센터, 음식점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IT 업계의 PM을 알아보고 있으니 온라인 제품에 집중하자. 그렇다면 제품을 어떻게 관리한다는 걸까? 이는 항해사에 빗대어 볼 수 있다. 항해사가 누구인가? 드넓은 바다에서 배가 목적지로 나아가게끔 항로를 계획하고 운항한다. 이에 필요한 내부 선원, 외부 관제탑과의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맡기도 한다. PM도 이와 비슷하다. PM은 제품이 나아갈 비전, 전략, 로드맵을 제시한다. 이를 달성하는데 해결할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가설을 수립한다. 이를 제품으로 구현하고자 디자이너, 엔지니어를 포함한 여러 이해관계자와의 협업을 진행한다. PM은 각자가 담당한 제품을 이끄는 항해사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앞서 PM은 항해사와 같은 존재라 했다. 그렇다면 조직에서 어떤 역할을 구체적으로 수행하는걸까? 크게 3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는 제품 비전, 전략, 로드맵을 제시하는 역할이다. 먼저 각자가 의미하는 바를 알아보자. 비전(Product Vision)은 제품이 존재하는 목적과 이유를 설명한다. 즉, 제품의 청사진이다. 예로 우버(Uber)는 '모바일 앱으로 전 세계 도시의 승객과 기사를 연결한다'라는 비전을 가질 수 있다. 전략(Product Strategy)은 제품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세부 목표와 방향성을 설명한다. 앞선 비전을 달성하고자 우버는 '콜택시 이외 새로운 운송 서비스를 출시하여 더 많은 매칭을 만들어낸다'로 올해 제품 전략을 짤 수 있다. 로드맵(Product Roadmap)은 제품 전략을 실행하는 액션 아이템(Action Item)의 일정과 순서를 설명한다. 앞선 전략을 실행하고자 우버는 '1분기에 신규 제품 개발완료, 2분기에 3개 도시에 시범 운영, 3분기에 미국 전역에 정식 출시' 순으로 로드맵을 짤 수 있다. 정리하면 제품 조직이 해야할 일은 비전, 전략, 로드맵이란 피라미드를 쌓다보면 결정된다.
여기서 PM은 조직의 구성원들이 동일한 제품 비전을 바라보도록 도와야한다. 같은 배가 2개 이상의 목적지를 향해 나아갈 수 없지 않는가. 이를 위해 PM 스스로가 우리 제품이 세상에 왜 존재하는지, 어떤 목표가 있는지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어야한다. 이후 비전을 실현시키기 위한 중장기 전략과 로드맵을 구성원들에게 제시하고 설득해야한다.
둘째는 고객 문제를 정의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역할이다. PM은 제품의 성공을 위해 해결할 고객 문제가 무엇인지를 탐색한다. 현재 어떤 상황이며, 핵심 원인이 무엇인지를 정량적/정성적인 분석을 통해 파악해야한다. 해결해야할 문제가 많다면 우선순위를 따져볼 차례이다. 실제 대부분 제품 조직은 해결할 문제에 비해 리소스가 부족하다. 같은 서비스를 사용하더라도 고객이 느끼는 문제가 서로 다르며, 모바일 시장 환경은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특히 스타트업에서 1명의 N인분의 역할을 해야할때가 많다. 그만큼 PM이 우선순위를 잘 세우는게 중요하다.
우선순위를 세울때에는 여러가지 기준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얼마나 많은 고객이 겪는 문제인지, 조직의 목표와 얼마나 연관되어있는지, 이걸 제품으로 만드려면 리소스가 얼마나 드는지를 살펴본다. 중요도가 크고 리소스가 적게드는 문제일수록 우선순위를 높게 잡는다. 우선순위는 PM의 독단적인 결정이 아니라 여러 이해관계자의 생각을 종합하여 정리한다.
셋째는 제품 요구사항을 작성하고 고객 문제 해결을 위한 관제탑 역할을 한다. PM은 고객 문제를 해결할 가설을 수립하고, 제품화에 필요한 디자인/개발 요구사항을 작성한다. 또한 제품 출시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다방면으로 수행한다. 디자이너, 엔지니어에게 제품 요구사항을 설명하고, 제품과 연관된 이슈를 미리 파악하여 사업개발, 재무, CX 팀을 포함한 여러 실무자들과 해결해나간다. 약속한 일정에 맞는 제품 출시를 위해 필요한 테스크(Task)를 관리하는 역할도 한다.
3가지로 간단히 설명해보려했지만 역부족이다. 어찌보면 잡부(?)란 생각이 들만큼 PM의 역할은 넓다. 그래서 주요한 업무를 위주로 그룹핑하여 정리해보려한다. 업무 숙련도와 기술 영역 관점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업무 숙련도를 기준으로 살펴보자. 숙련도는 이해하기 쉽도록 직급을 기준으로 하였다. 'CPO > Product Lead > Senior PM > Junior~Middle PM' 순으로 나눈다. CPO(Chief Product Officer)는 가장 숙련된 PM으로 제품 조직을 총괄하는 책임자이다. 이들은 제품 비전을 고민하고 조직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그에 최적화된 업무 방식, 문화, 시스템을 다듬어간다. Product Lead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서비스의 하위 제품들이 유기적으로 구성되도록 조율한다. Senior PM은 제품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액션 아이템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로드맵을 수립한다. Junior ~ Middle PM은 액션 아이템을 실행하기 위한 제품 요구사항을 작성한다. 또한 담당 제품과 연관된 문의, 오류사항을 체크하며 디테일한 품질을 책임진다.
이번엔 기술 영역 관점을 기준으로 살펴보자. 기술 영역은 IT 서비스를 구성하는 시스템으로 프론트엔드(Front-end), 백엔드(Back-end)로 나눈다. 프론트엔드는 유저가 서비스를 직접 사용하는 영역이다. 즉, 유저에게 보이는 화면과 이를 사용하는 경험을 포괄한다. PM의 프론트엔드 기획은 유저의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직관적인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를 고민하는게 핵심이다. 백엔드는 서비스를 구성하는데 필요한 데이터를 관리하고, 이를 프론트엔드에 주고받는 뒷단의 구조를 말한다. 유저가 직접 보는 영역은 아니지만 서비스를 운영하는데 중요하다. PM의 백엔드 기획은 제품에 필요한 데이터가 무엇이며,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고민하는게 핵심이다. 더 넓게는 서비스 운영 정책까지를 포괄한다.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네이버 쇼핑을 예로 들어보자. 상품을 검색하는 과정에서 프론트엔드, 백엔드 기획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프론트엔드 기획은 유저가 검색 입력바를 찾고, 검색할 단어를 입력하고, 검색 결과에서 상품을 선택하기까지의 경험을 의미한다. 백엔드 기획은 검색 결과에서 상품의 랭킹 구조, 정렬(필터) 기준, 검색어 운영정책을 의미한다. 두 영역 모두 네이버 쇼핑에서 유저들이 상품을 어떻게 탐색하는지 여정과 니즈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
이번 글에서는 IT 제품 조직에서 PM이 누구이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았다. 업무 숙련도, 기술 영역을 기준으로 업무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도 살펴보았다. 물론 이 글이 모든 PM의 역할을 설명해주진 않는다. 왜냐하면 조직이 일하는 문화, 비즈니스 단계, 제품의 라이프사이클(Lifecycle)에 따라 PM에게 기대하는게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PM으로 취업, 이직을 준비할때엔 일하게될 조직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