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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선 Sep 28. 2023

<다름 아닌 고양이니까> 고양이를 버린 이유

다름 아닌 고양이니까 #05

집에서 반려하는 고양이라고 확연히 알 수 있는 아이를 길에서 발견하는 경우, 둘 중 하나다. 고양이가 가출했거나 가족들이 유기했거나. 길에 전단지가 보이지 않거나, 아이를 찾는다는 글이 고양이 카페나 포인핸드 등에 없거나, 아이를 발견한 사람이 인터넷에 아이를 보았거나 보호 중이라는 말을 온갖 곳에 올려도 일주일 이상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경우 유기인 확률이 높다.


대체로 고양이들이 자신의 영역이 아닌 곳에 놓이는 경우 자연스럽게 길을 걸어 다닐 확률은 낮다. 대부분 겁을 먹고 어딘가 깊이 숨어 버리거나 높은 곳으로 올라가거나 지하로 내려간다. 밖에 나온 초반엔 어딘가에 숨어서 외부가 안전하게 느껴질 때까지 아무런 기척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멈춰 있을 때가 많다. 그러다 배가 고파 먹을 것을 찾으러 나와, 동네에 고양이 밥자리가 있다면 그곳을 찾아간다. 그 시간이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까지도 걸린다. 그래서 유기묘 혹은 가출묘가 길고양이와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배가 고파 두려움을 참으면서 기어이 찾아가는 것뿐인데. 그러다 정말로 잘 지내면 다행인데, 눈에 잘 띄는 외모를 가졌거나, 고양이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휴먼냥(사람과만 살았던 아이)거나, 스트레스로 인해 질병이 생기는 경우 밖의 생활은 생각보다 짧다. 자동차를 피하는 방법, 낯선 사람에게 다가가면 안 되는 법을 모르는 아이들이 사고나 학대로 사망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단 하루라도 집에서 반려하던 아이가 밖에서 제대로 산다는 것은 쉽지 않다. 유기하는 것은 아이를 죽음으로 내모는 것과 다름없다. 


다름이가 언제 집 밖으로 나온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대부분의 고양이가 그렇듯 분명 일주일 가량은 어딘가에 숨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처음 만났을 때, 뼈가 만져질 정도로 마르고 힘이 없었으며, 점프는커녕 걸어 다닐 때 비틀거리던 아이였다. 만난 후 일주일 후 병원에 갔을 때 빈혈 수치가 높았고, 그것은 지병이 아닌 영양이 부족하거나 못 먹어서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꼬질꼬질해서 2주가 넘게 지워지지 않았던 까만 때들이 있었고, 음식이 보이면 마구 먹어 버리려는 식탐까지… 모든 것이 단순히 길에서 하루 이틀 만에 생긴 것은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더 많이 못 먹어서 간수치가 나빠졌다면 손 쓸 수 없었을 텐데 그건 아니었다는 점이다.


처음에 이렇게 순한 아이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조용하고 얌전했던 다름이가 3일 만에 뛰어다니고 점프하는 모습을 보며 어찌나 신기했던지. 그러다 2주쯤 지났을 땐, 너무도 똥꼬 발랄한 고양이로 변했다. 우다다다 책방 구석구석을 달리기 하듯 뛰어다니고, 숨어 있다가 내가 지나가면 놀라게 하는 등 장난을 마구 친다. 빈혈로 인해 의사 선생님이 3개월 후에 재검하라고 했지만 상태를 보니까 정말로 못 먹어서 그랬던 것 같아 재검이 기다려진다. 정상이라는 말을 들을 것 같아서.


처음에는 주는 대로 마구 먹더니 딱 3일이 지난 후부터는 입맛이 까다로워서 먹고 싶은 것들만 먹으려고 했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명확했고, 또 처음엔 허겁지겁 잘 마시던 물도 입에 대지 않기 시작해 걱정이 되었다. 결국 덕분에 사료 테스트한다고 이런저런 사료도 사고, 음수량을 늘려 보겠다고 10만 원가량의 고양이 정수기도 질렀다. 기호성 맞는 사료를 찾았고 음수량도 정상으로 늘어나자 요즘엔 다른 생각이 든다.



“다름이는 왜 유기된 것일까?”




다름이를 버린 이유를 생각해 보자.


집사가 아프고 병들고 늙어서
집사가 돈이 없어 파산해서
집사가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가야 해서


이 세 가지 이유 중에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어떤 이유가 있을까? 사람들이 왜 반려동물을 파양 하는지 2022 동물보호 국민의식 조사의 결과를 기사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 무려 1/4 가량이 양육을 포기하거나 파양을 고려했던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중 1위는 행동 문제라 했고, 2위는 비용, 그리고 3위는 여건의 문제라고.


