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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지나 빛이 바래는 것 보다
더 슬픈 것이 있다면 그건 사라짐, 소멸.
채 남지 않은 행복이 다하는 걸
목격하는 순간이 아닐까.
그래서 멀리에 두는 연습이 필요할 테지,
사랑하는 사람을 조금 멀리에 두고 바라보는 일
치열하게 살아가던 세상에 대한 간섭을 줄이는 일
여린 어깨에 짊어진 짐들을 내려놓고
그 끝에 약간의 섭섭함을 남겨두는 일.
그리고
남겨진 이들이 때때로 음미할 한 움큼의 그리움과
그토록 사랑했던 당신을 위한 꽃 한 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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