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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니 Jul 29. 2016

예지몽을 꾸는 여자와 그 꿈속의 남자

키스했어, 하필 무대 위에서

어둠속, 그와 나는 관 안에 갇혀있었다.

숨이 닿는 거리에서 그는 무안한 듯 이리 저리 고개를 틀었고, 나는 별 미동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바깥에서 사람들의 음성이 들렸고, 나는 때가 왔음을 깨달았다.

관을 들어 올리겠다는 사인인 노트 두 번이 들렸고, 관은 무대로 향하는 듯 덜컹거렸다.

‘윽..’

짧은 날숨과 함께 경직된 그의 몸이 내 쪽으로 기울었고 그는 빠르게 한 손으로 내 등 뒤쪽의 벽을 힘껏 밀어 몸이 밀착되는 것을 막았다. 그때 관이 반대쪽으로 덜컹거렸고 나는 저항 없이 그에게 안겼다.

이렇게 좁은 곳에 있으면서 서로 전혀 닿지 않는 다는 게 더 이상한 일 아닌가?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내 판단을 조롱하듯 관 속엔 묘한 기류가 흘렀고, 벽을 향했던 그의 한 손이 순식간에 내 허리를 감쌌다, 허리를 감싼 그의 손에 조금씩 힘이 들어갔고 나는 점점 가까워지는 그의 가슴을 살짝 밀어 내며 그에게 속삭였다.

“박예준! 왜이래?”
야단치는 나의 목소리에 그는 가쁜 숨을 한번 내어 쉬고는 대답했다.

“몰라, 못 참겠어.”

그는 흐트러진 내 머리카락을 쓸어 귀 뒤로 넘기고 그대로 볼을 쓸어내려와 턱을 자신의 쪽으로 당겼다.
그리곤 서서히 그의 온기가 다가와 나의 입술에 닿았다. 좁은 공간 안에서의 키스는 시간을 삼키며 이어졌고,
관이 열리고 관객들에게 이 모든 행각이 노출될 것이라는 생각은 점차 사라져갔다.

머릿속이 온통 검어졌을 때 관이 활짝 열렸다. 감은 눈 새로 빛이 들어왔고, 붉은 객석에 앉은 관객들은 잠시 당황했으나, 이내 환호성과 박수소리를 쏟아 내었다. 그 박수 소리에 나는 연극이 막을 내렸음을 느꼈다.

아주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기분을 느끼며 나는 눈을 떴다.

하아, 하아,

가쁜 숨을 고르며 눈을 뜨자 익숙한 핑크빛 벽지가 내 눈앞에 펼쳐졌고, 몸이 떨려왔다. 나는 검지와 중지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대고, 한참을 만져보았다. 남아있는 입술의 생생한 감촉을 느끼며 나는 내 방 천장을 한참 바라보았다. 언제나 그랬듯 몸을 일으키기 어려운 순간이다. 이런 꿈은 늘 현실처럼 생생하게 다가온다.

예지몽. 분명 예지몽의 느낌이다.

...

‘박예준’

나는 한숨처럼 그 이름을 뱉었다. 수없이 꿨던 예지몽 이었지만 그가 내 꿈에 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도대체 왜 네가?' 의문을 품고 있던 찰나 딩동 소리와 함께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문구멍을 통해 밖을 확인한 나는 잠시 뒤로 주춤 했다.

박예준.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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