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탈 거면 스마트 포투가 내 취향 #03
답답할 때 신나게 달리고 싶어서 드라이브하던 때가 있었다. 당일치기로 땅끝마을도 가봤고, 강원도도 가봤고, 전주나 군산도 가봤다.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려 어딘가에 다다른 후 달라진 공기를 실컷 내 몸에 주입하고 돌아오면 금세 새로운 힘이 솟았다.
하지만 요즘 드라이브를 즐길 시간이나 여유가 없다. 작은 독립서점을 운영하며 자영업자로 사는 삶에 그런 여유는 사치다. 오히려 쉼이 필요할 땐 2~3주 책방 문을 닫고 멀리 떠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그렇다고 내가 드라이브를 아예 안 하는 건 아니다. 드라이브라고 할 수 없겠지만, 출퇴근을 매일 차를 이용해서 하니, 뭐 좀 여유롭게 즐긴다면 그것도 드라이브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집과 책방까지 거리는 고작 900m쯤이다. 왕복한다고 해도 2km가 안 되는 짧은 거리다. 차로 3분 정도라 음악 한 곡 들으려고 해도 한 곡이 채 끝나지 않았는데 도착할 때가 많다.
이런 내 삶에 때때로 활력을 주는 것이 바로 뚜따(뚜껑을 딴다는 의미로 오픈카의 뚜껑을 여는 것을 말하는 신조어)다. 멀리 가지 않더라도, 잠깐의 순간에 오픈 에어를 느끼는 것만으로 충분히 힐링한다.
다만, 스마트 포투는 세컨카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운행을 한 달에 대략 1~2회만 한다. 그나마 그 1~2회에 뚜따를 할 수 있으면 다행인데, 생각보다 뚜따가 어려울 때가 많다. 비가 와서 안 되고, 날씨가 더워서 안 되고, 추워서 안 되고, 미세먼지가 심해서 안 되고, 햇살이 뜨거워서 안 되고, 갑자기 비가 쏟아질 것 같아 안 되고…. 뭐 이리 안될 때가 많은 것인지. 자주 운행하지 않다 보니 운행하는 날은 제발 날씨가 적당하길 바란다.
하지만 비가 오지 않는 날이라면 덥거나 춥거나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거나 뚜따를 꼭 해야하는 날이 있다. 트렁크에 넣지 못하는 긴 짐을 실어야 할 땐, 과감하게 뚜껑을 연다. 때로는 트렁크를 열기 귀찮은데 짐을 넣어야 할 때, 뚜껑을 열어 트렁크에 짐을 넣는다. 뚜껑 열리는 수많은 차는 대부분 뚜껑이 열리면 트렁크로 들어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트렁크 공간이 무척이나 작거나 혹은 뚜껑을 열려면 트렁크를 사용하지 못할 때가 많다. 때때로 하드톱 모델 중에서 일부 몇 개의 차만 뚜껑도 열리고 트렁크도 넉넉히 쓸 수 있는 차가 있긴 한데 많지 않다. 그런 면에서 스마트 포투는 구조가 트렁크 공간과 차량 내부가 연결되어 있어, 마치 뒷좌석에 짐을 올리듯 운전석에 앉아 물건을 트렁크에 넣을 수 있다. 그리고 열리는 지붕이 트렁크 공간의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트렁크를 열면 긴 물건들도 쏙쏙 꽂아 실을 수 있게 마법을 부린다.
다만,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뭔가가 하늘에서 내리려고 할 때는 이용하지 못한다는 것이 단점이긴 하지만, 괜찮다. 그래도 서울은 365일 중 평균적으로 비나 눈이 오는 날이 120일을 넘지 않는다.
살다 보면 뚜껑 열리는 날이 얼마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감정의 뚜껑이 열리기 전에 자동차 뚜껑을 열고 신나게 달려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