1위인 행동 문제를 생각해 보자. 다름이는 혼자 있는 시간에도 울지 않고 잘 지내고, 낯선 곳에서 적응을 잘한다. 화장실 모래도 벤토나 두부모래 등 특별히 가리지 않고 잘 쓴다. 모래 패드를 깔았더니 모래를 이곳저곳 튀기지 않고 조신하게 볼일을 본다. 장난감을 잘 가지고 놀아 사람 물건엔 크게 관심이 없다. 스크래처를 잘 써서 사람의 가구나 이런 곳에 상처를 내지 않는다. 배고프다고 “냐옹~” 울긴 하지만 조용한 편이다. 걸을 때도 사뿐사뿐 걷고, 우연히 발을 밟았는데도, “냥!” 소리 한 번으로 끝났다. 사람에게 냥냥펀치를 날릴 땐 발톱을 세우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식탐이다. 사람이 밥을 먹거나 간식을 먹을 때, 뺏어 먹으려고 난리가 난다. 음식을 밖으로 꺼내 놓으면 안 되고, 싱크대도 잘 막아 놔야만 한다. 음식물은 쓰레기도 바로바로 버리고 설거지도 바로 해야 한다. 이게 가장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다.


2위인 비용 문제는 어떨까. 접종이 부담은 아닐 것이다. 1살 정도 되었으니 아마도 여자 고양이의 중성화 시기라 중성화 비용이 부담일 수도 있겠다. 아름이 기준으로 40만 원 정도였으니 말이다. (영양 수액 포함) 그렇지만 그 비용은 여자 고양이를 반려한다면 이미 고려했을 것이다. 문제는 식비다. 다름이는 습식을 너무 좋아한다. 처음엔 습식 파우치 85g을 1/3 줬는데 금세 먹고는 배고프다고 울어서 1/3을 더 줬는데도 배고프다고 해서 마저 다 주었던 적도 있었다. 그렇게 하루에 두 파우치를 먹었던 날이 초반에 있었고, 그 뒤로는 남기길래 하루에 파우치 1개를 2번에 나눠 준다. 지금은 1/3씩 2번 나눠 주어서 3일에 2개의 파우치를 먹는다. 습식 파우치는 개당 못해도 1,300원~2,000원은 된다. 즉, 한 달에 20개의 파우치를 먹고, 또 더불어 자율급식으로 먹는 건사료는 2~3달에 2.25kg 정도 먹는 듯하다. 지금 먹는 사료는 대략 3만 원. 그러니까 한 달에 1만 원 정도의 비용이 될 테다. 한 달 식비, 모래, 간식, 장난감 등을 생각하면 대략 5만~7만 원 정도. 일반적인 성인이라면 크게 부담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3위인 여건의 문제는 어떨까. 다름이를 버린 이유 중에 어쩌면 3위인 이 부분이 가장 원인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왜냐면 다름이는 다른 고양이들에 비해 알레르기를 더 많이 유발한다. 하루만 지나도 피지가 폭발하는 지성(?)의 고양이라서 눈과 코와 귀에 검은 때가 생긴다. 대부분의 고양이의 알레르기는 털이 아닌 몸의 기름에 의한 것이기에 이런 부분이 어쩌면 유기의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알레르기가 있는지 모르던 가족들이 다름이가 커가면서 점차 알레르기가 심해지고 도저히 견디지 못하게 된 것 아닐까. 왜냐면 처음 다름이를 만났을 때 미용이 된 상태였고, 그 상태는 예쁘게 하는 미용이 아니라 정말 마구 깎아놓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정말인지 예쁨을 생각하지 않은 미용 상태였다. 그래서 혹시라도 털을 밀면 알레르기에서 나아질까 생각했던 것으로 느꼈다. 혹은 이사에 의한 유기도 생각했다. 다름이가 발견된 우리 집 앞 골목에 최근에 몇 집이 이사를 갔고, 또 어떤 집은 재건축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떠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발견된 아이라 혹시라도 이사나 어떤 이유로 여건이 안돼 그대로 버리고 간 것이 아닌가 싶다.





숨바꼭질을 좋아하는 다름이가 나름 꼭꼭 숨었다옹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름이는 가출한 것이 아니라 유기가 확실해지고 있다. 벌써 나에게 온 지도 3주가 넘었다. 그리고 이젠 우리 가족에게 소중한 아이가 되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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