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 아닌 고양이니까 #06
평소엔 고양이 커뮤니티에 자주 들어가지 않는다. 이미 고양이를 반려한 지 20년이 되어서 정보가 필요할 상황들은 많지 않고, 랜선 집사가 아니니까 다른 고양이들의 사진을 보고 즐거워할 이유도 없다. 귀여운 고양이를 보고 싶으면 우리 아이들을 보면 되고, 고양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느끼면 병원을 찾으면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다름이를 만난 후 지금까지 하루에도 10번은 넘게 고양이 관련 커뮤니티에 방문한다. 고양이 커뮤니티가 아니라도 당근 마켓 등 동네 소식을 알 수 있는 각종 사이트를 순차적으로 방문한다. 만약에, 그러니까 정말 만약에 다름이를 잃어버린 가족이 몇 주 만에 잃어버린 것을 알게 되어 이제라도 찾고 싶어 할 수도 있으니까… 어쩌면 내가 올린 글과 원래 가족의 접점이 닿지 않아 서로 다른 곳에서 애타게 만나길 바라고 있었을 수도 있으니까. 일 년이 넘게 다른 곳에서 열심히 서로를 찾아다녔다는 어떤 사연을 읽고는 가족을 찾는 것이 단순히 하루 이틀의 문제는 아니구나 생각했다.
자주 고양이 커뮤니티와 동네의 분실센터에 들어가다 보니, 정말 많은 고양이와 강아지가 가출하거나 유기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문이 열린 틈으로 나갔다든지, 병원 가려고 케이지에 넣었는데 케이지가 열려 탈출했다든지, 청소하려고 잠시 창문을 열었는데 그곳으로 나갔다든지, 이사 가던 중 잃어버렸다든지… 때때로는 가족이 유기하거나 탁묘 중 잃어버린 소식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나마 가출, 잃어버리는 소식은 가족들이 정말 열심히 이곳저곳 아이를 찾아달라고 올린다. 내가 들어가는 대부분의 사이트에 같은 아이의 소식이 한 번에 쭉 올라오는 것을 보면 그랬다. 그렇지만 유기인 경우, 가족들이 찾는다는 소식은 없는 채, 아이를 발견했다는 소식과 아이를 보호하고 있다는 소식이 많았다. 유기가 아닌 가출은 그런 글에 하루가 지나지 않아 [주인 찾음]이라고 업데이트된다. 잃어버린 것을 알게 되어 찾기 시작하자마자 누군가의 소식으로 쉽게 아이를 집으로 데려오는 것이다.
왜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걸까?
안타까운 사연, 혹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 같은 아쉬운 사연들을 읽다가, 문득 유기묘는 왜 생기는 걸까 궁금했다. 아이를 반려하기 어렵다면 입양을 보내거나 파양 하면 되는데 왜 유기를 하는 걸까?
아마도 그 이유는 이럴 것이다. 고양이 카페 등에서 키우던 고양이를 타인에게 입양하는 글을 올리는 것이 금지되어 있으므로. 파양 하려고 했더니 원래 데려온 사람 혹은 펫샵과 연락이 닿지 않거나 파양을 받지 않으므로. 당근 마켓이나 맘 카페에 올렸다가 비난을 받을 것이 뻔하므로. 마침 집을 나갔는데 이참에 잘 되었다 싶은 마음. 동물보호소나 근처 고양이 쉼터에 맡기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래서 요즘은 더 좋은 곳으로 입양 보낸다는 보호소가 생겼다. 인터넷으로 홍보도 열심히 하고, 직접 오프라인 매장에서 아이들을 만날 수 있어서 신뢰할 수 있다는 곳. 관리가 잘되고 재입양도 잘된다고 하는 그런 곳이다. 어쩌면 유기하려는 사람들과 반려동물을 돈을 주고 사지 않고 입양하려는 사람들의 니즈가 잘 맞아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실체는 과연 어떨까? 아이를 그곳에 맡기려면 몇백만 원의 돈을 내야 하고, 입양할 때도 기부금 혹은 다른 아이들의 관리를 위해 돈을 요구한다. 단지 반려동물의 값이 매겨지지 않을 뿐, 펫샵과 다름없다. 더 어린아이, 품종이 있는 아이일수록 그 금액은 높아진다. 또한 맡겨진 아이인 경우, 잘 관리하겠다고 하지만 관리가 어려운 아이들을 생매장하여 죽이고 맡긴 주인에겐 입양을 보냈다고 하거나, 알 수 없는 이유로 별이 되거나 가출했다고 소식을 전한다. 돈을 받고 맡았는데 돈값을 하지 않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그런 이면을 알지 못하니 인터넷 후기만 믿고 반려동물을 보호소에서 입양한 것이라 믿고, 또 파양 하는 사람들은 아이들이 자신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자랄 것을 믿는다.
