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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책이름 Apr 30. 2021

마음이 풀릴 때까지 목적지 없이 걸어보기

밤을 걷는 밤


밤 산책, 좋아하세요?


이상하게 밤 산책을 하다 보면, 낮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숨겨 놓았던 감수성이 고개를 내밀기도 하고,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죠.


오늘 소개해드리는 『밤을 걷는 밤』은 뮤지션 유희열이 산책 중의 사색을 담은 책으로, 카카오TV 오리지널 예능으로 방영했던 <밤을 걷는 밤>을 재구성한 에세이입니다.


뛰어난 음악성과 따뜻한 감수성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아 온 뮤지션 유희열, 그의 다정다감한 시선으로 떠나는 밤 산책. 『밤을 걷는 밤』에서 그는 청운효자동, 홍제천, 성북동, 합정 등 서울의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추억하고, 감탄하고, 새로워합니다. 그리고 걸으며 수많은 기억을 떠올리죠.




살다 보면 때때로 돌이킬 수 없는 순간과 맞닥뜨린다. 그럴 때는 힘들어도 잠깐 쉬었다가 다시 앞으로 나아갈 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그냥 그렇게, 순리대로 이리저리 떠밀리다 보면 어딘가에는 도착하게 된다.

내 인생에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대학교 1학년에 어느 녹음실에 막내로 들어갔을 때였다. 녹음실에서 같이 먹고 자던 엔지니어 정오 형이 어느 날 갑자기 말했다.

“우리도 음악 한번 해볼래?”

이 말을 들은 순간부터, ‘돌이킬 수 없는’ 삶이 시작됐다. 내가 지금 막 걸어온 길처럼, 인생에도 샛길은 별로 없다.

_ 『밤을 걷는 밤』중에서



걸으면 더 선명해지는 풍경들이 있습니다. 무심히 스치는 일상도 따사롭게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따라 함께 걷다 보면, 담벼락의 풀꽃, 인적 없는 버스 정류장, 골목에 숨어 있는 작은 밭도 한 폭의 그림이 되는 듯합니다


https://youtu.be/WTvDYTFiCfc


누군가로부터 상처받고 싶지도,

누군가를 상처주고 싶지도 않았는데.

이상하게 엉망진창인 것 같은 날.


그런 날 밤은 무작정 발길이 닿는 대로 걸어봅니다.

정해진 목적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마음이 풀릴 때까지 골목골목을 때로는 낯선 빌딩들 사이를, 공원을, 오르막도 내리막도 걷습니다.


내가 아는 건
비탈길로 올라가면 남산이 있고,
내리막길로 내려가면 도시가 있다는 사실뿐이다.
그 사실을 나침반으로 삼고서
갈래갈래 갈린 길을 느리게 걷다 보면
뭔가를 발견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잘 모르는 길에서는 모든 것이 ‘발견’이니까.
느리게 걸어야 겨우 눈에 보이는 것들도 있다.

_ 『밤을 걷는 밤』중에서


줄이 있는 이어폰을 한쪽 귀에만 꽂고

한 귀로는 도시의 밤 소리를 듣고

한 귀로는 페퍼톤스의 Long way를 들으며 걷습니다.

그러면 깜깜한 도시를 걸어도 조금은 다정한 것도 같아요.


https://youtu.be/KpB8Z0mp-0o


내가 이 길을 걷는 동안은

내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니까.


조금 서운하고 조금 속상해도

그냥 씩씩하게, 부지런하게 팔다리를 움직여

이 밤을 걸어갑니다.


오늘은 '나'를 발견하는 날이니까.

이 길의 주인공은 나니까.

씩씩하게, 부지런하게, 하지만 느리게 걸어봅니다.





하루가 시시하게 느껴진다면, 쓸쓸하고 삭막하게 느껴진다면. 다정한 산책가 유희열과 함께 밤의 골목을 걸어보시면 어떨까요? 낮과 다른 나를 발견할지도 모르니까요 :)


언제쯤이면 나는 좀 괜찮은 사람이 될까요. 언제쯤 스스로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될까요. 그런 기분이 들 때도 밤을 걷습니다. 원치 않았지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느낄 때, 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아무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다고 생각될 때, 그런 날들에도요.


길을 나섭니다. 우선 한 걸음을 뗍니다. 이 감정을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 부스러기처럼 한바탕 밤길에 뿌리고 나면, 좀 괜찮아집니다. 저 멀리 보이는 도시의 불빛을 보면서 혼자인 것 같은 날, 또 혼자가 아닌 것 같은 기분도 들거든요.


밤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있습니다. 매번 똑같이 걷는 길인데도 여기에 이런 꽃이 있었네, 저기엔 이런 나무가 있었네 하면서요. 언제나 그곳에 있었지만 차마 발견하지 못했던 모습을 보며 나는 조금씩 더 나은 기분이 되는 것 같습니다.


밤에 걸으면 조금 많은 것이 보입니다. 나를 감싸고 있던 풍경도, 사람도 그리고 나 자신도. 혹 저와 같은 고민을 가지고 계신 분이 계시다면 따스한 봄날, 홀로 조용히 걸어보시면 어떨까요.


천천히 밤의 길을 걷는 일은 내 마음의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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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밤을 걷는 밤』유희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https://bit.ly/3mMBEK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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