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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선 Aug 25. 2023

2인승 오픈카
스마트포투 451 카브리올레

특이한 차를 탄다고 특이한 사람은 아니거든요 #06

파리에서 살 때, 처음 스마트포투를 만났다. 


주차난이 한국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지옥과 다름없는 파리에서는 ‘주차’ 때문에 자차 구매를 포기하는 사람이 많았다. 시내에서만 돌아다닌다면 대중교통이 워낙 잘 되어 있어서 자동차 구매의 이유를 못 느낀 것도 한몫했다. 그러다 갑자기 스마트포투가 유행했다. 자동차 1대 주차 공간에 2대의 차가 주차되어 있고, 몇 자리에 그 이상의 차가 쪼르록 주차된 풍경을 보면서 사람들은 귀엽다고 난리였다. 그러나 귀엽다고만 느끼던 차는 벤츠 엔진을 탑재하고 있었다. 오픈형인 카브리올레 모델은 작고 귀여운 오픈카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주차난이 심각한 파리에서 살 때 스마트포투를 지켜보며 언젠가 차를 산다면 스마트포투 카브리올레를 사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을 다짐으로 바꾼 사건은 유럽 자동차 여행을 떠났던 순간에 있었다. 파리에서 르노 세닉 자동차를 렌터카로 빌린 후, 고속도로를 타고 스페인으로 향하던 때였다. 함께했던 모두가 운전면허가 있었기에 돌아가며 운전을 하던 중 마침 내 운전 시간이었는데,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리는 데 자그마한 스마트포투가 달려오는 것이 룸미러로 보였다. 프랑스 고속도로는 제한속도가 130km로 정해져 있긴 하지만 아무리 내가 130km로 달린다고 해도 뒤에서 달려오는 자동차가 나보다 높은 속도를 내고 있다면 차선을 변경해 비켜줘야 하는 룰이 있었다. 특히 1, 2차선을 달린다면 무조건이다. 느리게 갈 수밖에 없을 땐 가장 바깥 차선으로 달려야 욕을 먹지 않는다. 제한속도보다 많이 느리게 달리는 자동차들은 비상 깜박이를 켜고 운전한다. 아무튼 그래서 자주 룸미러를 보게 되는데, 멀리서 달려오는 스마트포투를 보고는 잠깐의 고민할 시간도 없이 곧바로 차선을 변경해 자리를 내어줬다. 내 속도가 130km를 넘어가고 있었음에도 그보다 훨씬 빠르게 달려오는 엄청난 속도를 이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다짐했다. 저 차를 타고 달려 보고 싶다고. 그리고 차대 자체가 단단해 사고가 나도 프레임이 잘 지켜지고 있는 모습들을 숱하게 본 후, 다짐은 확신으로 커졌다.



에펠탑 아래를 지나가는 스마트포투의 뒷모습


그리고, 2022년 7월 드디어 스마트포투 451 카브리올레 모델을 샀다. 그것도 브라부스 모델로. 브라부스는 독일의 자동차 튜닝 브랜드인데, 스마트포투에서는 가장 고성능의 모델로 불린다. 어쨌든 ‘반드시 스마트포투를 사고야 말겠어!’라는 생각으로 지른 것은 아니었으나, 마침 적당한 모델을 중고로 만났으니 망설이지 않았다. 차가 없었는데 당장 그다음 주부터 운전해야 하는 강의가 10주 연속으로 있다 보니 차량의 필요성을 느끼던 차였기에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것도 있었다.


차를 산지 벌써 일주년이 지났다. 애초부터 신차를 구매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잔고장은 예상했지만 일 년 동안 겪을 수 있는 수많은 고장들을 겪었다. 아니 아직도 또 큰 문제들이 계속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이 차를 팔고 더 나은 성능의 차로 갈아타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잔고장쯤이야 고치면 되고, 또 이제는 자동차 퓨즈 정도는 직접 교체할 정도의 내공이 되었기 때문이다.


중고차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잔고장을 제외하고도 이 차는 단점이 많다. 일단 일반 승용차에 비해 작은 차이고, 엔진이 후륜이기 때문에 트렁크 바로 밑이 엔진룸이다. 그래서 뜨거운 엔진의 열기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가끔 짐을 꾸려 어디로 가야 할 때도 뜨거운 열기에 닿으면 안되는 물건들을 트렁크에 넣기가 어렵다. 오픈카라 차 뚜껑을 열 수 있다지만 더우면 더워서, 추우면 추워서, 비 오면 비 와서 열기 어렵다. 일 년 동안 뚜껑을 열고 운전했던 적이 몇 번 있던가…. ‘덜덜덜덜’ 어디선가 소음이 나서 차량에 이상이 있나 생각하지만 사실 일상적인 소음이 많은 차다. 조용하게 운전할 수 없다.


고작 일 년 째 운행 중이라 아직은 좋다 나쁘다 말하기 섣부르지만 그래도 아직 나에겐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 귀여운 외모와 그에 어울리는 경차가 주는 혜택들. 그러나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처럼 마음에 드는 주행 능력까지. 가까운 거리도 걷는 것 보다 차를 타는 걸 좋아하지만, 내가 운전하는 차가 아닌 타인이 운전하는 차에 얻어타는 걸 더 좋아하는데, 이 차는 내가 운전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차다. 그래서 다음 운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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