이런저런 것들을 다 따져보다 보면, 어쩌면 그냥 길에 아이를 유기하는 것이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유기하는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아이들이 울고불고 떼를 써서 반려동물을 사 왔다가 감당이 안되어 아이들 몰래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버리는 경우가 있고, 혼자 살던 사람이 이사나 결혼 등 신상의 변화로 인해 아이를 계속 데리고 있을 수 없어 버리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병이 들거나 돈이 많이 들어서 그냥 버리는 것을 택하기도 한다. 고양이를 키우다 보면 생각지 못한 상황들이 많다. 나와 맞지 않다고 아이를 유기하거나 파양 하거나 타인에게 보내거나 학대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고양이 구름이도 버림받은 아이
지금은 별이 되었지만, 2005년 2월부터 2022년 9월까지 함께 살았던 고양이 ‘구름’이도 버림받고 파양 당한 아이다. 구름이는 2003년 11월 파리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파리의 어느 펫샵에서 한국인 유학생에게 입양되었다. 유학생은 한국으로 돌아갈 때 아이를 버리고 갔고, 그 아이를 다른 한국인 부부가 거두어 입양해 키웠다. 그러다 파양 하는 과정에서 나에게 연이 닿았다. 고작 한 살 3개월의 어린 고양이 구름이는 내게 와서 첫째인 두 번째 고양이(더 어렸던 뚜름이가 첫 번째 고양이)가 되었다. 그러다 2006년 10월 한국에 귀국하면서 두 고양이를 데리고 와 한국에서 살다가 별이 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구름이가 처음 버려진 것은 한국으로 함께 갈 생각이 애초에 없던 사람이 반려자였던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고작 몇 달 함께 살자고 고양이를 입양한 사람 때문이었을까. 어쩌면 유학생이 갑자기 예상 못 하고 한국으로 떠나서 어쩔 수 없이 버려진 것일까.
두 번째 함께 한 가족이 파양 한 이유는 알고 있다. 갈 곳 없는 구름이를 데리고 와서 아파트에서 외출냥이로 키웠는데 (파리는 대체로 외출냥이가 많다) 갑자기 고양이들 사이에 고양이 에이즈가 돌면서 집 안에 가둬야 했고, 그제야 모르던 알레르기가 올라와서 도저히 같이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이유였다. 그 부부는 그래도 오래 키우기 위해 프랑스에 동물등록까지 해놔서 등록된 동물의 주인을 변경하는 절차와 여러 가지 접종 증명서 등을 챙겨 주어, 키울 마음이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구름이를 나에게 보낸 후, 그 뒤로 아이의 소식을 전혀 물어보지 않았다. ‘몇 주, 몇 달 정도 그 사람들에게 구름이 이렇게 지내고 있어요.’라고 사진과 함께 이메일을 보냈는데 답변이 오지 않았다. 구름이는 사랑받았던 아이였을까, 아니었을까 모르겠다.
어떻게 하면 유기 동물이 생기지 않을까 상상해 본 적이 있었다. 동물 등록제를 적극 시행해 버리면 벌금을 엄청나게 부과한다든지, 동물을 반려하려면 근처 사는 사람들의 확인을 받아야 하고, 확인한 반려동물이 보이지 않다면 근처에서 신고하는 제도가 생긴다든지… 무엇이라도 좀 생겼으면 좋겠다. 조그맣고 소중한 아이들이 안전하게 잘 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