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눈물과 콧물을 닦으면서
글을 쓰고 있다.
내 마음은 미묘하고 복잡하다.
약 6년 전에 출판한 엄마의 글을 읽으면서
10년 전의 여행을 재생한다.
최근에 하고 있는 노력은
조급한 마음으로 띄엄띄엄 보던 것들을
천천히 충분한 관심을 주며 보는 것이다.
목차 4p
서문 6p
먼저 서문에서 기행문을 상상하며 시작한 글인데,
글을 쓰는 과정에서 자신을 들여다보느라
글 마무리 시점이 늦어졌다는 표현이 흥미로웠다.
사람과 사람의 소통에서
비언어적 의사소통이 70%라고 하는데,
그 부분은 무시하고 의사소통하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서문에서 저자는
이 사회에서 보편적인 성취를 이뤘다는 표현을 썼는데,
이 표현에서 저자(엄마)의 세계의 협소함을 느낀다.
"바라는 건 별로 없다.
사회에서 자랑스럽게 내밀 명함 몇 개만 있으면
명함으로 설명될 수 없는 부분들은 대충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느끼는 행복, 소통, 사랑 이런 것들이다" 라고 읽힌다.
서문만으로도 할 이야기가 많다.
이 사람은 어떤 기준으로 나쁘지 않은 삶을 정의하는지,
그렇게 할 때 그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아왔을지 상상해보는 것,
자녀는 그런 가치관에 얼마나 동조하는지,
동조하거나 동조하지 않을 때
그 가족들의 관계와 소통방식을 어떤 모습을 띄는지.
우리 가족의 모습은 이 사회 어디 즈음에 위치한
어떤 온도의 모습일까? 상상해보려 하다가도,
자신의 모습조차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인데,
설문을 통한들 나의 좌표, 가족의 좌표를 가늠하는 것이 가능할까 싶다.
서문에 대한 소감을 정리하면
,
10년이 지나서 읽어도 가시지 않는 답답함이 있다. 이건 엄마의 문제는 아니고, 상황의 문제도 아니다. 글에서 엄마의 세계관과 삶의 방식에 목표지향적 성향과 촘촘함과 경직성이 자동으로 딸려올라온다. 내가 살았던 세계가 얼마나 좁은 마음의 공간이었던가를 느끼면서 답답하고 아쉽다.
앞서 말한데로 엄마는 기행문 정도로 생각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책은 그 정도 선에서 마무리 되지 않았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들이 올라오면서 자신의 세계에 물음표를 던지고 새로운 답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신선하게 들렸다.
과연 이런 책이 포지셔닝할 독자가 있을까?에 대한 생각이 따라온다.
있을 거 같긴한데, 구체화되거나
어떤 가치를 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그림은 희미하다.
9p 여행경로와 지도가 좀 더 친절했어도 좋았겠다 싶다.
13p 그냥 시작부터 웃겼다ㅋㅋ
첫 페이지에 내가 했던 걸로 추측되는 문장이,
가독성 좋은 자리에, 똭~
"엄마는 또 걱정하네. 걱정 좀 하지마!"
내가 한 말인데 육성지원되는 느낌
ㅋㅋㅋㅋㅋㅋㅋㅋ
13p에는 엄마가 자신의 마음 상태를 설명하는 형용사와
나를 묘사하는 형용사가 씌여있다.
대략 밑줄을 치니, 17개 정도인데,
이 중 엄마 자신의 마음 상태에 대한 표현은 14개, 나에 관한 표현은 3개.
엄마 자신에 대한 표현으로는
"위축되기도 한다. 자신감도 떨어져 막연한 두려움만...어리둥절하다.
걱정에 휩싸인다. 불안해하는 나에게, 소심한데다, 불안하다, 혼란스럽다,
두려움이 가중된다, 뭇마땅했고, 망측했다. 안절부절 마음 졸였는데, 당황해하는 나를"
이런 표현들...
나에 관한 표현으로는
"무뚝뚝하게 말한다. 수선을 피웠었다. 굳어있는 표정에 대꾸도 안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페이지에는 아직 긍정적 정서 표현은 씌이지 않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글을 기행문의 첫 페이지이다.^^
엄마 글의 장점은
표현이 찰지고 생생하다는 것이다.
묘사한 캐릭터들의 정서와 세계가 잘 느껴진다.
엄마의 우울하고 부정적인 내면세계가 잘 표현되었고,
그것때문에 힘들어하는 딸의 모습이 또 생생하게 그려진다.
흔들리면서 부딪히면서 그리고 단단하지 못한 모습이 ㅋㅋ
너무 가련하다 ㅠㅠ
3월에는 <너를 따라가다 나를 만나다>를
꼼꼼하게 읽어볼 예정입니다.
올해가 여행 10주년이거든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