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페이스북과 함께 해왔던 시간들은, 대략 10년 이내 였을 것 같지만 다른 모바일 서비스를 기획하면서 레퍼런스가 될만한 내용들을 찾기 위하여 데스크탑 리서치를 하던 언제쯤인가 나는 페이스북을 폰에 깔았다. 나도 스마트폰 제조사를 다니고 있었고 당시 안드로이드 초기버전 폰들이 등장하던 시기였기에 페이스북이라는 앱을 사용하는 사람은 많지도 않았다.
처음 페이스북을 사용하던 시점에는 페이스북이 현재의 인스타그램의 역할을 동일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지금이야 자신의 자신이나 동영상 혹은 기타 어떤 삶의 부분들을 사람들이 페이스북에 드러내지 않고 기껐해야 읽었던 기사나 가십정도가 올라오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페이스북은 핫한 소셜미디어였기에 그 안에서 상대방의 부러움을 불러일으키거나 타인이 댓글을 달만한 콘텐츠들을 올리곤 하였다. 지금 10살이 된 우리집 큰애가 태어나자 마자의 사진들이 리마인드 콘텐츠로 올라오는 걸 보면 그 당시는 확실히 그랬다.
모든 것에 전진이 있으면 후진도 있고 젊고 크게 성장하는 시기가 있으면 다시 늙고 퇴보하는 시기도 있기 마련이다. 페이스북도 그렇다. 한때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던 페이스북은 이제 솔직히 그렇지 못하다. 이제 젊은 친구들은 페이스북을 쓰지 않는다고 하고 페이스북 안에서 존재하는 사람들도 습관적으로 페이스북을 쓰는 느낌이 가득하다. 그곳에는 생동감이 없는 것이다.
그 사이 페이스북은 마이스페이스나 트위터를 누르고 스냅챗이 잠깐 치고 올라왔지만 결국 승리한 모습이었지만 본인 역시 영원한 승자가 될 수는 없었다. 아마도 페이스북은 최근 20년 가량의 IT역사상 구글의 사업영역에서 구글을 가장 위협한 존재였겠지만 (광고수입으로) 이제는 그런 모든 것이 하락세가 아닐까 싶다. 해외에서는 좀 더 활성화되어 있을지 모르겠지만 페북메신져도 개인적으로는 페이스북의 미래가 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는 사용되지 않지만 국내에는 SNS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던 페이스북의 현실은 솔직히 녹녹치 못한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흔히 이야기하듯이 연예인 걱정, 정치인 걱정, 재벌 걱정은 하는 것이 아니니 나 역시 진지하게 페이스북 걱정을 하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최근 들어서 나 역시 페이스북에 개인적인 콘텐츠는 올리지도 않게 되고 매일 하루에 몇번씩 페이스북에 가기는 하지만 몇개의 링크 정도를 뒤적거리는 정도의 행동만 할 뿐이었다.
구태여 의미있는 행동이라면 내가 몰랐던 지인의 생일을 축하하는 것 또는 러닝 일지를 올리는 것 그리고 브런치에 기고하던 내가 읽은 책의 서평을 올리는 것 정도였다. 사실 해도 그만이고 안해도 그만인 일들이었다. 하지만 페이스북 앱을 삭제하려고 생각해보니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그건 바로 가끔 쏠쏠하게 얻을 수 있었던 페이스북 상의 다양한 정보의 링크들이었다. 아직 페이스북에 상주하는 어떤 이들은 열정적으로 정보성 링크들을 물어다 나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것은 관점을 바꾸어 보면 달라 보인다더니 그것 역시 생각을 조금 다르게 가지니 충분히 대체가능한 존재였다. 이미 페이스북을 잘 사용하지 않는 후배에게 물으니 자신 역시 페이스북을 관두고 나니 다른 어떤 채널을 통해서 정보를 수용하게 된다라는 것이었다. 순간 작은 깨달음이 있었다. '내가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에 그것이 의미를 가지는 것이지, 내가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이다.
종종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지나친 연결성의 폐해다' 또는 '지나친 의미부여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나는 다독을 통하여 거의 이틀, 삼일에 한 번 씩 짧지만 내 생각이 담겨 있는 서평을 올리는 루틴을 가지려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이를 행동하였다. 하지만 그 안에는 누군가가 그 서평을 읽고, '역시 문작가'라고 하는 피드백을 원하고 있었다. 나는 연결을 통해 자꾸만 나를 인정 받기를 원했고 그와 직결되는 행동을 해왔다. 동시에 다른 한 편으로 나의 그런 의도와 비슷한 행동을 하는 다른 이들은 속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 얼마나 바보 같은 행동인가...
그리고 되돌아 생각해 보이 이미 훌륭한 단계에 이른 다독가 인물들은 남들이 보아주는 서평을 쓰는 것에 집중할리가 없었다. 그들은 독서를 통해 얻은 무언가를 스스로 내제화하면 그것으로 끝인 것이다.
읽었다는게 중요한 것인가? 아니다.
공유한 것이 중요한 것인가? 아니다.
내 것이 되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이미 체득하였고 그것을 가치화 할 수 있다면 충분한 것 아닌가?
꼭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서평이 아니더라도 모든 것의 의미에 있어서 같은 잣대를 들이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꼭 페이스북에 써야할 이유란 무엇인가?'라는 의미에 있어서 나는 일종의 답을 얻은 것이다.
한동안 포털의 댓글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명장이었던 알렉스퍼거슨 감독의 이야기한 SNS는 시간낭비 라는 말이 유행처럼 흘러다녔다. 내가 그런 퍼거슨 감독의 말에 100%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우리는 서로 조금 다른 접근법으로 동일한 결론에 이른 것 같다.
비록 그 사이에 또 몇 권의 책을 읽고나서 서평을 올릴 곳이 없어 방황하기도 하고 할일없이 시간을 짧게 보내야 하는 순간순간 무의식적으로 페이스북 앱을 찾는 나 자신을 보기도 했지만 그래도 금새 나는 페이스북이 없는 삶으로 적응하였다. 그렇게 나는 뭔가 덜어내는 행위를 결심하였고 작은 방황을 겪었고 또 이내 그것이 별 것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