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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니 Nov 19. 2015

셋, 외로움과 아는 사이가 되다.

스물셋 여자의 글은 Fiction인 척하는 Nonfiction일지도




손을 뻗어도

시간을 함께 쓰는 사람들에게 닿지 않는 날.

아니 어쩌면

손을 뻗을 힘조차 없는 날.

불현 듯 혼자라는 생각이 들숨처럼 가슴을 누를 때.

외로움이  온몸을 죄어 세상 속에서 나 홀로 작아질 때.

너구나,

또 왔구나,

몇 번 본 너의 얼굴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외로움. 

너와  친해질 수는 없겠지만

너와 잘 아는 사이가 되는 나이

스물셋  

오늘도 너는 

가만히...

내 곁에 앉아 있다가

해가 뜨면 사라지겠지     

나를 해치지 않는 너를 안다.

나를 해쳤던 것은 나였던 것을 나는 안다

그때, 나는 네 흉측한 얼굴이 두려웠었다



나는 쉬운 사람이다.

어떤 친구도 나를  어려워하지 않고

동생들은 편하게 내 이름을 부르기도 하며

사람들은 나와의 약속을 쉽게 어긴다.


나는 웃음이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너무 어렵다.


언제부터인가 아무리 눈물을 흘려도

눈이 충혈되지 않았다.

다만, 심하게 운 날은

눈 밑에 붉은 반점들이 찍혔다.


나는 그 반점들이 좋았다.


누군가가 그 반점에 대해 물어주길

바랬다.


그리고 당연히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친구가 많은 사람이니까.

그러나, 타인의 눈에 비치 나의 반점은

너무나도 작은 것이었다.


단 한 사람 조차

질문하지 않았고

이틀 후 반점은 사라졌다.



아무도 탓하지 않았다.

나는 누군가의 눈물에 귀 기울인 적 있는가?

누군가도 그랬을 것이다.

많이 공허했을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공허하다.

그것은 인간 개개인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모두 세상이 자신의 아픔을 알아주길 바랄 뿐

타인의 고통에는 관심이 없다.

모두가  주저앉아 눈을 비비며  갓난아기처럼 울고 있다.


내가 제일 외롭다고, 내가 제일 외롭다고.


한참 외치던 사람들은 문득 일어난다.

아침이 온 것이다.


이를 닦고 옷을 입는다.

옷과 함께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는데

미소다.


미소를 입은 사람들은 현관을 나선다.

세상은 아름답다. 물론 나도 아름답다.

오늘 나는 누구보다 멋진 미소를 걸치고 나왔으니까.


버스에 올라타 휴대전화를 누른다.

기사를 읽고 재미있는 동영상을 본다.


자의도 타의도 아닌 채로 

휴대전화를 바라본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여가수가 나온다.


청순함을 콘셉트로 시작했던 그 가수는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자


벗었고, 또 벗었고, 또 벗었다.


앞, 뒤, 아래, 위를 감싼 그 천은

꼭 다 큰 남자의 양 손바닥 만 했다.


겨울날까지 헐벗은 채

관심을 갈구하던 그녀는

결국 자신의 이미지, 노출이 괴롭다며

공식석상에서 눈물을 흘렸다.


도대체 누가 그녀를 벗긴 것일까.


외로움이 가만히 그녀 곁에 앉아 있던 것을

본 사람이 있다 카더라.


그녀의 짙은 화장을 지워내면


아마도 붉은 반점이 빼꼼 고개를 내밀 것이다.


동영상을 끄고

주변을 둘러본다.


서툴게 물어본다.


괜찮아?

힘들진 않지?..


나의 서툰 뜨거움이

친구에게 닿고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자


붉은 반점이 자취를 드러낸다.


괜찮아, 사라질 거야.


나랑 같이 있자.


나는 외로움을 알고,

그녀도 외로움을 안다.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의 외로움의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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